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에 환호 보낸 러시아 시민들…왜?

박은하 기자 2023. 6. 25.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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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너 그룹 ‘24시간 반란’
바그너 그룹 환영하는 시민들 민간군사기업 바그너 그룹 용병들이 지난 24일(현지시간)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에 있는 남부 군관구 사령부를 떠나기 전 시민들이 바그너 그룹 군기를 흔들면서 소리치고 있다. AP 연합뉴스
SNS 영향력 높은 프리고진
정권 비판할 ‘숨구멍’ 역할

무장 반란은 하루 만에 그쳤지만 바그너 그룹은 어떻게 별다른 저항 없이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로 진격할 수 있었을까. 바그너 그룹에 환호를 보낸 시민들은 진심이었을까.

러시아 시민들이 반란을 일으킨 바그너 그룹 병사들을 환영하는 모습이 24일(현지시간) AP 통신, 로이터 통신 등의 사진과 영상에 포착됐다.

바그너 그룹 차량이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주를 지나자 시민들은 도로로 나와 박수를 보냈다. 바그너 그룹 소속 병사들과 사진을 찍으면서 왼손 엄지를 세워 보이거나 악수를 청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25일 반란을 중단하기로 합의하고 로스토프주의 주도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철수할 때도 차창을 열고 거리로 나온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사진을 찍었다. 프리고진은 앞서 “로스토프주 군 사령부를 접수할 때 총알 한 발도 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왜 우리나라가 우리를 지지하는가. 우리가 정의의 행진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국 국방부는 러시아 정규군 일부가 바그너 그룹을 묵인하며 소극적 입장을 유지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프리고진이 쌓아온 대중적 영향력을 과소평가했다는 분석을 전했다. 과거 푸틴 역시 웃통을 벗고 사냥을 즐기거나 암호랑이와 키스하는 등 남성성을 과시하는 사진을 공개하면서 이미지를 쌓아왔는데 프리고진 역시 똑같은 방식으로 대중에게 영향력 있는 이미지를 구축한 것이다. WP는 바그너 그룹이 우크라이나 전쟁 격전지였던 바흐무트 점령을 선언한 것도 러시아에서 이들이 가장 강력한 무력집단이란 대중의 인식을 굳히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의 독립 정치분석기관인 R.폴리틱의 타티아나 스타노바야는 “프리고진은 푸틴이 생각한 것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며 “그(푸틴)는 사람들이 이제 소셜미디어, 인터넷을 통해 살아간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평화적 반전 시위가 차단된 상황에서 프리고진만이 정권에 비판적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점도 긍정적 이미지 형성에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프리고진은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군 지휘부의 무능과 부패,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병사 수만명이 숨진 사실 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군 수뇌부를 비판해 왔다. 지난달 24일에는 푸틴 대통령의 명령으로 개시된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이 엉뚱한 결과를 낳았다고 주장하고, 자식들을 전쟁에 내보내지 않은 러시아 부유층과 엘리트를 비난하는 등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과 프리고진의 고향인 상트페테르부르크 주민인 루스탐(37)은 “지난해 반전시위에 참여했다. 적의 적은 친구”라며 “정부를 전복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지만 일부 개혁은 확실히 필요하다”고 ‘모스크바타임스’에 말했다. 반면 프리고진의 반란에 동조하지 않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다수 포착됐다. 건설 노동자인 세르게이(23)는 “어려운 시기에 사람들이 단결해야 하는데 지금 그의 행동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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