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개인정보 유출’ 압수수색에 언론 인사 검증 제한...尹 ‘인사청문 프리패스’ 받나 [법조 인싸]
‘한동훈 개인정보 유출’ MBC기자 압수수색 후
국회 의원실, 기자에 인청 자료 제공 회피 기조
무분별한 정보 유출 막아야 하나 부작용도 커
文 “언론, 국회의 검증이 인사 검증의 한 과정”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1일 국회에 서경환·권준영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제출했습니다. 두 후보자는 다음달 퇴임하는 조재연·박정화 대법관의 후임입니다. 윤 대통령의 임명동의안 제출에 따라 국회는 조만간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입니다.
국무위원들에 대해서는 국회의 각 상임위원회가 인사청문회를 실시하지만 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국무총리·감사원장·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 검증은 국회가 별도의 인사청문특위를 구성해 실시하도록 국회법이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 인사 청문회에서는 큰 변화가 생길 전망입니다. 언론에 의한 인사 검증 기능이 상당부분 약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아직 인사청문특위 구성이 완료되지 않았지만 특위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다수의 의원 의원실 관계자들은 “이제는 언론에 인사청문 자료를 공유하지 못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일어난 배경에는 지난달 이뤄진 한 압수수색이 있습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달 30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개인정보 유출 의혹과 관련해 임 모 MBC 기자(42)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와 관련해 압수수색했습니다. 경찰은 임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주거지와 차량에 대해서도 수색해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이달 5일에는 같은 의혹으로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해서도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습니다.
경찰은 서씨가 한 장관 개인정보를 입수한 과정을 역추적한 결과 최강욱 의원→임 기자→서씨 순으로 자료가 전달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회 의원실 보좌진들은 자료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의원실과 기자가 압수수색 당한 사실에 적잖이 당황한 기색입니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아직까지는 임 기자가 최 의원으로부터 자료를 받은 자체에 대해서는 혐의를 적용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금 의원회관은 “개인정보가 담긴 자료는 기자들에게 제공하지 말자”는 분위기입니다.
서경환·권준영 대법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 세부자료도 기자들에게 제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인사청문 특위에 들어갈 것이 유력한 한 의원 의원실 관계자는 “원래 기자들에게 인사청문 자료를 돌리려고 했었다. 그러나 압수수색 건으로 이번에 입장이 난처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자와 통화한 다수의 의원실 관계자들도 모두 같은 취지로 답했습니다. 이는 여야 모두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에 그간 인사청문회의 한축을 담당해온 언론의 인사검증은 상당 부분 제한이 걸리게 됐습니다. 인사청문회에 앞서 후보자 측은 국회에 공직후보자병역사항신고서, 본인 및 직계비속의 병역사항, 공직후보자 재산신고사항 공개목록, 재산공개확인서, 재산변동사항신고서,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소득금액증명·납부내역증명서, 지방세 세목별 과세증명서, 납세(체납)증명 등을 제출합니다. 이런 자료들은 담당 의원실에서 제공하지 않는 한 기자들이 확보하기는 어렵습니다.
그간 언론은 주요 인사청문회 정국마다 의원실에서 자료를 받아 이를 바탕으로 인사검증 취재를 해왔습니다. 2019년 문재인정부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인사 검증 역시 의원실과 언론의 협업으로 이뤄졌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언론의 인사청문 검증 기능을 공식 인정했습니다. 2021년 5월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취임4주년 기자간담회에서로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과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낙마)에 대한 인사검증 부실 논란이 불거지던 때였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간 인사청문 자료 내 개인정보가 외부에 유출됐다는 지적이 있어온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간 보수·진보 정부 관계없이 국회 자료를 통한 언론의 검증이 인사청문의 한 축으로 기능해 왔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게 법 제도 개편을 통해 개인정보 유출을 최소화하는 방식이 아닌 ‘압수수색’에 의해 일거에 사라지는 것이 옳은 것인지 의문이 남습니다.
현재 분위기가 계속 된다면 적어도 남은 윤석열정부 4년간의 인사청문회는 기존 보다 검증이 약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의도했느냐 여부를 떠나 여당 출신 정치인이 제기한(김민석 구의원) 정부 관료(한동훈 장관)의 개인정보 유출 건으로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으로 인해 정부·여당이 자신들에 유리한 ‘인사검증 약화’라는 과실을 받는게 맞는 것일까요?
인사검증 약화의 피해는 결국 국민들에게 돌아갈 텐데 말입니다.
※‘법조 인싸’에서는 법조계의 ‘인싸’(를 꿈꾸는) 기자들이 법조계 인사들의 ‘인사이트’와 기자들의 관점을 전합니다. 주중 기사에서 팩트 전달에 집중했다면, 주말 코너에서는 법조계를 출입하며 쌓은 나름의 시각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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