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축구계 만연한 금품 관련 비리를 성역없이 수사하라[김세훈의 스포츠IN]
검찰이 국내 프로축구 지도자, 에이전트, 구단 직원 등을 조사하고 있다. 선수 영입 과정에서 암암리 이뤄진 관계자 간 금전 비리를 밝혀내기 위함이다. 검찰은 지난주 프로 2부리그 안산 그리너스 임종헌 감독을 압수 수색했다. 임 감독이 태국프로축구, 안산 감독으로 일하면서 선수를 받아주는 대가로 에이전트 A씨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게 혐의 내용이다. A씨는 프로 1부리그 구단에 선수를 집어넣는 과정에서 대학 감독, 프로 구단 고위 관계자에게 금품을 줬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A씨는 서울 소재 대학 축구부 전직 감독이 지방 프로 구단에 선수를 입단시키면서 부모로부터 사례금 1000만원을 받는 과정에 관여했다는 혐의도 있다.
최근 국내 축구계, 대학 축구계에서는 대학 입학 또는 프로구단 입단 관련 금품 거래 의혹들이 계속 제기됐다. 프로 2부 구단 현직 감독은 대학 선수를 받아주는 대가로 부모에게서 돈을 받았다. 하지만 결국 선수를 받아주지 않았고 부모의 항의를 받고 돈을 돌려주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축구계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수도권 대학 감독들이 고교 졸업 선수들을 서로 돌려가며 받아주면서 금품을 챙긴다는 소문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 24일에는 전직 선수가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와 “태국에서 거주하는 한국 에이전트에게 태국 구단 입단을 전제로 돈을 줬다”며 “입단이 무산되면서 돈을 날린 선수가 5명 이상”이라고 호소했다. 전직 프로 선수 모씨는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프로구단에 가기 위해서 에이전트에게 돈을 줬고 에이전트가 대학 감독, 프로구단 관계자에게 돈을 건넸다”며 “그런데 ‘배달 사고’가 생겨 구단에서 방출됐다”고 말했다. 수도권 한 프로구단은 주전급 선수들을 받는 과정에서 과도한 비용을 써서 의혹을 사고 있다. 몇몇 대학 축구부는 부모 찬조금을 학교 공식 계좌가 아니라 개인 계좌로 받는다는 말도 들린다.
제보가 아무리 많아도, 수사권이 없는 한 의혹을 밝히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구단을 운영하는 대기업, 지방자치단체도 선수 영입 업무를 강력하게 관리하거나 치밀하게 감시하지 않는다. 대한축구협회, 프로축구연맹도 “구단 고유 업무다” “개인 정보 공개에 제한이 있다”는 이유로 선수 계약 내용, 선수별 에이전트 명단 등에 대한 열람을 불허하고 있다. 일부 에이전트들은 자신들이 관리하는 선수 숫자를 일부러 적게 등록한다. 특정 구단과의 유착 관계를 감추기 위해서다. 이런 그릇된 관행과 허술한 제도 속에 대기업, 지자체 돈이 ‘뇌물’과 ‘검은돈’으로 변질돼 개인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본지 기자와 인터뷰에서 “A씨가 추가로 다른 금품 수수 건이 있는지는 살펴보고 있다”며 “수사 확대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검찰이 이번만큼은 반드시 광범위하고 철저하게 수사해주기를 바란다. 대한축구협회, 프로축구연맹, 대학축구연맹, 문화체육관광부도 그릇된 관행을 덮거나 묵인하지 말고 비리를 예방하고 사건을 내부적으로 조사하는 동시에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엄벌에 처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고개를 갸우뚱하는 팬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동시에 축구단 운영 및 창단을 회의적으로 보는 기업, 지자체를 설득할 수 있지 않겠나.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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