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O 안보동맹 넓히고 위안화 확대···中 '중동 포커판' 바꾼다
中 '중재자 자처' 등 노력 보이자
사우디 SCO 가입 등 결실 이어져
UAE 항만·산업단지 건설 주도하고
위안화 결제 산유국 착실히 늘려
중국은 중동에서도 세력을 강화하기 위한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오랜 기간 정체됐던 중동 정세의 변화를 이끌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는가 하면 개별 국가들과 경제·안보 분야에서도 협력을 다지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과거 미국이 중동에 행사하던 막강한 영향력이 약해진 틈을 파고들어 서방에 대한 견제 수위를 높이고 나아가 숙원 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해상 실크로드)와 위안화 굴기를 실현하기 위한 발판으로 활용하려는 전략이다.
중국은 특히 중동의 맹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밀착하고 있다. 이슬람 수니파를 이끄는 사우디는 전통적인 친미(親美) 국가였지만 원유 증산, 지역 내 미군 철수 등의 문제를 놓고 미국과 충돌하며 관계가 악화됐다. 중국은 이 틈을 타 중동 내 세력 간 분쟁을 조율하던 미국의 역할을 꿰차고 있다. 이슬람 양대 진영의 종주국으로서 오랜 앙숙인 사우디와 이란은 올 3월 중국의 중재로 7년 만에 외교 정상화에 합의했다. 이후 사우디와 이란의 정상이 서로를 초청하는 등 양국 관계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중국은 팔레스타인자치정부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며 중동 개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자치정부 수반을 만나 ‘이스라엘이 장악한 동예루살렘을 팔레스타인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아랍권 국가들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어 양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해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 가입을 돕겠다고 약속했다.
이러한 중국의 노력은 중동 국가들이 중국 주도의 안보 동맹에 속속 참여하는 결실로 이어지고 있다. 3월 사우디는 중국·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대항해 결성한 상하이협력기구(SCO) 가입을 공식화했다. 지난해 정회원국 가입 절차에 나선 이란과의 관계가 개선된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이에 위기를 느낀 미국은 부랴부랴 중동에서 지위 되찾기에 나섰다. 뉴욕타임스(NYT)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차례로 접촉한 것에 대해 “2년여간 중동 외교의 ‘포커판’을 지켜보는 데 만족했던 백악관이 중동이 점점 중국 쪽으로 끌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판돈을 걸기로 결정했다”고 평가했다.
중국과 중동의 경제적 결속도 깊어지고 있다. 중동은 일대일로 구상의 육·해로가 모두 통과하는 핵심 지역이다. 중국의 야심은 해외 자본을 유치해 인프라를 구축하고 경제 회복을 꾀해야 하는 중동 국가들과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이달 열린 아랍·중국 비즈니스 회의에서는 사우디와 중국 간 1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합의가 이뤄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12월 시 주석이 사우디를 방문해 외교적 존재감을 확대한 데 따른 후속 활동”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방문에서 시 주석은 사우디와 500억 달러의 투자협약을 맺었으며 이후 사우디 국부펀드(PIF), 아람코와 중국 기업 간 협력 역시 강화되고 있다. 중국은 교역이 가장 활발한 중동 국가 중 하나인 아랍에미리트(UAE)에서도 항만·산업단지 등의 건설을 주도하고 있으며 양국 간 새 직통 항로를 개설해 교역을 확장하고 있다.
중국은 중동과의 경제 협력을 다지는 과정에서 위안화의 부상(浮上) 역시 꾀하는 모습이다. 최근 중국은 중동을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위안화 결제국을 착실히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 시 주석이 중동의 주요 산유국들로 구성된 걸프협력회의(GCC)와 가진 회담에서 “원유와 천연가스 교역에서 위안화를 사용할 것”이라고 밝힌 후 사우디·UAE 등이 위안화를 대(對)중국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달 파키스탄 역시 러시아산 원유를 위안화로 결제했다. 중동뿐 아니라 말레이시아·브라질·아르헨티나·인도 등도 위안화 무역 결제를 시작했다.
정혜진 기자 sunset@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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