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 2만5000명 모스크바로…내전 코앞에서 ‘탱크’ 멈췄다

박은하 기자 2023. 6. 25. 21:1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프리고진 “정부군, 고의 폭격” 주장…푸틴 “반역, 잔혹 처벌”
러, 주민 통제령 내리며 무력 진압…교전 중 정부군 병기 손실
크렘린궁 “반란 혐의 취하, 신변 보장”…벨라루스 중재 ‘철수’
바그너 그룹 소속 군인들이 24일(현지시간)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도누에 있는 군사 기지로 철수 준비를 하고 있는 동안 러시아 시민들이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AFP연합뉴스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이끄는 민간군사기업 바그너 그룹의 무장 반란은 약 24시간 만에 종료됐다. 반란은 하루에 그쳤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권위에 손상을 내며 후폭풍을 예고했다.

프리고진은 무장 반란 하루 전인 23일(현지시간)부터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크렘린궁과 러시아 국방부를 비난하는 게시물을 텔레그램에 쏟아냈다. 로이터·AFP·스푸트니크 통신 등을 종합하면 프리고진은 이날 오전 러시아 국방부가 우크라이나에 있던 바그너 그룹의 후방 기지를 고의적으로 포격했다고 주장했다. 오후 9시쯤 음성 메시지를 올려 쇼이구 장관을 축출하는 반란을 일으키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것은 정의의 행진”이라며 “우리는 끝까지 갈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이날 자정 무렵 무장 반란 혐의로 프리고진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프리고진은 24일 새벽 바그너 그룹 병사 2만5000명이 국경을 넘어 로스토프로 진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전 7시30분 모스크바에서 1000㎞ 떨어진 로스토프나도누의 주요 시설을 점령했다고 선언했다. 러시아군 저항이 거의 없었던 무혈 점령으로 전해졌다. 반란군 병력 일부는 M4 고속도로를 타고 모스크바를 향해 진격했다.

푸틴 대통령은 오전 10시 TV 연설을 통해 “프리고진이 개인적 야망으로 러시아를 배반했다”며 반란 가담자 전원을 가혹하게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대테러작전을 선포하면서 곳곳에서 교전이 벌어졌다. 로스토프나도누에서 북쪽으로 500㎞ 떨어진 보로네시의 유류 저장고에서는 원인 불명의 폭발과 화재가 발생했다. 러시아군 헬리콥터가 이동 중인 바그너 그룹을 공격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모스크바 남부 외곽 지역에는 장갑차와 병력이 주둔한 검문소가 설치됐다. 모스크바 시내에도 긴장감이 감돌았다.

반란은 오후 7시30분쯤 급작스럽게 종료됐다. 프리고진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반란을 중단하고 바그너 그룹 병사들은 벨라루스로 떠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협상 직전 반란군이 모스크바 남쪽 200㎞ 지점까지 진격했다고 주장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프리고진에 대한 반란 혐의 수사를 취하한다고 밝혔다. 반란에 가담하지 않은 바그너 그룹 병사들의 안전도 보장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골루비예프 로스토프 주지사는 25일 새벽 반란군이 로스토프나도누를 떠나 그들의 진지로 복귀했다고 전했다. 바그너 그룹의 병력이 철수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텔레그램에 공개됐다. 영상에는 바그너 그룹 탱크를 둘러싼 군중의 모습과 시민들이 환호하는 장면이 담겼다.

러시아군은 바그너 그룹의 공세에 상당한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벨라루스 텔레그램 미디어 넥스타는 러시아군의 헬리콥터 6대와 항공관제기 1대 등 항공기 7대가 손실됐다고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4일 저녁 대국민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의 통제력 상실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하루 만에 그들은 백만 단위의 도시 여러 개를 잃었고 모두에게 러시아 도시를 장악하고 무기고를 탈취하는 게 얼마나 쉬운지 드러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인들을 향해 “여러분의 군대가 우크라이나에 더 오래 있을수록 러시아는 더 황폐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성명을 내고 “무장 반란 시도는 푸틴 대통령을 굳건히 지지하는 러시아 사회에 강한 반감을 불러일으켰다”면서 서방 국가들을 겨냥해 “우리는 루소포빅(러시아공포증)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러시아 내부 상황을 이용하려는 시답잖은 시도에 대해 경고한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반란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프리고진의 반란이 진행되는 동안 우크라이나 키이우, 자포리자 등에서는 러시아의 공습과 민간인 사망이 보고됐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