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유월의 노래
우리의 6월은 푸른 제복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전쟁과 파병, 의무 복무로 이어지는 55만 대군의 나라이기에 군인을 소재로 한 노래도 많다.
“월남에서 돌아온 새까만 김상사/ 이제사 돌아왔네/ 월남에서 돌아온 새까만 김상사/ 너무나 기다렸네/ 굳게 닫힌 그 입술 무거운 그 철모/ 웃으며 돌아왔네.”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이 월남에 파병을 한 건 1965년이었다. 김추자(사진)는 1968년 데뷔앨범에서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신중현 작사·작곡)를 나도 몰래 사랑하게 됐다고 고백한다. 행진곡풍의 노래로 관능적인 김추자의 몸놀림과 어우러져 크게 히트한다.
이시스터즈가 부른 ‘여군 미스리’도 1968년 발표된 노래다. 그러나 지금 들으면 성차별적인 가사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치마를 들러 입고 총칼은 안 들어도/ 나라 위해 일어섰네 여군 미스리/ 국방색 치마는 미니스커트/ 제비 같은 그 모습이 정말로 예뻐요”란 노랫말이 별 저항 없이 불렸던 시절이었다.
“빨간 마후라는 하늘의 사나이/ 하늘의 사나이는 빨간 마후라”로 시작되는 ‘빨간 마후라’는 1964년 개봉했던 동명의 영화 주제곡이다. 신상옥 감독, 신영균 주연의 영화로 공군 조종사의 이야기를 다뤘다.
신상옥 감독은 영화 시사회를 앞두고 가요평론가인 황문평에게 주제곡을 부탁했다. 황문평은 방송작가인 한운사에게 받은 노랫말로 곡을 완성했지만 부를 만한 가수가 마땅치 않았다. 마침 광화문 동아방송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쟈니 브라더스를 만나 즉석에서 녹음했다. 영화가 크게 흥행한 뒤 쟈니 브라더스가 정식 음반에 담아 발표한 것이다. 이후로도 ‘입영전야’(최백호), ‘입영열차 안에서’(김민우) 등의 히트로 이어진다. 그런 유월이 가고 있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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