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수술 반복하고 해마다 논란인 수능···“이번엔 시기상 특히 부적절”

김나연 기자 2023. 6. 25.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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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도·출제 오류·사교육 경감 등 다양한 논란
올해는 ‘킬러 문항’ 출제 배제가 논란 촉발
전문가들 “수능 5개월 전 논란은 부적절”
수능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 20번 문항에 오류가 았다는 내용의 행정소송 첫 변론기일인 2021년 12월10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학생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1994년에 처음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올해로 30살이 된다. 그동안 수능은 크게 10여 차례 큰 변화를 맞았다. 정권에 따라 입시 기조가 바뀌기도 했고, 교육과정 개정, 사교육 경감 등 다양한 이유로 숱한 변화를 거쳤다. 난이도와 출제 오류 등 논란도 계속됐다. 올해는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 출제 배제 방침이 공식화되면서 수능을 5개월 앞두고 논란이 불거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수능은 첫해부터 난이도 관련 잡음을 겪었다. 1994학년도 수능은 8월과 11월에 1, 2차 시험으로 실시됐다. 수험생은 두 번의 시험 결과 중 좋은 성적으로 대학에 지원할 수 있었다. 그러나 1, 2차 시험 간 난이도 차이가 커 논란이 됐고 이듬해부터 연 1회 실시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2001학년도는 수능 만점자가 66명에 달하는 역대급 ‘물수능’이었고, 바로 다음 해인 2002학년도에는 급격한 난도 상향조정으로 난이도 논란이 생겼다. 이에 따라 2003학년도부터는 모의평가를 처음으로 도입하면서 수험생 수준 파악과 난이도 조절에 나섰다.

출제 오류도 종종 발생했다. 2004학년도 수능에서 처음으로 복수 정답이 인정됐다. 이후 네 차례 더 출제 오류가 있었고, 2015학년도에는 수능 역사상 최초로 2개 문항에서 오류가 나왔다. 2022학년도 수능에서는 생명과학II 출제 오류로 소송까지 간 끝에 전원 정답 처리되기도 했다. 이는 최초로 수능 정답 효력에 대한 집행정지가 인용된 사례였다. 지난해 수능에서도 영어 영역 23번 문제가 사설 모의고사 지문과 동일하다는 논란이 일었다.

수능이 사교육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수능을 변화시켜 온 요인 중 하나다. 2011학년도에는 EBS 연계율을 70%로 올려 사교육 수요를 줄이기로 했다. 그러나 학교 수업이 교과서보다 EBS 교재 위주로 진행된다는 지적에 공교육을 정상화한다는 취지에서 2022학년도부터 연계율이 50%로 낮춰졌다. 2018학년도부터는 사교육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됐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서울교사노동조합 등 교육 관련 시민단체들로 이루어진 ‘수능 킬러문항 방지를 촉구하는 교육단체 연대’ 소속 교사 및 활동가들이 지난 23일 국회 앞에서 수능 킬러문항 방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올해는 킬러 문항이 사교육의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출제에서 배제됐다. 수능을 5개월 앞둔 시점에 대통령의 수능 관련 직접 지시가 나오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사임, 교육부 국장 경질 등 이례적인 상황이 일어나면서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킬러 문항 출제를 지양하겠다는 기조는 2020학년도부터 나왔다. 2019학년도 수능 국어 영역에서 31번 문제가 초고난도 문항으로 지적되자 평가원장이 사과에 나섰고, 이후 수능 시행 기본계획에서 “초고난도 문항의 출제는 지양하겠다”는 기조가 이어져 왔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4년 전부터 킬러 문항을 지양하겠다고 했고, 올해에는 배제하겠다는 것이지만 여전히 킬러 문항은 존재한다”라며 “킬러 문항을 지양하거나 배제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했다.

이전까지는 수능이 치러진 이후에 제도를 손질하거나 예고제에 따라 변화를 줬으나 수능을 150여일 앞둔 상황에서 논란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1년 2월까지 3년4개월 동안 평가원장을 지낸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는 “수능은 닥쳐오는 문제 상황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왔는데, 5개월도 안 남은 상황에서 난이도 논란을 일으킨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며 “고교학점제 등 교육과정이 전면 개편되기 때문에 30년 끌고 온 수능 체계는 길어봤자 3~4년 남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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