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엄마’ 작가 “암 의심소견 받고 집필…‘희망’ 말하고 싶었다”[MK★인터뷰]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나쁜 엄마’는 자식을 위해 악착같이 나쁜 엄마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영순’과 아이가 되어버린 아들 ‘강호’가 잃어버린 행복을 찾아가는 감동의 힐링 코미디다.

‘나쁜 엄마’는 자식을 위해 나쁜 엄마가 될 수밖에 없던 영순(라미란 분)과 뜻밖의 사고로 아이가 된 강호(이도현 분), 훈훈한 조우리 패밀리의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이야기를 그렸다. 특히 애증과도 같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눈물겨운 존재인 영순, 강호 모자의 서사와 관계성이 특별하게 전개되면서 찡한 감동을 선사했다.

또한 정씨(강말금 분)와 미주, 박씨(서이숙 분)와 삼식(유인수 분)을 비롯해 미주와 쌍둥이 남매, 수현과 대신 살아남은 아이, 어미 돼지와 새끼 돼지 등을 통해 극 전반을 관통하는 ‘모성애’라는 소재를 깊이 있게 풀어내 폭넓은 공감을 선사했다.

‘나쁜 엄마’를 집필한 배세영 작가가 소감을 전했다. 사진=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SLL∙필름몬스터

뜨거운 호평을 받은 ‘나쁜 엄마’의 최종회 시청률은 자체 최고인 전국 12.0%를 기록, 수도권은 13.6%(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로 전 채널 1위를 차지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2049시청률에서도 자체 최고인 4.3%를 기록하며 인기를 증명했다.

배세영 작가는 최근 서면 인터뷰를 통해 ‘나쁜 엄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마지막까지 유쾌하고 따뜻한 감동을 준 ‘나쁜 엄마’로 첫 드라마 집필에 성공한 배세영 작가의 소감을 들어본다.

Q. ‘나쁜엄마’라는 작품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또 12부작이나 16부작이 아닌 14부작으로 결정한 이유는?

14부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기획안을 구성하면서 각각의 스토리라인과 에피소드를 분배해봤을 때 우리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가장 효율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길이로 14부가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Q. ‘돼지’라는 소재가 인상깊었다. 많은 동물들 중 돼지여야 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돼지에게 ‘사자’ 같은 이름을 붙인 비하인드는? 또 조진웅 배우가 특별출연 겸 1화에서 강렬한 활약을 펼쳤는데, 조진웅 배우를 캐스팅 비하인드도 궁금하다.

처음 나쁜엄마는 영화 시나리오로 기획됐습니다.

당시 제가 건강검진에서 암 의심 소견을 받고 3개월 후 있을 재진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남겨질 아이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으로 가득했습니다. 마침 남편이 동물약품 회사에 재직하고 있었을 때라 돼지농장을 함께 여러차례 방문했던 적이 있었는데 ‘어미돼지는 28일동안만 새끼돼지와 함께 할 수 있어서 그 기간 동안 돼지의 모든 습성을 가르치고 떠나야 한다’는 말을 듣고 마치 어미돼지의 삶이 그 당시에 제가 처한 상황 같다고 느꼈습니다.

28일 동안만 새끼와 있을 수 있는 어미 돼지의 상황과 주인공 영순이 너무도 닮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닮았지만 다른 시한부 상황을 은유적으로 작품과 연결하려고 하였고, 하늘을 볼 수 없는 돼지가 하늘을 보기 위해서는 넘어져야 한다는 시련이 있지만 그것을 견디고 이겨내어 기적을 만든다. 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엄마를 상징하는 동물이 있다면 항상 새끼들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돼지의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나쁜 엄마’를 집필한 배세영 작가가 소감을 전했다. 사진=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SLL∙필름몬스터

강호가 돼지에게 사자의 이름을 붙인 건, 강아지를 호랑이라고 부르는 걸 보고 재밌어하는 미주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습니다. 또한 지금은 강호가 힘없는 아기돼지처럼 연약해 보호받아야 할 상황이지만 언제가는 사자처럼 용맹하게 오태수와 맞붙어야 한다는 의지도 담겨있습니다.

해식은 1화에만 등장하고 죽지만 작품 전체를 관통하며 정서를 지배하고, 사건의 시작이자 끝인 인물이기 때문에 단번에 강렬한 임펙트를 줄 수 있는 조배우님이 꼭 필요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워낙 연기력이 뛰어난 분이시고 기획 초기부터 나쁜엄마에 대한 애정을 가지셨던 분이시라 별 다른 부연설명이 필요없었던 것 같습니다. 송우벽 회장의 부산 사투리와 야구에 관련된 정보도 조배우님께 도움을 받았습니다.

