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살 수가 없어요”...비명 지르는 일본인들, 무슨 일이
실질실효환율 최저로
파스타·와인 20% 쑥
수입물가 큰폭으로 올라
엔화 달러당 1엔 하락때
日기업 경상이익 0.4%↑
25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 5월 엔화의 실질실효환율은 76.2로(2020년=100)로 전달보다 2% 가량 하락했다. 일본은행의 추산으로 이 같은 수치는 일본이 변동환율제로 이행한 1973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실질실효환율은 여러 통화에 대한 종합적 구매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된다.
작년 초 달러당 115엔 수준이었던 엔화가치는 작년 10월 32년만에 최저치인 151엔대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올 초에는 127엔대를 보이기도 했으나 3월께 부터 본격적으로 내림세를 보이며 23일(현지시간) 뉴욕외환시장에서 143.87엔으로 7개월 여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햇다. 일본 언론에서는 달러당 145엔대가 가시권에 있다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연말 달러 대비 엔화값 전망치를 140엔에서 145엔으로 하향 조정했다. 연내 147엔까지 하락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엔저는 수입식품 가격의 상승 등을 통해 가계와 수입기업 등에 부담을 주고 있다. 전국 슈퍼마켓의 판매 정보를 종합한 결과 유럽산 치즈중 주로 팔리는 제품의 가격이 1년새 11%, 건조파스타는 23% 올랐다. 유럽산 와인을 전문 취급하는 일본 와인전문점에 따르면 이 가게에서 판매하는 와인 1병당 가격도 15~20% 상승했다. 식품 이외에 고급 공산품의 경우에도 가격 인상폭이 두드러진다. 예컨데, 스위스산 고급 시계 ‘오메가’의 인기 모델 제품 경우 매장 가격이 1년 전 대비 40%가까이 오른 것도 있다.
이 같은 유럽산 수입 제품 가격 상승은 환율로 인한 엔화 구매력 저하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의 5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3.2%(전년동기 대비)로 전달보다는 상승폭이 0.2%포인트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반적으로 엔저는 수출기업의 실적과 외국인 관광객 등의 소비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된다. 다이와증권은 엔화가치가 달러당 1엔 내려가면 일본 기업의 경상이익을 0.4% 가량 끌어올린다고 추산했다. 지난 5월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숫자는 189만8900명으로 1년 전의 12.9배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의 영향으로 원유·자원값이 고공행진을 하며, 엔저의 긍정적 효과보다 물가상승 등으로 미치는 부정적 효과가 크다는 ‘나쁜 엔저’의 논란도 적지 않았다. 일본 금융분석기관 토탄 리서치에 따르면 인구 100만명 이상 선진국중 일본은 지난 10년간 실질 실효환율 하락률이 가장 큰데 반해, 실질 경제성장률은 뒤에서 2번째로 낮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작년에 비해 원유·자원값이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이며 나쁜 엔저 지적이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다고 산케이신문은 지적했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지난해 9~10월 엔저가 심화되자 약 9조엔을 투입해 달러를 매도하고 엔화를 매입하는 시장개입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시장 상황이 달라진 만큼 작년처럼 145엔대에서는 시장 개입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이와증권 관계자는 “달러당 150엔을 넘을때까지 시장개입이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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