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서도 "논술학원 가라"…"사교육 달려갈 수밖에"[대치동 리그]

서한샘 기자 남해인 기자 2023. 6. 2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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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전형 막론하고 대치동行…학교서 학원 권유하고 수업은 자습
"수능만 문제 아냐…어떻게든 사교육 수요 만들어지지 않을까"

[편집자주] 1980년대 강남에서 상대적으로 싼 집값. 서울 대치동에 처음 학원이 모여든 이유는 간단했다. 이후 대치동은 '강남 8학군' 고등학교와 입시제도 변화 등을 등에 업고 '사교육 1번지'로 성장했다. 그런 대치동이 최근 정부로부터 '사교육 카르텔'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킬러문항 대비'를 앞세워 수강생을 모으고 수능 출제위원 출신을 사설 모의고사 출제진으로 영입해 '이권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치동 키즈' 출신 뉴스1 기자 4명이 모였다. 이들과 함께 '대치동 리그'의 단상을 들여다봤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서한샘 남해인 기자 = 교육당국이 '사교육 카르텔'을 언급한 뒤부터 서울 강남구 대치동이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주 타깃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킬러문항'과 '출제당국과의 유착'이다.

그 실체를 밝히는 것과는 별개로 문득 궁금해졌다. 수능만 문제일까. '역대급 사교육비'를 만든 동력은 무엇일까.

그래서 지난 22일 서울 모처에서 '대치동 키즈' 출신 뉴스1 기자 4명을 만났다. 수시 입학사정관 전형 격인 특기자 전형으로 입학한 기자가 3명, 정시로 합격한 기자가 1명이었다.

기자들 모두 8~12년 전 대입을 준비했던지라 현재와 입시 환경이 사뭇 다를지 모른다. 그러나 그때나 지금이나 '사교육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는 환경'은 그대로라는 게 이들의 공통된 목소리였다.

◇ 전형 막론하고 사교육은 필수?

A기자 "'객관식형 인재'가 아니라는 걸 일찍부터 알았다. 엄마의 정보력으로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집 주변 유명 영어 학원 등을 다니며 '영어 특기자 전형' 대비를 시작했다. 중3 2학기에는 미국으로 1년을 떠나 있었다. 고1 때 한국으로 들어와 커리큘럼을 짜고 그에 맞춰 대치동 토플 학원을 다녔다."

B기자 "일본어 특기자 전형으로 진학했다. 대치동에서는 탭스(TEPS) 일본어 학원을 다녔다. 탭스 학원은 한달 80만원, 일본어 학원은 많게는 한달에 120만원 정도였다. 일본어능력시험인 JLPT, JPT를 준비하고 에세이, 토론 면접, 1대 다 면접을 대비하는 수업도 따로 있었다."

C기자 "강남 소재 자율형사립고(자사고)를 다녔다. 자사고에서는 교사가 학생들에게 논술 학원을 다니라고 상담한 경우도 더러 있었다. 모의고사에서 2등급 이상을 넉넉하게 받지만 학생부종합전형(학종) 합격 가능성은 떨어지는 학생들이 주 대상이었다."

D기자 "반에 1~2명 빼고는 학교 수업을 듣지 않았다. 낮에는 자거나 학원 숙제를 하거나 축구를 했다. 학교가 끝나고 학원에 가면서부터 공부가 시작됐다. 학교 선생님들도 이걸 이미 받아들이고 '알아서 자습'하라는 선생님도 있었다. 고1 2학기 때부터는 내신 시험을 수능형으로 냈다. 수능 공부를 열심히 해놓은 애들이 풀 수 있도록 부교재나 프린트로 수업을 했다."

C기자 "내신 부교재는 수능·모의평가 기출문제 변형 문제집을 활용했다. 변별력을 줘야하기 때문에 그 변형문제들을 더 꼬거나 뜬금없이 기출문제 지문에 빈칸을 뚫어놓고 들어갈 단어를 맞히라는 내신 문제도 있었다. EBS 연계교재도 시험에 활용됐다. 내신 전담 학원에서는 빈칸 뚫린 문제로 시험을 치고, 툭 치면 나올 수 있을 때까지 EBS 연계교재 암기를 시켰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 수능 사교육은

A기자 "특기자 전형을 준비하면서도 혹시 모르니 수능도 준비해왔다. 국어는 대치동으로 '현강'(현장강의)을 들으러 갔다. 한 강의실에 100명 정도 들어갔다. 금액은 20만~30만원 정도였다. 현강 수강생끼리 소규모 그룹 과외를 하게 되면 비싸진다."

C기자 "정시를 준비하면서 '봉투 모의고사' 파이널을 들었다. 일타 강사들이 운영하는 단과학원의 사설 모의고사다. 수능 문제를 적중했다, 수능 출제위원 출신 교수가 출제진으로 참여했다는 것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다만 킬러문항 대비만을 위해 학원에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어려운 문제를 반복적으로 푸는 연습을 하기 위해 학원에 갔다."

◇ 수능 킬러문항은

A기자 "준비를 열심히 한 입장에서 오히려 시험이 어렵게 나올수록 안심이 됐다. 1~2개를 틀려도 내 등급이 확 떨어지는 게 아니니까."

B기자 "킬러문항은 학원이 가르치는 기술만으로 풀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글을 전반적으로 온전히 이해한 뒤 비로소 풀 수 있는 문제이지 않나. 오히려 이걸 남겨두지 않으면 수능의 의미도 퇴색하지 않나 생각한다."

A기자 "내 오빠는 고3 때 원하는 과를 가지 못해 재수를 했다. 낮에는 재수 종합학원을 다녔고 학원이 끝나면 저녁마다 과목당 200만원씩 하는 과외를 싹 돌렸다. 그런데 그해 수능 수학이 '물수능'으로 나온 상황에서 실수를 하자 쭉 미끄러졌다. 결국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했다."

C기자 "교육당국은 그걸 상위권, 사교육 업계의 입장이라고 바라보고 있다. 학원을 다니며 대비할 수 없는 사람의 입장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 대치동은

A기자 "대치동만 문제 삼을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대구, 부산 등 지방에서는 자기들이 사는 지역까지 일타 강사를 불러 과외를 받는다."

C기자 "대치동에서 학원을 오래 다녀보니 수능 킬러문항 등의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서 사교육 수요가 줄어들까 싶다. 다른 전형의 사교육이 그만큼 더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치동 사람들은) 수능이 쉬워지면 더 레벨을 촘촘하게 나눠 그대로 맞춤형 대비를 할 사람들이다."

sae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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