Q. 극 중 강호가 사고 후 7살 아이가 된다. 그 나이대로 설정한 이유는?

미주가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고 하는 시간을 계산 해 봤을 때, 예진과 서진이가 7살 정도가 됐습니다. 예진, 서진과 강호가 ‘친구’가 되어 조우리 마을을 뛰어다녔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같은 나이로 설정하였습니다. 제게는 이 부분이 아주 중요한 설정이었습니다.

Q. 배우 라미란, 이도현 캐스팅에 눈물을 터트렸다고 했다. 무한 신뢰를 하고 있는 배우들의 연기를 어떻게 봤는지 궁금하다.

저희 ‘나쁜 엄마’가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배우님들의 연기력이었습니다. 저는 제가 작품을 쓰면서 머릿속에 그려 본 캐릭터가 원래 어떤 캐릭터였는지를 잊어버릴 정도로 영순, 강호, 미주에게 빠져있었습니다. 눈빛, 표정, 말투... 무심하게 흘러내린 머리카락 한 올까지도 완벽하게 영순, 강호, 미주였으니까요.

조우리 마을 사람들은 정말 대본에 저런 인물들을 썼었나 싶을 정도로 세상 둘도 없을 개성있는 연기들을 보여주셨어요. 게다가 서진, 예진, 안드리아의 어색한 발음은 그조차 연기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귀엽고 정감이 갔구요. 조우리는 그야말로 총성없는 전쟁! 연기 배틀의 장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악의 축 라인인 송회장과 오태수는 이들을 법정에서 단죄하는 것이 맞나.. 조우리 야산 어딘가에 조용히 묻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후회를 할 정도로 완벽하게 미운 연기를 보여주셨습니다. 강호의 복수를 빨리 보여달라고 원성이 높았던 것도 결국 이 두 빌런의 소름끼치는 연기력때문 아닌가 싶습니다.··

‘나쁜 엄마’를 집필한 배세영 작가가 소감을 전했다. 사진=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SLL∙필름몬스터

Q. 작가와의 의리를 위해 류승룡 배우가 특별출연했다. 13년 만에 안방극장을 찾게 한 뒷이야기가 궁금하다.

조진웅 배우님 ‘우리는 형제입니다’ ‘완벽한 타인’. 류승룡 배우님 ‘극한직업’ ‘인생은 아름다워’

두 배우님들 모두 저와는 다수의 작품에서 연을 맺어 오셨습니다. 이를 계기로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나쁜엄마 작품 초기부터 많은 조언과 도움을 아끼지 않으셨고 흔쾌히 출연을 해 주셨습니다.

Q. 시청자 사이에서 호평과 함께 영순의 시한부 등 요소가 다소 아쉽다는 반응도 있었다. 결말은 처음부터 염두를 해둔걸까? 결말에 대한 만족도가 궁금하다.

영순의 죽음은 작품 초기부터 염두에 두었습니다. 영순이 강호에게 혹독해야만 하는 타임리미트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엄마에게 시한부 설정을 둔 것은 신파에 기댄 감정적인 이유가 아니라 영화, 드라마의 제한된 상영시간 내에서 엄마가 할 수 있는, 아니 해야만 하는 것들을 빠르고 집약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타임리미트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영순에게 시한부 설정을 두지 않는다면 영순이 강호를 위해 이렇게 많은 일들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시간이 많으니까요. 영순의 다급함이 사건을 전개시키고 여러 증거들을 찾아내며 인물간의 오해를 풀리게 만듭니다.

결말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좋습니다. 보통의 시한부 이야기 처럼 마지막이 우울하거나 침울하지 않고 작은 축제처럼 표현한 것은 죽지않는게 행복한 게 아니라 의미있는 죽음,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에 남는 죽음, 행복하게 눈 감을 수 있는 죽음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나쁜 엄마’를 집필한 배세영 작가가 소감을 전했다. 사진=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SLL∙필름몬스터

Q. 강호에게 영순은 정말 ‘나쁜엄마’였을까?

좋은엄마와 나쁜엄마를 나눌 수 있는 정형화 된 기준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사랑, 나쁜 사랑이 없듯이 말이죠. 아무리 자식입장에서 좋은 엄마였다고 말해도 엄마는 결국 자신이 나쁜 엄마였다고 말 할 것입니다.

