[일사일언] 누리호가 보내는 신호
스페인 국기에는 기둥이 둘 그려져 있다. 이는 ‘헤라클레스의 기둥’이라고 부르는, 지브롤터 해협에 마주 선 두 바위산이다. 지브롤터 해협은 지중해와 신대륙으로 열린 대서양을 잇는 좁은 뱃길이다. 깃발 속 기둥들에는 ‘플루스 울트라(plus ultra)’라는 문구가 휘감겨 있다. 이는 “더 멀리 나아가라”는 뜻이다. 신화에 따르면 두 기둥에는 원래 “여기를 넘어서지 말라(non plus ultra)”고 적혀 있었다. 스페인의 카를 5세는 여기서 ‘하지 말라(non)’를 떼어내 버렸다. 그리고 국민에게 더 멀리, 더 앞서서 나아가라고 의지를 북돋았다.
당시 유럽은 고인 물과 같았다. 동쪽은 러시아가, 남쪽은 사하라 사막이, 북쪽과 서쪽은 바다가 막아선 좁은 공간에서 왕국들은 서로 죽기 살기로 싸웠다. 하지만 그들의 다툼은 ‘제로섬(zero sum) 게임’이었다. 정체된 상황에서 내 처지가 나아지려면 상대 것을 빼앗아야 하는 탓이었다. 갈등과 파멸적 폭력이 벌어지고 패배한 쪽은 언제나 칼을 갈며 복수를 다짐한다. 그리고 얼마 후 승자와 패자가 뒤바뀐다. 이렇게 세월이 흐르다 보면 결국 모두가 상처만 쌓일 뿐 발전이 없는 상태에 머물게 된다. 하지만 카를 5세 시대의 모험가들은 지브롤터 해협 너머로 과감하게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배를 띄웠다. 가능성이 크게 열린 곳에서 벌이는 다툼은 발전을 이끄는 경쟁으로 바뀌곤 했다.
당시에 ‘헤라클레스의 기둥’ 바깥은 막막하고 두려운 공간이었다. 지금 사람들 대부분이 우주를 우리와 상관없는 텅 빈 세계로 여기는 것과 비슷할 듯싶다. 누리호 3차 발사가 있은 지 한 달여가 지났다. 여기에 실렸던 위성들이 지금도 지구 궤도를 돌고 있다. 가슴 벅찬 일이다. 오랫동안 우리 발목을 잡던 “할 수 없다”는 개도국 콤플렉스가 비로소 풀린 느낌이다. 누리호가 대한민국에 보내는 신호는 “플루스 울트라!”일 터다. 눈앞의 이익만 보던 좁은 눈이 넓게 트였으면 좋겠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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