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군 건너뛰고 1군 데뷔, 강행인가 했는데…'15실점' 불펜 더 최악이었다

김민경 기자 2023. 6. 25.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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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뷔전에 나선 키움 히어로즈 이안 맥키니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고척, 김민경 기자] "타자를 공격적으로 공략하는 스타일이고, 볼넷을 내주기 싫어한다."

키움 히어로즈 새 외국인 투수 이안 맥키니(29)가 스스로를 소개한 말이다. 그러나 데뷔전에서는 자신의 강점을 전혀 어필하지 못한 채 공을 내려놔야 했다. 맥키니는 2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82구 5피안타 3사사구 2탈삼진 2실점에 그치면서 패전을 떠안았다. 키움은 2-17로 완패했다.

키움은 지난 16일 부상으로 이탈한 에릭 요키시(34)를 웨이버 공시하면서 곧장 맥키니와 계약을 발표했다. 금액은 18만5000달러. 올 시즌 미국 독립리그에서 뛰다 온 선수라 몸값은 그리 높지 않았는데, 독립리그에서 투수코치도 겸했던 만큼 분석 능력이 빼어나다고 봤다. 직구 최고은 147㎞인데, 맥키니는 스피드건에 찍히는 구속보다 타자가 체감하는 구속이 훨씬 빠르다고 자신하며 KBO리그에서 빨리 증명하고 싶어 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맥키니가 먼저 2군 등판을 하고 컨디션 점검을 마친 뒤에 1군 경기에 등판하게 하려다 급하게 계획을 변경했다. 맥키니의 몸 상태가 바로 1군에 데뷔해도 될 정도라고 내부적으로 판단한 것. 데뷔전은 25일 두산전으로 확정했다. 두산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가 나서는 경기인 만큼 대체 선발투수보다는 맥키니를 투입하는 게 맞설 만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KBO리그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맥키니는 1회초 선두타자 허경민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낼 정도로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본인의 강점으로 어필했던 제구가 흔들린 탓에 1회에만 공 35개를 던질 정도로 고전했다. 맥키니는 무사 1루에서 정수빈에게 우중간 안타를 허용해 무사 1, 2루가 됐고, 양석환을 1루수 파울플라이로 처리하며 흐름을 잠시 끊는 듯했다. 그러나 두산 중심 타자인 양의지와 김재환에게 연달아 적시타를 허용하면서 0-2 리드를 뺏겼다. 두산 선발 알칸타라 공의 위력을 고려했을 때 승패는 사실상 1회에 갈렸다 해도 과언아 아니었다.

1회 실점 이후로는 점수를 내주지 않고 잘 버텼다. 긴장이 풀리면서 어느 정도 자신의 페이스를 되찾은 느낌이었다. 2회초 선두타자 장승현을 좌전 안타로 내보내며 또 한번 흔들리나 싶었는데, 김대한을 삼진으로 잡고 허경민과 정수빈을 연달아 범타로 돌려세우면서 안정감을 찾기 시작했다. 3회초에는 선두타자 양석환을 1루수 왼쪽 내야안타로 내보내는 바람에 2사 3루 위기까지 놓이긴 했으나 강승호를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면서 한번 더 고비를 넘겼다.

맥키니는 4회초에도 선두타자 김재호를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매 이닝 선두타자 출루를 기록했다. 후속타를 내주지 않아 추가 실점은 없었으나 4이닝 만에 투구 수가 82개로 불어났다. 홍 감독이 예고한 한계 투구 수는 80구였다. 1회만 잘 버텼다면 5이닝 투구도 도전해 볼 만했는데, 팀도 맥키니도 아쉬움이 남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키움이 맥키니가 2군에서 한 경기 정도 준비할 시간을 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 대목이었다.

맥키니는 이날 직구 최고 구속 145㎞, 평균 구속 142㎞를 기록했다. 여기에 체인지업(22구)과 커터(14구), 커브(13구) 등을 섞었다. 커브는 스트라이크가 3개뿐이었지만, 체인지업과 커터는 위력이 있었다. 82구 가운데 볼이 34개로 많았던 만큼 제구는 숙제로 남았다.

더 큰 문제는 맥키니가 마운드를 내려간 뒤였다. 5회 이명종(1이닝 2실점), 6회 양현(1이닝 2실점), 7회 김성진(1이닝 5실점), 8회 김선기(1이닝 5실점), 9회 하영민(1이닝 1실점)이 순서대로 등판해 무려 15실점했다. 이명종과 양현은 각각 양석환에게 허용한 투런포에 울었다지만, 김성진과 김선기는 심각하다 싶을 정도로 두산 타자들과 승부 자체를 하지 못하면서 그래도 응원하며 경기를 지켜보던 키움 팬들이 짐을 싸서 경기장을 떠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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