좋은사람 나쁜사람은 보편적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엄마라는 두 글자가 붙는 순간 좋은? 나쁜? 이라는 개념이 모호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쁜 엄마의 영어식 제목이 The good bad mother 입니다.

Q. 대본보다 배우분들이 더 잘 구현해준,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다면? 또 작가님이 꼽는 명대사, 명장면은?

“배부르면 잠와. 잠 오면 공부 못해” 영순과 강호의 장면은 보면서도 눈물을 많이 흘렸습니다. 지긋지긋한 트라우마로 기억 됐던 말이기도 하고 사랑하는 엄마의 말을 주문처럼 가슴에 새기고 있었기에 자연스레 나온 말이기도 합니다. 이도현 배우와 라미란 배우의 서글픈 교감이 화면에 너무 잘 그려졌다고 생각합니다.

(명대사라고 생각한 대사는) “어서와” “다녀왔습니다” 입니다. 단순하게 기억이 돌아왔다는 사실뿐 아니라, 오해가 쌓였던 모자의 관계가 회복되었다는 생각에 아주 의미있는 대사라고 생각합니다. 명장면이라고 생각한 장면은 8화에 다시 일어나 걷게 된 강호를 향해 손을 벌리던 영순과 걸음마를 하던 아기 강호의 모습이 오버랩 되었던 장면입니다.

Q. 가슴 따뜻한 힐링 코미디라는 점에 시청자들에 호평을 받으며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소감은?

3년이라는 집필 기간보다, 7주라는 방영 기간이 저에게는 더 길고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과연 저의 첫 드라마가 어떤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만날 수 있을지... 많은 걱정과 긴장 속에 한 주 한 주를 보냈고 매주 쏟아지는 박수와 질타 속에서 많은 위로를 받고 또 많이 성장했습니다.

저희 ‘나쁜 엄마’에 보내주신 과분한 사랑과 관심, 그리고 수많은 응원과 가르침의 메시지에 감사드립니다.

‘나쁜 엄마’를 집필한 배세영 작가가 소감을 전했다. 사진=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SLL∙필름몬스터

Q. 드라마를 통해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는지, 또 메시지가 잘 전달됐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희망을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넘어져야만 하늘을 볼 수 있는 돼지처럼.. 부모님이 죽어 남편의 소중함을 알았고, 남편이 죽어서 자식의 소중함을 알았고, 자식이 아파서 자신의 소중함을 알았고, 자신의 죽음으로 이웃의 소중함을 알게 된 영순이처럼, 한가지를 뺏어가면 그 자리에 채워지는 희망이 있다는 것. 시련과 고난 속에서야 찾게 되고 찾아지는 그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회를 ‘나쁜엄마’ 팀이 다같이 시청했다. 다같이 모여서 본 소감과 현장에서 있던 재밌는 반응이나 에피소드가 있었을까.

시청률 결과가 만족스러워서 모두가 행복한 마음으로 종방연을 즐겼습니다. 마지막 방송은 드라마 속 잔치처럼 흥겹고도 아련했습니다. 화면에 한사람 한사람이 등장할 때마다 나올 때 마다 환호하고 박수를 쳤습니다. 또한 오태수와 송회장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장난스레 야유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마지막 영순의 장례식과 편지 부분에서는 모두가 눈물을 흘렸습니다. 서로 감사하고 격려하면서 헤어진 훈훈한 마무리였습니다.

Q. 세상의 ‘나쁜엄마’들과 강호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희 나쁜 엄마를 통해 부모와 자식의 서로에 대한 이해와 화해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자식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자식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물어보고 응원과 격려를 해주세요. 마지막 영순의 대사를 인용하고 싶습니다. “인생이 참 신기하죠. 한가지를 뺏어 가면 그 자리에 분명 한 가지를 채워 주어요.” 넘어져야 하늘을 보는 돼지처럼 힘든 상황이 되어야만 보이는 희망이 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좌절하지 말고 함께 희망을 찾아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드라마를 사랑해준 시청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

모든 작가들은 집필하는 과정의 고난과 고통을 견뎌내며 작품을 완성합니다. 저 또한 그랬습니다. 그 결과물에서 제가 바라보았던 지향점을 함께 바라봐주시고 사랑해 주셨던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좀 더 두터워진 진심으로 따뜻하고 희망찬 좋은 작품으로 여러분들을 찾아 뵙겠습니다.

[손진아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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