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강·교재 금기어 된 ‘킬러’
정부 집중 단속 기간 선포에
상당수 업계서 명칭 등 교체
수험생들은 “촌극” 조롱도
이주호, 26일 대책 발표서
‘킬러 문항’ 예시 공개 예정
정부가 지난 22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2주간을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 기간으로 선포하고 집중단속에 나서자, 수능 대비 인터넷 강의 명칭과 교재 제목 등에서 ‘킬러’라는 표현이 급속히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 출제를 사교육 과열의 주된 요인으로 지목한 데 따른 사교육 업계의 반사적 반응인데, “킬러 문항만 죽인다고 사교육 문제가 해결되겠느냐”는 교육당국을 향한 냉소도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메가스터디, 대성마이맥 등 대형 수능 인강 업체 소속 강사들의 대표 교재에서 ‘킬러’라는 단어 상당수가 사라졌다. 화학 영역에서는 ‘킬러 극복 특강’이 ‘양적중화 극복 특강’으로 바뀌었고, 생명과학 영역에선 ‘캐치킬러’가 ‘캐치로직’으로, 수학 영역에선 ‘킬러코드’가 ‘어4코드’로 바뀌는 식이었다. 사정은 학원가도 마찬가지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소재 한 학원은 최근 ‘킬러유형 분석’ 강좌 명칭을 ‘심화유형 분석’으로 바꿨다.
수험생 커뮤니티 등에선 ‘촌극’이란 조롱이 나오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킬러라는 말을 쓰면 고난도 문제풀이 강의가 어둠의 ‘교과 외 스킬 강의’로 바뀌는데 어쩔 수 없지 않느냐”라며 “집중단속 기간이라 다 같이 (이름을) 바꾸는 것 같다”고 했다.
현직 수학강사 A씨는 “학원 지침에 따라 일단 ‘킬러’가 들어간 홍보문구나 교재 등은 다 교체하기로 얘기가 된 상황”이라며 “정확히 킬러 문항이 뭔지, 사교육 카르텔이 뭔지 모르는 상황에서 신고센터가 운영되다 보니 당장 바꿀 수 있는 부분부터 바꾸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6일 사교육비 경감 대책 브리핑을 열고 ‘킬러 문항’의 예시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 부총리는 지난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킬러 문항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진행자의 지적에 “지난 3년간의 수능 문제들, 그리고 지난번에 6월 모의고사 문항 중에서 어떤 것이 킬러 문항인가를 다 지금 가려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교육부는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센터를 개설한 지 이틀 만에 44건의 관련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카르텔 관련 신고의 경우 사교육 업체와 수능 출제 체제 간 유착 의심 6건, 끼워팔기식 교재 등 구매 강요 4건이다. 부조리 관련 신고는 교습비 등 추가 징수 4건, 허위·과장 광고 4건, 기타 26건으로 나타났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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