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A 1.90' 에이스, 뜻밖의 2패에 꾹 참았던 말…"아들아 생일 축하해"
[스포티비뉴스=고척, 김민경 기자] "늦었지만, 사랑하는 아들의 생일을 한번 더 축하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두산 베어스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31)가 뜻하지 않게 선발 2연패에 빠진 동안 꾹 참았던 말을 드디어 꺼냈다. 알칸타라는 25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 선발 등판해 6⅔이닝 85구 5피안타(1피홈런) 1사사구 3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치며 17-2 대승을 이끌었다. 시즌 8승(3패)를 챙기면서 평균자책점은 종전 1.94에서 1.90으로 낮췄다.
평균자책점이 설명하듯 알칸타라는 올 시즌 내내 기복 없이 두산 선발진을 이끌고 있다. 승수를 추가하지 못한 직전 2경기도 알칸타라는 제 몫을 다했다. 지난 14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는 5⅔이닝 3실점을 기록하고 4-3 리드 상황에서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갔으나 불펜이 무너지는 바람에 4-5로 져 승리를 날렸다. 20일 잠실 SSG 랜더스전은 6이닝 1실점 호투에도 9회까지 1-1 균형이 깨지지 않는 바람에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SSG전 역시 연장 10회 1-6으로 졌다. 알칸타라는 에이스로서 반드시 승수를 쌓아야 하는 본인 등판 2경기에서 연달아 지자 마음이 좋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14일 창원 NC전은 더더욱 아쉬운 마음이 컸다. 둘째 아들 로만(6)의 생일 선물로 꼭 아빠의 승리를 안겨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7승 이후 3경기 만에 승리투수가 되자마자 아들 로만의 이름부터 언급한 이유다.
알칸타라는 "개인적으로 지난 NC전 등판이 둘째 아들 로만의 생일이었다. 아들에게 승리를 선물로 주고 싶었는데, 결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늦었지만 사랑하는 아들의 생일을 한번 더 축하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이야기하며 아들 바보의 면모를 자랑했다.
알칸타라는 평소에도 "아이들이 아침마다 와서 '아빠는 최고야'라고 말을 해준다. 어떻게 보면 아이들이 내게는 큰 동기부여다. 아이들이 이런 말을 해줘서 아침에 더 열심히 운동하고 싶고, 더 좋은 투수, 더 좋은 선수가 되고 싶다"며 가족 사랑을 표현하곤 했다.
두산 타선은 이날 그동안 꽉 막혔던 혈이 뚫린 것처럼 대폭발했다. 4회와 5회 양석환이 연타석 투런포를 터트리면서 지난 10경기에서 2승8패에 그치며 축 처져 있던 팀 분위기를 단숨에 끌어올렸다. 두산은 이날 선발 전원 안타를 기록하며 장단 20안타로 17점을 뽑는 폭발력을 보여줬다.
덕분에 알칸타라는 평소보다 더 편하게 키움 타자들과 싸워 나가면서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직구는 최고 구속 155㎞, 평균 구속 151㎞가 나올 정도로 구위가 좋았고, 포크볼과 슬라이더의 위력도 여전했다. 11-0까지 벌어져 경기가 느슨해진 7회말 이형종에게 솔로포를 허용한 게 유일한 흠이었다. 시속 152㎞짜리 직구가 조금 높게 들어갔는데 이형종의 방망이에 제대로 걸려 왼쪽 담장 너머로 뻗어 갔다.
알칸타라는 승리 뒤 "등판한 앞선 2경기에서 팀이 승리하지 못해 아쉬웠다. 오늘(25일) 개인 기록보다 팀 승리가 더욱 기쁘다"며 "트레이닝 파트에서 정말 열심히 관리해 준다. 내 몸에 맞는 운동법대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게 지금까지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 권명철 박정배 투수코치님도 본인들의 노하우를 열심히 알려주신다. 모두 감사드린다. 아울러 일본에서 경험을 한국야구에 접목시키면서 조금 더 발전한 것 같다"고 호투 비결을 밝혔다.
그토록 바랐던 팀 승리를 이끌었고, 아들에게 뒤늦게 생일 축하 인사도 남긴 만큼 이제는 두산이 다시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길 바랐다.
알칸타라는 "이번 주 연패가 길었지만, 우리 팀 투수들과 야수들 모두 어떻게든 결과를 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팬들에게 죄송했다. 지금처럼 믿음을 보내 주신다면 두산은 반드시 도약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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