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 없으면 잇몸으로···포항의 저력, 인천을 눌렀다[스경X현장]
K리그1 팀들에 있어 A매치 휴식기는 가뭄의 단비와도 같다.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떨어진 선수들의 체력을 다시 보충해주는 것은 물론, 취약점을 보완해 다음 경기를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항 스틸러스에게 이번 6월 A매치 휴식기는 그렇지 못했다. 휴식기 이전 부상으로 빠진 선수들이 한 명도 돌아오지 못한 데다, 오히려 대표팀에 차출된 선수마저 부상으로 한동안 이탈하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포항은 괜히 상위권에 위치한 팀이 아니었다. 이가 없어도 잇몸으로 버티며 원정에서 귀중한 승리를 챙기고 하루 만에 2위를 탈환했다.
포항은 25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3 19라운드 경기에서 전반 12분 터진 제카의 선제골을 끝까지 지켜 1-0으로 이겼다. 원정에서 승점 3점을 챙긴 포항은 승점 34점이 돼 FC서울(승점 32점)을 제치고 하루 만에 다시 2위로 올라섰다. 반면 인천은 6경기 연속 무패(1승5무)가 중단되며 중위권 도약의 발판을 만들지 못했다.
김기동 포항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헛웃음부터 터뜨렸다. 포항은 A매치 휴식기 전 정재희와 김종우, 심상민 등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A매치 휴식기를 통해 이들이 회복하고 복귀하길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했다. 그런데 A매치 기간에 24세 이하(U-24) 대표팀에 뽑혀 중국 원정을 다녀왔던 고영준마저 오른쪽 무릎 내측인대 부분파열로 최소 한 달은 뛰지 못하게 됐다.
김 감독은 “휴식기 때 부상자 복귀를 기대했는데 한 명도 안 돌아오고 되려 한 명이 더 빠져버렸다”며 “(고영준은) 처음에 심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실려서 나오는 것을 보고 빨리 체크하라고 했다. 선수도 없는데 U-22 자원을 누굴 써야 하나 고민했다”고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이내 “어린 선수들이 뛰어주고 경험 많은 선수들이 도와주면 된다. 어린 선수들이 파이팅 있게 경기를 하면서 베테랑들이 조율하면 된다. 버텨가면서 해야 할 것 같다”며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초반부터 인천 수비 뒷공간을 노리며 기회를 엿보던 포항은 전반 12분 만에 결실을 맺었다. 페널티지역 오른쪽을 파고들던 김승대가 땅볼 패스를 내줬고, 이를 골문으로 달려들던 제카가 마무리했다.
이후 별다른 상황없이 전반전을 1-0으로 마친 양팀은 후반전 들어 본격적으로 공방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후반 6분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포항 백성동이 회심의 왼발 슈팅을 날렸으나 골대를 맞고 튀어나왔다. 후반 18분 제카의 헤딩슛도 골대를 맞고 나왔다.
인천도 시간이 지날수록 기세를 올리며 포항을 압박했다. 후반 19분 코너킥 상황에서 권한진이 헤딩슛을 해봤지만 역시 골대를 맞고 나왔다. 후반 25분에는 제르소가 넣어준 패스를 뒷공간을 파고들던 김보섭이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골대를 벗어났다.
6분이 주어진 추가시간에도 양팀의 공방전은 쉴새없이 펼쳐졌다. 하지만 포항의 단단한 수비가 인천의 거센 공격을 모조리 막아냈다. 인천은 경기 막판 골키퍼까지 공격에 투입하는 강수까지 뒀지만, 끝내 포항의 골문은 열리지 않고 포항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인천 |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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