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 먹통' 수행평가 점수도 뒤죽박죽… 수시 준비 '올스톱'

김경준 2023. 6. 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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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대 나이스' 오류, 수행평가도 과목별·학교별 점수 뒤섞여
기말고사 연기에 단축수업까지… 학부모 "수시 준비 어쩌나"
교단 "시스템상 정보 신뢰 못해… 교육계 대형 참사" 우려
4세대 나이스 화면이 '로딩 중'이라는 메시지가 뜬 채 멈춰있는 모습. 서울교사노조 제공

예산 2,824억 원을 들여 21일 개통한 '4세대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의 작동 오류가 계속되면서 기말고사 시즌을 맞은 초중고교 현장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다른 학교의 시험 정답이 노출되는 문항정보표 출력 오류 탓에 이미 출제를 마친 시험 문항을 재편집하거나 준비된 시험지를 폐기하고 재인쇄하는 상황이 빈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학생들의 수행평가 성적이 과목별로 뒤죽박죽 섞이거나 다른 학교 학생 성적이 출력되는 오류까지 발생하면서 기말고사 진행은 물론 이후 성적 처리 작업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수학 수행평가 검색에 국어 점수 노출… 합산 점수도 틀려"

25일 교사노조연맹에 따르면 일부 학교에서 나이스에 접속해 학생 수행평가 결과를 검색했을 때 각 과목 점수와 합산 점수에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 A학생의 수학 '확률과 통계' 수행평가 결과를 검색하면 '심화 국어' 점수가 나오고, 과학 점수를 검색하면 사회 점수가 나오는 식이다. 교사노조연맹 관계자는 "제보한 교사가 학급 전체 학생의 수행평가 결과를 확인한 결과 모든 학생의 점수가 잘못 기입돼 있었다"며 "개별 수행평가 점수는 물론 합산 점수도 틀리게 표시돼 더 이상 시스템상 정보를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행평가 결과를 출력했더니 다른 학교 학생의 성적이 출력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 문제까지 맞물린 심각한 사고다.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는 나이스를 통해 출결 내역을 인쇄했더니 다른 고등학교 학생의 수학 수행평가 성적이 출력되는 황당한 일도 벌어졌다. 다만 이런 현상들이 단순한 화면 출력이나 인쇄상의 오류인지, 원 정보 자체의 손상으로 인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학교 현장은 일대 혼란에 빠졌다. 서울 소재 고교 A교사는 "수행평가 결과를 나이스에 직접 입력하고 엑셀 파일 등으로 별도 보관하지 않은 선생님들이 많은 상황이라 학생들 점수가 '증발'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크다"며 "이제 와서 수행평가를 다시 실시할 수도 없고, 만약 데이터가 복구된다 하더라도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B교사는 "교사들이 감사에서 가장 큰 징계를 받는 사안이 성적 처리 오류"라며 "한 학생의 수행평가 점수 하나만 잘못 입력해도 징계를 받는데, 시스템 오류 때문에 전국 모든 학교의 수행평가 점수가 뒤죽박죽된 상황은 교육계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대형 참사"라고 평가했다. C교사는 "모든 학교가 대혼란이다.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없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야근·주말 특근에 학사일정 차질… 고3 "수시 준비 날벼락"

교원단체 등에 따르면 다음 주 기말고사를 치르는 대부분의 중고등학교는 교육당국 지침에 따라 문제지를 재편집하거나 이미 인쇄된 경우 재인쇄에 들어갔다. 민감한 사안이라 문제지는 재편집 이후에도 여러 차례 검수 과정을 거치는데, 촉박한 일정 때문에 23일 금요일에 야근을 하거나 주말에도 출근한 교사들이 부지기수다.

일부 학교는 교사들에게 시험지 준비 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학사 파행을 감수하고 단축수업을 실시하는 고육책까지 꺼내들었다. 교사 D씨는 "주말에도 문제지 재편집을 했지만 문항정보표 출력이 안 돼 결재를 받을 수 없어 결국 시험 일정을 연기하기로 했다"며 "어떻게든 시험을 치른다고 해도 그때까지 시스템이 복구되지 않으면 성적표가 나올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안 그래도 교육부의 '수능 킬러문항 배제' 방침으로 혼란에 빠진 고3 수험생과 학부모의 불안은 더욱 고조됐다. 고3 자녀를 둔 학부모 E씨는 "학교에서 대입 수시 모의 면접을 진행하기로 했는데, (나이스 오류로) 학교생활기록부 열람을 할 수 없어 일정이 연기됐다는 얘길 들었다"고 말했다. E씨는 "수시 위주로 준비하는 수험생은 당장 9월부터 시작하는 대학별 수시 전형 전략을 짜야하는데, 시스템 정상화 전까지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는 처지"라며 "불안정한 시스템 탓에 내신 성적에 오류가 발생할까 잔뜩 신경이 곤두서있다"고 말했다.


교육부 차관 "혼란 송구… 문제 해결에 역량 총동원"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범정부 대응협의회에서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는 이날 장상윤 차관 주재로 4세대 나이스 개통상황 점검 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접수된 문항정보표 출력 오류 사례는 10여 건이다. 장 차관은 문항정보표를 변경 중인 학교 현장의 애로사항을 듣고 "학교 현장에 혼란과 불편함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장 차관은 시도교육청에 "기말고사가 안전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새 시스템 불편사항 해소에 모든 행정역량을 집중해 달라"고 요청했다. 나이스 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서유미 원장에게는 "기관의 역량을 총동원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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