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바그너 그룹 반란에 “1917년 ‘내전 비극’ 같아”
“반란 평정” TV 연설서 사회주의 혁명을 ‘내전’ 규정
과거 강대국 복원 등 ‘제정 러시아 시대’ 역사관 드러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바그너 그룹의 반란 평정을 선언하며 소련 건국의 도화선이 된 1917년 러시아 혁명을 ‘내전의 비극’으로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푸틴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TV 연설에서 반란 정보를 입수했다며 가담자 모두를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현재 미래를 위해 가장 어려운 전쟁을 벌이고 있으며 네오나치와 그 조련사들의 침략을 격퇴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침공은 우크라이나를 앞세운 서방의 침략으로부터 러시아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기존 선전을 반복했다.
푸틴 대통령은 바그너 그룹의 반란이 “최전선에서 싸우는 전사들에 대한 배신”이라며 러시아 혁명이 일어났던 1917년을 언급했다. 그는 러시아 제국의 1차 세계대전 승리가 ‘파업’으로 “도둑맞았다”며 “군대 뒤에서 벌어진 논쟁과 음모는 더 큰 재앙, 우리 군대와 국가의 파괴, 광활한 영토의 손실 그리고 결국 내전의 비극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1917년 볼셰비키 혁명을 러시아 제국의 시각에서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1차 세계대전이 장기화되면서 생활고가 심해지자 1917년 3월 민중이 시위·파업을 벌이고 차르(황제)로부터 유혈진압을 명령받은 병사들이 이를 거부하면서 혁명이 발생했다. 이 혁명은 당시 러시아 달력으로 2월에 일어났기 때문에 ‘2월 혁명’으로 불린다.
2월 혁명으로 부르주아와 사회주의자들의 연합 정권인 케렌스키 임시정부가 탄생했다. 이후 혼돈과 생활고가 계속되자 1917년 11월 공산주의 혁명가 블라디미르 레닌이 이끄는 볼셰비키 혁명이 일어났다. 이는 자본주의 타도를 내건 혁명으로 소련 건국으로 이어졌다. 이후 공산주의와 차르 체제에 대한 입장을 둘러싸고 ‘적백내전’이 벌어졌다.
푸틴 대통령은 적백내전 승리를 이끌고 소련을 강대국의 반열에 올려놓은 한편 전체주의 시스템을 만들었던 이오시프 스탈린을 높이 평가해 왔다. 1991년 소련 해체 결정을 두고는 “최악의 지정학적 실수”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소련의 이념이 아닌 ‘강대국으로서의 면모’와 ‘지정학적 영향력’을 복원하려는 역사관을 지녔다고 평가받는다.
푸틴 대통령의 궁극적 목표는 러시아 제국 시절의 영향력을 회복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러시아 제국의 영토를 크게 넓힌 표트르 대제를 존경한다고 공공연히 밝혀 왔다. 그는 지난해 “우크라이나는 고대부터 옛 러시아”라며 침공을 정당화했으며 같은 해 10월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표트르 대제의 북방전쟁에 비유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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