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인상 사각지대' 일반·우등버스 전환 제도 손질 필요

요금 인상 절차 까다로운 반면, 일반·우등 전환은 간략
우등 변경시 승객 입장서 약 30% 이상 인상 체감
국토부, 우등운행 비율 확대 지침

[천안]시외·고속버스의 일반과 우등버스 전환에 관한 제도 손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행법에 따라 버스의 요금과 요율은 복잡한 심의절차 등을 거쳐 변경되는데 반해 일반 및 우등버스 등 운행형태는 신고 만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승객 입장에서는 사회적 합의나 숙고가 없는 요금 인상을 겪게 된다.

여객자동차법에 따르면 시외버스의 운임이나 요금을 변경하기 위해선 버스 여객사가 법으로 정해진 요율의 범위에서 요금을 정해 국토부 장관 또는 시·도지사에 신고해야 한다. 요율은 여객사에 원가계산이나 운임 및 요금액 산출의 기초가 되는 자료를 제출받아 적정이윤을 포함한 원가, 서비스 수준 확보, 유류비 등의 검증을 거쳐 정해진다. 요욜 산정의 객관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해 국토부 장관이 위촉하는 시외버스운임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했다.

반면, 고속버스와 우등고속버스, 시외일반버스와 시외우등버스 간의 전환은 조합에 신고해야 하는 '경미한' 사항의 변경으로 정해두고 있다. 운행계통별 전체 운행대수의 30% 이내의 전환만 가능하다. 요금 인상절차에 비해 일반과 우등버스의 배차 변경 절차는 간략하다.

우등버스 요금은 일반버스의 약 30% 비싸다. 정해진 시간에 탑승하는 시외버스의 특성상, 선택권이 제한되는 승객 입장에서는 동일한 시간에 타던 버스가 일반에서 우등으로 변경 시 요금 부담이 갑자기 늘게 된다. 천안에서 대전으로 통근을 하는 한 시민은 "일반버스를 우등으로 배차하는 건 요금 인상의 사각지대라고 생각한다"며 "승객들의 권리를 위해 배차 전환을 까다롭게 하거나 미리 공지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펜데믹 이후 우등버스의 비율은 크게 늘었다. 천안시외·고속터미널의 최근 5년간 시외·고속버스 주요 노선별 우등버스 운행비율에 따르면 천안발 서울 경부로 가는 고속버스의 우등 비율은 2019년 26%에서 2023년 5월 41%로 늘었다. 같은기간 동서울과 대전 유성은 0%에서 각각 48%, 35%로 증가했다. 특히 서울남부터미널 행 버스는 100% 우등버스로 채워졌다.

국토부는 여객사의 우등버스 운영을 확대토록 규제를 완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는 우등버스 운행비율을 노선당 70%까지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지침을 지난 2016년에 시·도에 내렸다. 이 지침에서는 노선의 나머지 30%도 시·도의 재량에 따라 우등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여객사는 펜데믹 이후 승객이 줄어든 만큼 우등 전환에 따른 수익증가는 없다고 답한다. 지역의 한 시외버스 여객사 관계자는 "유류비와 인건비 증가로 우등버스가 만차가 되도 일반 버스 운행이랑 수익은 똑같다"며 "오히려 펜데믹을 거치며 넓게 가는 것 더 좋아한다. 비슷한 시간대 예약을 보면 우등이 먼저 매진된다. 일부 승객은 일부러 두자리를 예매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대전일보는 국토부에 일반버스와 우등버스의 전환 관련 지침과 제도 개선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하고 대변인실을 통해 응답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