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韓 유인 잠수정, 어느 수준인가
타이태닉호 관광을 목표로 했던 잠수정 ‘타이탄’에 탄 탑승객 5명이 숨진 것으로 보도됐다. 미국 정부는 깊은 바닷속 높은 수압 때문에 잠수정이 찌그러지듯이 파괴된 것으로 추정했다.
그동안 심해는 우주 못지않게 재벌과 탐험가들의 도전 영역이었다. 영화 타이태닉을 만든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2012년, 에베레스트와 남·북극을 정복한 탐험가 빅터 베스코보는 2019년 태평양에 위치한 가장 깊은 바다로 알려진 ‘마리아나 해구’에 다녀왔다. 마리아나 해구의 깊이는 1만1034m로, 롯데타워(555m)를 약 20번 쌓아올린 정도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있다. 심해는 단순히 관광 상품을 넘어 자원의 보고라는 사실이다. 심해에는 망간, 코발트, 니켈, 구리 등이 포함된 망간단괴가 널려 있다. 광물 입자들이 뜨거운 물과 함께 뿜어져 나와 만들어지는 ‘열수 광상’도 주요 자원으로 꼽힌다. ‘불타는 얼음’이라 불리는 메탄 하이드레이트는 심해의 높은 압력으로 천연가스와 물이 결합해 만든다. 석유와 천연가스는 말할 것도 없다.
전문가들은 6500m급 유인 잠수정을 개발하면 전 세계 심해의 99%를 탐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 때문에 각국은 심해 유인 잠수정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유인 잠수정은 극한의 환경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한다. 우주선 개발에 버금간다고 말하는 이유다. 수심 6000m 이상을 내려갈 수 있는 유인 잠수정을 보유한 나라는 미국과 프랑스, 러시아, 일본, 중국 등 5국뿐이다. 특히 중국의 추격이 무섭다.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해저 탐사에 나섰지만 중국의 유인 잠수정 ‘펀더우저’는 마리아나 해구의 1만909m까지 잠수하는 데 성공했다.
선진국들의 ‘심해 자원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지만, 한국은 유인 잠수정 개발을 시작도 못 했다. 해양수산부는 2016년 “수심 6500m까지 내려가 심해를 직접 탐사할 수 있는 심해 유인 잠수정 개발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2022년까지 20t 규모의 심해 유인 잠수정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예비 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 했다. 현재 6000m급 무인 잠수정 ‘해미래’만 있을 뿐이다. 해수부는 당시 개발 추진 보도자료를 내며 “우리나라의 경우 10년여 전부터 심해 유인 잠수정의 개발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며 “가장 최근에 보유국이 된 중국보다도 최소 10년 이상이 뒤처지는 상황을 면할 수가 없는 실정”이라고 했다. 그로부터 7년이 더 흘렀다. 한국은 이제 세계에서 7번째로 자력으로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국가가 됐다. 한국의 선박 건조 능력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유인 잠수정은 턱없이 뒤처진다. 생존이 달린 자원 경쟁에서 더는 뒤떨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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