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폐’ 치부됐던 韓실험미술, 미술관 주인공으로 돌아왔다
김민 기자 2023. 6. 2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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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상의를 입은 배우가 윤동주 김소월 나태주 모음 시집 '시로 배우는 예쁜 말'을 읽어 내려간다.
● 퇴폐로 치부됐던 젊은 작가들의 저항김구림, 성능경, 이강소, 이건용 등 1960, 70년대 한국 실험미술 주요 작가 29명의 작품 95점과 관련 자료 30여 점을 선보이는 전시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전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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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림-성능경-이강소-이건용 등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展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서 열려
9월 美구겐하임미술관 등 순회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展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서 열려
9월 美구겐하임미술관 등 순회
‘생성에서 소멸로’ 퍼포먼스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 김구림 작가가 기획한 ‘생성에서 소멸로’ 퍼포먼스가 14일 펼쳐졌다. 흰 재킷을 입은 배우 서진 씨(왼쪽)는 시집 ‘시로 배우는 예쁜 말’ 속 시를 차례로 낭독한 뒤 종이를 찢어 오재우 작가에게 건넸다. 오 작가는 이젤 위 흰 종이에 시를 다시 썼다. 퍼포먼스가 끝날 때쯤 시집은 없어졌고, 종이는 까맣게 됐다. 뉴스1 |
흰 상의를 입은 배우가 윤동주 김소월 나태주 모음 시집 ‘시로 배우는 예쁜 말’을 읽어 내려간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시를 모은 이 책은 시 하나를 읽을 때마다 한 장씩 찢겨나가고, 찢어진 종이를 검은 양복을 입은 작가가 건네받아 흰 종이 위에 다시 쓴다. 퍼포먼스가 끝날 즈음이면 예쁜 말들은 찢어지고 구겨져서 사라지고, 텅 빈 종이는 새카맣게 차오른다.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로비에서 14일 재현된 김구림 작가(87)의 퍼포먼스 작품 ‘생성에서 소멸로’다. 김 작가가 2015년 중국 산시성 미술관의 초청을 받아 선보였던 이 퍼포먼스는 흰색과 검은색, 시가 가득했다가 사라지는 시집, 비었다가 차오르는 종이 등 대비되는 이미지를 교차시킨다. 이를 통해 고정된 개념이 존재할 수 있는지 묻는다.
● 퇴폐로 치부됐던 젊은 작가들의 저항
김구림, 성능경, 이강소, 이건용 등 1960, 70년대 한국 실험미술 주요 작가 29명의 작품 95점과 관련 자료 30여 점을 선보이는 전시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전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다. 미국 구겐하임미술관과 공동 기획한 이번 전시는 청년작가연립전, 제4집단, 아방가르드협회, ST(Space&Time) 학회, 대구현대미술제 등의 과거 주요 실험미술 전시와 작품을 아우른다.
전시장 초입 강국진, 정강자, 정찬승의 ‘투명 풍선과 누드’(1968년), 정강자의 ‘키스미’(1967년)에는 억눌렸던 욕망을 분출했던 젊은 예술가의 패기가 담겼다. ‘투명 풍선과 누드’는 1968년 음악감상실 쎄시봉에서 존 케이지의 음악을 배경으로 한 퍼포먼스로,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의 누드 배제에 대한 항의로 기획됐다. 정찬승, 강국진이 정강자의 상의를 찢으면, 관객들이 그녀의 상반신에 투명 풍선을 붙인 후 터뜨렸다.
같은 해 예술가의 등용문인 국전 심사 비리가 터지자, 세 작가는 다시 제2한강교(양화대교) 아래에 모여 구덩이를 파고 스스로를 묻었다. 퍼포먼스 작품 ‘한강변의 타살’이다. 당시엔 이러한 파격적 퍼포먼스가 펼쳐지면 ‘퇴폐 미술’이라는 비난이 이어졌고, 작가가 체포되거나 작품이 철거되곤 했다. 미술사학자 김윤수는 1973년 동아일보에 ‘전위예술은 퇴폐가 아니다’라는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논란이 됐던 실험미술은 반세기가 지나 미술관의 주인공이 됐다.
