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슈가, 솔로로도 꽉 채운 무대…"좀 더 화를 내보겠다"
교통사고 기억 녹여내고 기타·피아노 연주도…BTS 멤버들 응원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제 솔로곡은 화가 많이 나 있잖아요. 이제는 좀 온화하게 하려는데, 싫으신가요? 그럼 좀 더 화를 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슈가는 25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첫 솔로 월드투어 'D-데이'(D-DAY) 서울 공연에서 멋쩍은 듯 팬들을 향해 웃어 보이며 이같이 말했다.
슈가가 이 같은 이야기를 꺼낸 것은 희망과 위로를 건네는 방탄소년단 팀 곡과는 결이 다르게 그의 솔로곡은 유독 거친 분노를 머금고 있기 때문이다.
슈가는 이날 홀로 무대에 올라 화를 원 없이 쏟아내며 방탄소년단과는 또 다른 자신만의 음악 색깔을 뽐냈다.
슈가는 일(一)자형 무대가 주를 이루는 일반적인 콘서트와 달리 장내 정중앙에 넓은 직사각형 무대를 뒀다. 무대 정면에는 족히 아파트 3층 높이는 돼 보이는 거대한 전광판이 자리했다. 공연 시작을 앞두고 객석의 응원봉이 중앙 제어를 통해 형형색색으로 물들자 장내는 '민윤기(슈가의 본명)! 민윤기!' 하는 외침으로 가득 찼다.
슈가는 자신이 과거 겪은 오토바이 사고를 모티브로 삼은 듯한 인트로 영상 후에 댄서들에게 들려 무대에 등장했다.
그는 검은 정장에 검은 넥타이 차림으로 등장해 4월 발표한 첫 공식 솔로 음반 타이틀곡 '해금' 가사를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라이브 밴드의 반주에 맞춰 넓은 무대를 홀로 종횡무진했다. 찢어지는 듯한 기타·드럼 사운드를 뒤로 하고 박자에 맞춰 발을 차거나, 헤드뱅잉까지 하는 모습은 마치 록 콘서트를 방불케 했다.
슈가는 이날 첫 솔로 음반 'D-데이'(D-DAY) 수록곡뿐만 아니라 '대취타', '어거스트 디'(Agust D), '기브 잇 투 미'(give it to me) 등 그간 발표한 믹스테이프(비정규음반) 노래들도 들려줘 팬들을 기쁘게 했다.
이번 월드투어는 지난 4월 미국 벨몬트 파크에서 시작해 미국 뉴어크·로즈몬트·로스앤젤레스·오클랜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일본 가나가와, 태국 방콕, 싱가포르에서 진행됐다. 슈가는 이들 도시에서 28만명에 달하는 팬을 만났다.
이번 서울 양일 공연 1만5천명을 더하면 30만에 가까운 아미(방탄소년단 팬)를 대면한 셈이다.
슈가는 땀에 흠뻑 젖은 채 "(투어의) 마지막 날인 만큼 충분히 즐겨 달라"며 "오늘 좀 많이 덥다. 열기가 뜨거운 것이라고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친필 사인이 적힌 기타를 직접 치며 '트리비아 전 : 시소'(Trivia 轉 : Seesaw)를 부르거나, 피아노를 치며 '라이프 고스 온'(Life Goes On) 무대를 꾸미는 등 래퍼를 넘어 뮤지션의 면모까지 뽐냈다.
솔로 음반 선공개곡 '사람 Pt.2' 무대에서는 아이유가 피처링한 부분을 팬들이 '떼창'으로 대신 불러 눈길을 끌었다.
슈가는 지난 3월 세상을 뜬 일본 음악계의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가 참여한 '스누즈'(Snooze)를 부르기에 앞서 생전의 사카모토와 함께 한 영상도 공개했다. 슈가는 이 영상에서 두 손을 공손히 모은 채 피아노를 치는 사카모토를 뒤에서 지켜봤다. 그는 영상 말미에 '머나먼 여행 평안하시기를 빕니다'라는 메시지를 띄워 고인을 추모했다.
슈가는 'D-데이'(D-DAY), '인트로 : 네버 마인드'(Intro : Never Mind), '마지막'을 앙코르로 선보이고 모든 무대를 마쳤다.
당초 무척 넓었던 직사각형 모양의 무대는 공연이 진행됨에 따라 일부가 천장으로 들려 올라가 점점 좁아졌다. 정규 세트리스트 마지막 노래 '어미그덜러'(AMYGDALA)에서는 슈가 혼자 겨우 서 있을 공간만이 남아 깊은 여운을 남겼다.
그는 처음에 등장했을 때처럼 댄서에게 들려 무대를 떠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잠시 후 앙코르를 위해 다시 무대에 올라 교통사고라는 인생의 큰 아픔마저 극복했다는 메시지를 건넸다.
그는 "우리 체조(경기장)에서 보자고요"라며 8월 4∼6일 앙코르 콘서트 계획도 '깜짝' 발표해 팬들의 환호를 자아냈다.
약 2시간에 걸친 이날 공연은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를 통해 온라인으로 생중계됐다. 또 방탄소년단 멤버 정국, 지민, 뷔가 현장 객석에서 슈가를 응원했다.
공연이 열린 서울 잠실실내체육관 인근은 일찌감치 전 세계 아미로 북적였다.
방탄소년단과 슈가의 인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공연장이었기에 티켓을 구하지 못했는데도 무작정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온 열성 아미도 적지 않았다.
미국 뉴욕에서 온 미셸 앤드루스 씨도 그러한 팬 가운데 한 명이었다. 그는 공연장 입구 앞에서 휴대전화로 슈가의 영상을 보며 아쉬움을 달랬다.
앤드루스 씨는 "슈가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것들이 시작부터 끝까지 내 취향"이라며 "가사가 한국어라 완벽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그가 음악을 전달하는 방식과 열정을 통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연장에서는 방탄소년단의 글로벌한 인기에 걸맞게 필리핀, 아르헨티나, 멕시코, 미국, 일본 등 각국에서 온 팬들이 눈에 띄었다. 핀란드에서 온 키르시 이모넨 씨도 운이 좋게 티켓팅에 성공해 슈가를 직접 보는 기쁨을 누렸다.
이모넨 씨는 "내가 일상에서 화가 날 때 슈가의 노래를 들으면 내 감정이 잦아들곤 한다. 그가 대신 화를 내 주는 기분이 든다"며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말고 네 길을 가라는 그의 메시지가 와 닿았다"고 말했다.
"4월 21일 (솔로) 앨범 내고 투어를 시작해서 6월 말까지 왔습니다. 두 달 동안 너무 행복하고 즐거운 기억을 안겨 주시고, 투어가 재밌다는 것을 알려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제가 다시 무대에 섰을 때는 7명이 있어야죠!" (슈가)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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