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사우디서 역대 최대 6조5000억원 규모 공사 수주

이축복 기자 2023. 6. 26. 03: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현대건설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의 50억 달러(약 6조5000억 원) 규모 석유화학단지 공사를 수주했다. 국내 기업이 사우디에서 수주한 사업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 11월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윤석열 대통령과 회담한 뒤 나온 첫 성과로 ‘제2 중동붐’이 본격화될지 주목된다.

25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사우디 다란에 있는 아람코 본사에서 아람코와 ‘아미랄 석유화학 플랜트’ 패키지 1번과 4번 프로젝트 계약 서명식을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는 사우디 동부 주바일 지역에 원유 정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원료를 활용해 ‘화학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에틸렌을 연간 165만 t 생산하는 설비와 주요 인프라, 탱크, 출하 설비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사업비는 50억 달러 규모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2014년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공장 프로젝트 등에 이은 역대 7위다. 윤 대통령은 이날 “아미랄 석유화학 프로젝트 수주를 계기로 한-사우디 양국의 신뢰 관계가 굳건해지도록 정부와 기업은 원팀이 되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기업 ‘원팀’으로 사우디 수주… ‘제2 중동붐’ 본격화

현대건설 6조5000억 수주
작년 11월 빈살만 방한후 첫 성과… 48년전 ‘정주영 중동신화’ 출발지
현대건설 “향후 입찰 줄줄이 예정”… 印尼 등서도 한국기업 진출 청신호


현대건설이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로부터 ‘아미랄 프로젝트’를 따내면서 ‘제2의 중동붐’이 본격화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아미랄 프로젝트는 사우디 동부 주바일 산업항 인근에 석유 플랜트를 짓는 사업이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1975년 사우디 공사를 처음 수주한 곳도 바로 주바일 산업항이었다. 아미랄 프로젝트는 현대건설이 약 반세기 전 사우디 건설시장에 처음 진출한 뒤 거둔 최대 성과다. 당시 주바일 산업항의 수주액 9억3000만 달러는 정부 예산의 25%에 달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까지 수주를 독려했을 정도의 초대형 프로젝트로 국내 건설사의 중동 진출 기틀을 닦았다.

아미랄 프로젝트 수주는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유가 약세 등에도 ‘원팀 코리아’가 따낸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수주로 올 들어(이달 24일 기준) 해외 건설 수주액은 최소 137억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실적(120억 달러)보다 14%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이는 지난해 11월 한국과 사우디 간 체결된 26건, 40조 원 규모의 양해각서(MOU)에 포함되지 않은 추가 성과다. 당시 맺은 MOU 사업인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9조3000억 원 규모)는 올해 3월 기공식을 열었고, 65억 달러(약 8조5000억 원) 규모 그린수소 개발 프로젝트는 5월 예비 타당성 조사를 끝내는 등 별도로 추진되고 있다.

이번 수주까지는 한-사우디 양국 간 고위급 회담이 작지 않은 역할을 했다. 정부와 기업으로 꾸려진 ‘원팀 코리아’ 단장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 2차례에 걸쳐 사우디에 수주 지원을 했다. 특히 올해 3월에는 아람코 최고경영자(CEO)를 만나는 등의 ‘경제 외교’를 펼쳤다. 지난해 11월에는 사우디 관광차관인 하이파 빈트 무함마드 알 사우드 공주와 면담하기도 했다. 원 장관은 “정부와 기업이 함께 손잡고 이뤄낸 제2의 중동붐을 여는 쾌거이자 노력의 결과”라고 밝혔다.

실제 국내 기업과 사우디 간 접점은 더욱 넓어지고 있다. 이달 22일 국내 전기차 충전 플랫폼 기업 ‘대영채비’는 사우디 전기차 충전 서비스 기업인 아이차지와 MOU를 체결했다. 아이차지는 사우디 내 완속·급속 충전소 60곳을 운영하고 있는데 2024년까지 급속·초급속 충전소를 100곳, 2025년까지 500곳 이상 운영할 계획이다. 지난달에는 △삼성물산(스마트시티) △현대자동차그룹 △네이버(디지털 트윈) △쏘카(차량관리 시스템) 등 한국 기업 8곳이 사우디 발주처를 대상으로 기술력을 알리기도 했다. 다음 달엔 한국에서 사우디 북서부 홍해를 따라 짓는 네옴시티 프로젝트의 아시아 첫 전시회도 열린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사우디에서 자푸라2, 사파니아, 파딜리 등 대형 가스 플랜트 프로젝트 입찰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고 했다.

인도네시아, 이라크 등 다른 해외 지역에서도 우리 기업의 사업 진행에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국토부는 인도네시아에 신수도 스마트도시 관제센터 구축을 위한 사전 타당성 조사를 지원하며 사업 진출 교두보를 놓고 있다. 또 다우드 알 구라이리 이라크 무역장관은 최근 6년 만에 열린 한-이라크 공동위원회에 참석해 “조만간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 문제가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돼 다른 프로젝트들과 함께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사업은 한화건설(현 한화 건설부문)이 이라크 정부로부터 2012년에 따낸 14조 원 규모 사업으로 공사가 장기간 중지돼 지난해 10월 계약 해지 위기를 맞았는데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된 것이다.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