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의 KT!', LCK 2년 5개월만에 T1 꺾으며 단독 2위 부상

남정석 2023. 6. 2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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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롤스터 선수들이 24일 LCK아레나에서 열린 LCK 서머 시즌 라이벌 T1과의 경기에서 2대0으로 승리한 후 손을 들어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LCK

진격의 KT롤스터가 무려 11번째 승부만에 숙적 T1을 물리치며 '서머의 KT'라는 닉네임을 재확인했다.

KT는 24일 서울 종로 LCK아레나에서 열린 '2023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시즌 T1과의 경기에서 2대0의 셧아웃 승리를 거뒀다. 5승1패를 기록, T1을 제치고 단독 2위까지 치고 오른 KT는 무려 5년만에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 진출할 절호의 기회까지 잡게 됐다.

24일 LCK아레나에서 열린 T1과 KT의 경기를 준비하는 선수들과 양 팀 팬들의 모습. 사진제공=LCK

▶라이벌인듯, 아닌듯

KT는 T1과 한국 e스포츠의 역사를 양분하고 있는 전통의 팀이다.

국내에서 e스포츠의 태동기라 할 수 있는 1999년에 창단을 하며, 삼성 갤럭시(현 젠지 e스포츠)와 함께 가장 오래된 e스포츠 구단이기도 하다. T1이 SK텔레콤 T1이라는 이름으로 2004년 창단한 것보다 5년이나 빠르다.

다만 '스타크래프트' 종목에선 두 구단이 우열을 가리기 힘든 엄청난 대기록을 썼지만, 지난 2012년 함께 시작한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에선 T1이 단연 앞서고 있다.

T1은 역대로 LCK 10회 우승을 시작으로 롤드컵 3회, MSI(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 2회 제패 등 전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LoL팀으로 꼽힌다. 하지만 KT는 LCK 2회 우승에 그치고 있고, 롤드컵 2회 진출했지만 모두 8강에 그친 것이 최고 성적이다. MSI는 아예 나서지 못하며 T1과 적어도 '리그 오브 레전드'에선 라이벌이라 불리기 힘들 정도이다.

하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기인' 김기인, '비디디' 곽보성, '리헨즈' 손시우 등 3명의 네임드 선수를 전격 영입, 스프링 시즌 정규리그 3위를 차지했고 플레이오프 패자조 최종 결승 진출전(4강)까지 오르며 전열을 가다듬었다. 이어 서머 시즌에 돌입한 후 T1과의 첫 대결에서 압승을 거두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특히 지난 2021년 1월 24일 스프링 시즌 정규리그에서 승리한 이후 내리 10연패를 당하고 있었는데, 정확히 2년 5개월만인 11번째 맞대결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뒀기에 KT 선수들이 얘기했듯 분명 1승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또 KT는 역대로 서머 시즌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는데다, 지난 2018년 한국에서 열린 롤드컵 이후 5년만에 또 다시 국내에서 열리는 롤드컵 무대에 다시 오를 가능성을 한층 높인 상황이다. KT는 스프링 시즌 3위로 챔피언십 포인트 50점을 이미 획득했기에, 스프링 시즌 정도의 성적만 기록한다고 해도 LCK 상위 4개팀에게 주어지는 롤드컵 출전권을 따낼 수 있다. 4연승을 달리고 있는 KT는 앞으로 2주간 하위팀들과의 4연전을 앞두고 있어, 연승을 계속 이어갈 공산이 크다.

반면 T1은 스프링 시즌 정규리그 1위임에도 불구, 플레이오프 결승전에서 젠지에 발목이 잡힌데 이어 MSI에서도 중국팀에 연파를 당하며 결승에 오르지 못하고 3위에 그친 여파가 서머 시즌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스프링 시즌에서 이미 챔피언십 포인트 70점을 획득했기에, 5년 전과 달리 올해는 국내팬들에게 롤드컵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은 충분하다.

▶서동부 리그의 고착화

LCK에선 1위부터 5위가 왼쪽, 6위부터 10위가 오른쪽에 순위가 표기되기에 보통 '서부'와 '동부' 리그로 불린다.

일단 스프링 시즌 우승팀인 젠지가 25일 현재 KT와 T1 등 강팀을 모두 물리치며 6전 전승으로 1위를 질주하고 있는 가운데, KT와 한화생명e스포츠 2위와 3위 그리고 T1과 디플러스 기아가 각각 4위와 5위를 달리며 서부 리그를 형성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5개팀이 스프링 시즌에 이어 서머에서도 막판까지 이 자리를 지킬 것으로 예상될 정도로, 서부와 동부의 실력차가 상당하다는 점이다.

스프링 시즌에는 리브 샌드박스가 초중반 KT와 디플러스, 한화생명 등 상위권 팀들을 잡아내는 '자이언트 킬러'를 자임하며 서부 리그의 구도를 흔드는 변수가 됐지만, 서머 시즌에는 이 역할을 맡을 동부 리그팀이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OK저축은행 브리온이 지난 15일 디플러스를 2대1로 꺾은 것을 제외하곤, 동부팀이 서부팀을 좀처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광동 프릭스가 3승3패로 동부 리그에서 가장 높은 6위를 달리고 있지만, 3승 모두 DRX, 브리온, 농심 레드포스 등 하위팀을 상대로 거둔 것이고 상위 3개팀에는 모두 0대2로 셧아웃을 당하며 전력차를 보이고 있다.

시즌 반환점을 도는 2주 내에 터닝 포인트를 마련하지 못할 경우, 이들 5개팀은 플레이오프 마지노선인 6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물고 물리는 혼전 양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시즌 전체의 흥행이나 경쟁력에도 마이너스 요인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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