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돈으로 빚 갚나" CGV 유상증자에 CJ 시총 4조 증발

신하연 2023. 6. 2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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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자 5700억 중 채무상환 3700억
최대주주 CJ는 600억만 참여
"일반주주에 경영실패 책임 전가"
CJ·CGV 주가 8~31% 급락

CJ CGV가 기존 발행주식 수보다 많은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고 난 이후 일반 주주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5700억원 규모로 진행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최대주주 CJ는 600억원만 참여하는 반면, 비상장 자회사 주식 현물출자로 지분율은 유지하게 된다. 개미 투자자들은 "경영 실패의 책임을 일반주주에게 전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경기 침체 우려에 최근 CJ CGV 유상증자 이슈까지 불거진 CJ그룹 시가총액은 연초 이후 25.7%나 쪼그라들었다. 상위 15개 대기업 집단 중 가장 큰 폭 하락이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초 16조4800억원이었던 CJ그룹 시총은 최근 12조2400억원으로 줄면서 상반기에만 약 4조2400억원이 증발했다.

CJ그룹에서 시총 비중이 가장 큰 CJ제일제당의 주가는 연초 37만6500원에서 지난 23일 27만3500원까지 내려앉은 상태다. 경기 침체로 가공식품 수요가 줄어든 데다 지속되는 원가 부담과 바이오 부문 업황 둔화에 따른 부진 우려가 반영됐다.

여기에 최근 5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소식을 발표한 CJ CGV 주가가 1만원선 아래로 무너지며 1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갔고, 주주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에 600억원가량 참여키로 한 지주사 CJ의 주가도 동반 하락했다. 유상증자 계획이 발표된 다음날인 지난 21일부터 사흘간 CJ와 CJ CGV 주가는 각각 8.07%, 31.38%씩 급락한 상태다.

CJ 측은 단순히 재무 악화에 따른 자금 수혈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유상증자 결정 공시에 따르면 5700억원 가운데 3800억원이 채무상환자금으로 사용되며 신사업에 투자하는 시설자금은 1000억원에 불과하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영화관 사업이 OTT(동영상 스트리밍)에 밀려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주주들의 거센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CJ CGV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신주 7470만주(발행가 7630원)를 새로 발행, 주주배정 후 실권주는 일반 공모한다. 하지만 최대주주 CJ는 지분율 48.5%만큼 신주를 인수하지 않는다.

이 경우 CJ의 지분율은 낮아져야 하지만 5700억원 규모 유상증자와 별도로 CJ가 지분 100%를 보유한 비상장 자회사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전량을 현물 출자해 진행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율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CJ CGV 종목토론방에서는 최대주주는 빠지고 경영 실패의 책임을 일반 주주들에게 전가한다는 원성이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결국 개미 호주머니를 털어 빚을 갚겠다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CJ CGV는 2016년 튀르키예 마르스 엔터테인먼트 인수 이후 리라화 폭락으로 발생한 총수익스와프(TRS) 파생상품 평가손실로 적자가 이어졌고, 2020년부터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2018년부터 5년 연속 순손실을 기록 중이다.

CJ CGV는 앞서도 재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신주와 전환사채 발행으로 자본 확충에 나선 바 있다. 지난 2020년 유상증자(2200억원)와 신종자본증권 발행(10월 800억원·12월 2000억원), 2021년 전환사채 발행(3000억원), 2022년 제3자배정 유상증자(1500억원), 영구 전환사채 발행(4000억원) 등이 이어졌다.

증권가에서는 CJ 주가 낙폭이 다소 과도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CJ CGV는 CJ 올리브네트웍스를 통해 극장운영 첨단화, 광고사업 고도화, VFX(비주얼이펙트) 사업 확대 등 사업적 시너지 및 연간 100억원 규모 배당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면서 "이틀간 CJ의 CJ CGV 순자산가치(NAV)는 346억원 감소했으나 CJ 시가총액은 922억원 감소해 단기 주가 낙폭이 과도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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