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선희의 미래인재교육] 디지털 시대의 리더십 교육, 학교가 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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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태어난 Z세대가 사회에 진입하면서 중년이 된 밀레니얼세대, 임원급 X세대와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학교 교과교육의 목표는 지식 전달 비중을 낮추고 교과 활동을 통해 리더십 등을 교육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
학교가 전문화된 개별 인재 양성에 집중하는 이때, 사회적 관계의 리더십 교육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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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역량은 학교 밖서도 얻을 수 있지만
함께 살아가는 덕목은 학교서만 함양 가능
채선희 중앙대 교육학과 객원교수
2000년대 태어난 Z세대가 사회에 진입하면서 중년이 된 밀레니얼세대, 임원급 X세대와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시행한 ‘직장 내 세대 갈등’ 실태 조사 결과(2019)를 보면 직장인의 63.9%가 세대 차이를 느끼고 특히 정시 퇴근, 업무 지시, 회식 등에서 세대 간 인식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모바일 네이티브인 Z세대는 SNS나 동영상 매체를 통해 과거와 다른 사회관계망을 구축하고, 개인주의를 선호하며, 상명하복 문화에 반발하는 특징을 지닌다. 인공지능(AI)과 함께 자란 알파세대가 사회에 진출하면 이들 역시 Z세대와 또 다른 차이를 보일 것이다. 점점 개별화, 다양화, 파편화돼 가는 디지털 인간관계에는 전혀 다른 경험을 가진 다양한 세대가 공존하고, 이런 이질적인 세대와 교감할 수 있는 리더십은 더 중요해진다.
최근 링크트인 최고경영자(CEO) 제프 와이너와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 등 4차 산업혁명의 선두에 있는 기업가들은 ‘연민의 리더십(compassionate leadership)’을 강조하고 있다. 긍휼감, 동정, 연민 등으로 번역되는 ‘compassion’은 다른 사람의 고통을 자신도 함께 느끼고 그 고통을 덜어주려고 애쓰거나 배려하는 마음, 행동을 말한다. 연민은 ‘공감’의 차원을 넘어 인간의 가치나 사명에 결부된 믿음이자 의지를 뜻한다. 인간이 기계와 동료가 돼 살아갈 시대에, 가장 인간 본연의 가치인 ‘연민’이 부각됨은 매우 역설적이다.
그런데 사회적 관계의 리더십은 언제 길러져야 하는가? 미국 하버드대에서 미국 최초의 소아정신 분석가로 활동한 사회심리학자 에릭 에릭슨에 따르면 인간이 가족 외의 사람과 인간관계를 맺는 최초의 시기가 7~12세이고, 또래 집단과의 관계 형성을 통해 자아 정체성을 확립하는 때가 청소년기다. 즉 아동·청소년기는 가족을 벗어나 더 넓은 사회적 관계를 발달시키며 소속감, 대인관계, 리더십 등 사회적 덕목을 학습하는 시기다. 리더십은 성장하면서 저절로 발달하는 것이 아니라 초·중등학교 시기에 적절한 환경을 통해 계획적으로 길러져야 한다.
한국은 리더십 교육에서 미래 학교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 인공지능과 모바일 발달로 학교는 이미 ‘지식을 습득하는 유일한 곳’이 아니다. 학교 교과교육의 목표는 지식 전달 비중을 낮추고 교과 활동을 통해 리더십 등을 교육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 창의성과 디지털 역량은 학교 밖에서도 습득할 수 있다. 그러나 미래 세대가 또래와 건강한 관계를 맺으며 함께 살아가는 사회적 덕목을 습득할 수 있는 곳은 학교가 유일하다.
최근 핀란드 국가교육위원회는 국가 핵심교육과정에 ‘학생의 교우관계 및 학생과 교사 간 원활한 상호작용 지원 시스템’을 포함했다. 학생들의 정서 및 상호작용 능력을 함양하기 위해 교과 간 협력을 통한 통합교육 수업모델을 활용하는데, 이는 우리 학교의 리더십 교육에도 적용 가능해 보인다.
4차 산업혁명이 초래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됨에 따라 한국은 ‘창의융합형 인재’를 미래사회에 필요한 인재로 규정했다. 특히 2024년 초등학교 1, 2학년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교육 과정에서 변화된 핵심 내용은 ‘개인 맞춤 교육을 통한 디지털 역량 강화’다. 학교가 전문화된 개별 인재 양성에 집중하는 이때, 사회적 관계의 리더십 교육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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