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사자는 토끼 잡을 때도 전력”…그런데 ‘토끼’는 누가 될까?

이주빈 2023. 6. 25.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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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넘게 경찰 때리는 홍준표 시장
홍준표 대구시장이 17일 오전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린 대구퀴어문화축제 현장을 찾았다. 홍준표 시장 인스타그램 갈무리

“사자는 토끼를 잡을 때도 전력을 다한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가 선거법 위반한 사실이 없으면 이번 압수, 수색에 관여한 대구경찰청장 이하 관계자들에게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라고 쓴 글의 마지막 대목입니다.

자신을 ‘사자’에, 경찰을 ‘토끼’에 빗댄 것입니다. 실제로 홍 시장은 지난 12일부터 열흘 넘게 ‘전력을 다해’ 경찰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홍 시장은 퀴어축제 당시 도로점용 문제를 둘러싸고 경찰과 대치했고 이후 경찰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대구시청을 압수수색하자 경찰과 전면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홍 시장의 ‘토끼 사냥’은 언제까지 계속될까요.

홍준표 대구시장이 2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페이스북 갈무리

지자체장이 경찰과 싸우는 이유는

홍 시장과 대구경찰청의 갈등은 지난 12일 시작됐습니다. 대구 퀴어문화축제를 앞두고 경찰이 홍 시장에게 버스노선 우회 요청을 했지만, 홍 시장이 이를 거절한 것입니다. 홍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집회 신고와 달리 도로점용 허가와 버스노선 조정은 대구시의 업무”라며 “공공성이 있는 집회로 보기 어려워 우리(대구시)는 그런 조처를 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했습니다.

3일 뒤인 지난 15일 홍 시장은 페이스북에 다시 한번 글을 올립니다. “1%도 안 되는 성 소수자의 권익만 중요하고 99% 성 다수자의 권익은 중요하지 않나.”

홍준표 대구시장이 17일 오전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린 대구퀴어문화축제 현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결국 대구 퀴어문화축제가 치러진 지난 17일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대구시 공무원과 경찰의 충돌이 벌어졌습니다. 대구시 공무원들이 퀴어문화축제 관계자들을 불법 도로점용이라며 막아서자, 경찰이 공무원들을 제지한 것입니다. 대구시가 시내버스 우회 조처를 하지 않기로 하면서, 경찰이 운전자에게 교통 정보를 안내하고 퀴어문화축제가 시청·중구청의 행정대집행, 축제 반대 집회 등과 충돌하지 않게 한다는 취지로 나섰기 때문입니다.

이에 홍 시장은 이날 퀴어문화축제가 열린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찾아 “공무원 충돌까지 오게 한 대구경찰청장의 책임을 묻겠다”며 “불법 집회가 난무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하지만 홍 시장이 대구 퀴어문화축제를 ‘불법’으로 규정한 것은 무리한 조처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퀴어문화축제는 적법하게 신고‧수리돼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한다는 게 경찰과 행사 주최 단체의 입장입니다. 도로점용허가를 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주최 쪽이 무대와 부스를 설치하는 것을 막을(행정대집행) 사유는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실제 과거 같은 장소에서 열린 집회들도 모두 대구시의 도로점용 허가 없이 이뤄졌습니다.

17일 오전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린 대구퀴어문화축제 행정대집행 현장에서 공무원과 경찰이 충돌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의 압수수색…왜?

홍 시장이 연이어 경찰을 공격하던 가운데, 경찰이 대구시청을 압수수색하면서 갈등이 증폭됐습니다. 지난 23일 대구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부는 홍 시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고발 사건과 관련해 대구시청 동인청사 공보담당관실 등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압수수색은 지난 2월 대구참여연대가 홍 시장과 대구시 유튜브 담당 공무원 1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에 따른 것입니다. 대구참여연대는 “대구시 공식 유튜브 ‘대구TV’에 홍 시장 개인의 이미지나 실적을 홍보하는 영상으로 가득 차 있고, 이 영상물들은 홍 시장 개인 유튜브인 ‘TV홍카콜라’에도 거의 그대로 올라와 있다”며 “대구TV 담당자는 홍 시장 개인에게 초점을 맞춘 영상물을 지속적으로 게시하여 공무원의 중립 의무, 지방자치단체의 실적 홍보 제한 등 공직선거법의 여러 조항을 위반했다”고 주장합니다.

23일 오전 대구경찰청 관계자들이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고발 사건과 관련해 대구시 동인청사를 압수수색하고 압수 자료를 가지고 대구시청을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홍 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관련 글을 여섯 개나 올리며 경찰을 맹비난했습니다. 그는 “대구 경찰청장이 이제 막가는구나. 고발만 들어오면 막무가내로 압수수색하나? 수사권을 그런 식으로 행사하면 경찰이 아니라 그건 깡패”라고, “우리 공보관실 직원들이 유튜브를 관리하면서 시장의 행사를 일부 업로드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홍 시장은 “오늘부로 대구 경찰청 직원들의 대구시청 출입을 일체 금지한다”는 ‘선언’도 했습니다.

경찰은 “홍 시장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고발 사건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하게 된 것”이라며 “압수수색 대상에 홍 시장 본인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아울러 경찰은 검찰에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한 것이 9일이고, 발부가 16일 됐다고 밝혔습니다. 퀴어문화축제가 열리기 전에 영장 절차가 진행된 것이므로 ‘보복’이라는 시각에 선을 그은 것입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17일 오전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린 대구퀴어문화축제 현장을 찾았다. 홍준표 시장 인스타그램 갈무리

계속되는 ‘앵그리버드’ 스타일

홍 시장은 앞서 4월부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저격하며 갈등을 빚었습니다. 그는 5월1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당 대표가 좀 옹졸해서 말을 잘 안 듣는다” 등의 발언을 해 당 내부의 반발을 마주했습니다. 홍 시장이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관련해 당 지도부를 공격한 뒤 김 대표가 홍 시장을 당 상임고문직에서 해촉한 뒤 나온 발언입니다.

‘앵그리버드’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로 그는 그동안 정치인, 언론, 시민단체 등을 상대를 가리지 않고 싸움을 벌이는 정치를 해왔습니다. 홍 시장의 이번 ‘토끼 사냥’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듯 합니다.

다만 홍 시장 덕분에 퀴어 축제는 그 어느때보다 주목을 받았습니다. 다음달 1일 서울 도심에 예정된 퀴어 축제는 현재까지 서울시나 중구청이 행사를 막겠다는 입장을 보이지 않아, 대구시와 달리 경찰과 공무원들 사이에 충돌은 없을 전망입니다.

17일 오후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대구 퀴어문화축제 행진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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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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