● 구겐하임, 해머미술관 순회
전시는 총 6개의 주제로 구성된다. ‘‘나’와 논리의 세계: ST’에서는 개념적 설치미술을 선보였던 ST 학회의 활동을 소개한다. 유신정권의 언론 탄압을 비판하며 전시장으로 매일 배달된 신문의 모든 기사를 면도칼로 오려낸 성능경의 ‘신문: 1974.6.1 이후’ 등 작품을 볼 수 있다.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로비에서 14일 재현된 김구림 작가(87)의 퍼포먼스 작품 ‘생성에서 소멸로’다. 김 작가가 2015년 중국 산시성 미술관의 초청을 받아 선보였던 이 퍼포먼스는 흰색과 검은색, 시가 가득했다가 사라지는 시집, 비었다가 차오르는 종이 등 대비되는 이미지를 교차시킨다. 이를 통해 고정된 개념이 존재할 수 있는지 묻는다.
● 퇴폐로 치부됐던 젊은 작가들의 저항
김구림, 성능경, 이강소, 이건용 등 1960, 70년대 한국 실험미술 주요 작가 29명의 작품 95점과 관련 자료 30여 점을 선보이는 전시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전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다. 미국 구겐하임미술관과 공동 기획한 이번 전시는 청년작가연립전, 제4집단, 아방가르드협회, ST(Space&Time) 학회, 대구현대미술제 등의 과거 주요 실험미술 전시와 작품을 아우른다.
전시장 초입 강국진, 정강자, 정찬승의 ‘투명 풍선과 누드’(1968년), 정강자의 ‘키스미’(1967년)에는 억눌렸던 욕망을 분출했던 젊은 예술가의 패기가 담겼다. ‘투명 풍선과 누드’는 1968년 음악감상실 쎄시봉에서 존 케이지의 음악을 배경으로 한 퍼포먼스로,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의 누드 배제에 대한 항의로 기획됐다. 정찬승, 강국진이 정강자의 상의를 찢으면, 관객들이 그녀의 상반신에 투명 풍선을 붙인 후 터뜨렸다.
같은 해 예술가의 등용문인 국전 심사 비리가 터지자, 세 작가는 다시 제2한강교(양화대교) 아래에 모여 구덩이를 파고 스스로를 묻었다. 퍼포먼스 작품 ‘한강변의 타살’이다. 당시엔 이러한 파격적 퍼포먼스가 펼쳐지면 ‘퇴폐 미술’이라는 비난이 이어졌고, 작가가 체포되거나 작품이 철거되곤 했다. 미술사학자 김윤수는 1973년 동아일보에 ‘전위예술은 퇴폐가 아니다’라는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논란이 됐던 실험미술은 반세기가 지나 미술관의 주인공이 됐다.
● 구겐하임, 해머미술관 순회
전시는 총 6개의 주제로 구성된다. ‘‘나’와 논리의 세계: ST’에서는 개념적 설치미술을 선보였던 ST 학회의 활동을 소개한다. 유신정권의 언론 탄압을 비판하며 전시장으로 매일 배달된 신문의 모든 기사를 면도칼로 오려낸 성능경의 ‘신문: 1974.6.1 이후’ 등 작품을 볼 수 있다.
불태우는 ‘국전 심사 비리’ 1968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심사 비리에 항의하며 강국진 정강자 정찬승 작가가 제2한강교(양화대교) 아래에서 벌인 ‘한강변의 타살’ 퍼포먼스. ‘문화 사기꾼(사이비 작가)’ 등의 문구를 쓴 비닐을 불태우고 있다. 황양자 씨 제공 |
‘청년의 선언과 시대 전환’에서는 1960년대 후반 젊은 작가들의 실험미술 양상을, ‘도심 속, 1/24초의 의미’에서는 김구림 주도로 연극, 음악, 영화, 패션, 종교 등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퍼포먼스를 벌였던 제4집단의 작품을 각각 소개한다. 이밖에도 1969년 창립한 한국아방가르드협회를 다루는 ‘전위의 깃발 아래―AG’, 전통 속 모티프를 차용한 이승택의 작품을 전시하는 ‘“거꾸로” 전통’, 국내외 비엔날레를 통해 선보인 실험미술 작품을 모은 ‘청년과 지구,촌 비엔날레’가 이어진다.
전시는 9월 1일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내년 2월 1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해머미술관으로 순회한다. 김찬동 전 아르코미술관장은 “한국의 실험미술은 모더니즘에 반기를 든 세계 미술의 흐름과 맞닿았던 움직임”이라며 “단색화에 이어 한국 실험미술의 전모를 국제무대에 소개하는 발판을 만든다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7월 16일까지. 2000원.
전시는 9월 1일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내년 2월 1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해머미술관으로 순회한다. 김찬동 전 아르코미술관장은 “한국의 실험미술은 모더니즘에 반기를 든 세계 미술의 흐름과 맞닿았던 움직임”이라며 “단색화에 이어 한국 실험미술의 전모를 국제무대에 소개하는 발판을 만든다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7월 16일까지. 2000원.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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