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이 좋은 남자’ 서진용의 기이한 레이스···승리 지키는 신기한 기록들
스포츠 역사의 태동기에도 누군가 했을지 모를 오래된 농담 하나. 승리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진 흐름의 경기에서 피말리는 추격을 당하다 가까스로 위기를 넘긴 뒤 “일부러 재미있게 하려고 그랬다”는 얘기다. 요즘 프로야구 현장에서도 가끔 나오는 농담으로, “보는 사람은 재밌었겠다”는 말이 후렴구처럼 따라붙곤 한다.
올시즌 SSG 마무리 서진용(31)은 마치 ‘일부러’ 그러는 것 같다. 서진용은 세이브 경쟁에서 독주하듯 달리고 있다. 24일 현재 23세이브로 부문 2위인 두산 홍건희(15세이브)와 간격을 크게 벌려놓고 있다. 1패도 없이 1승만 기록하며 평균자책도 1.44로 빛나는 수준으로 블론세이브 또한 1개도 없다.
서진용은 마무리로 최상의 결과를 내고 있다. 그런데 과정 하나하나를 뜯어보면, 서진용이 올시즌 만들고 있는 결과는 더욱더 대단하다.
마무리는 한 팀 불펜진의 정점이다. 불펜진에서 기본 지표가 가장 좋은 투수가 대개 마무리를 맡는다. 그런데 올시즌 서진용의 세부지표는 그렇지 않다. 우선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가 1.53으로 SSG 불펜투수들의 평균 WHIP(1.43)를 웃돈다. 리그 전체 불펜투수 평균(1.46)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서진용이 올시즌 구원투수로 내고 있는 성과는 리그 전체 투수 가운데도 최정점에 있다. 서진용의 올시즌 WAR은 2.03으로 구원투수로는 전체 1위다.
서진용은 이를테면 과정과 결과가 굉장히 다른 레이스를 하고 있다. 과정이 조금 불안해도 결과가 좋은 것이 모든 것을 아름답게 하는 프로스포츠의 생리 속에 서진용은 매경기 ‘엔딩’이 좋은 시즌을 보내고 있다.
지난 24일 문학 삼성전에서도 서진용에게는 흔한 경기가 하나 더 추가됐다. 난타전 끝에 13-10으로 리드한 뒤 맞은 SSG의 9회초 수비. 마무리 서진용은 선두타자 김재성을 삼진으로 처리했지만, 이재현을 볼넷으로 내보내고 류승민에게 우전안타를 맞아 1사 1·2루로 몰렸다. 큰것 한방이면 동점도 나올 수 있는 상황. 그러나 상위타순으로 넘어갈 수 있는 언덕 같던 9번 안주형을 2루수 땅볼 병살타로 엮어내며 위기를 넘기고 팀 승리와 시즌 23번째 세이브도 지켰다.
행운이나 우연이 맥락 없이 23차례나 이어진 것은 아니다. 올시즌 서진용은 보통 1이닝을 던지는 마무리투수이면서도, 그 안에서도 ‘슬로스타터’ 같은 경향을 보인다.
서진용은 올시즌 주자 없는 상황에서는 피OPS가 0.743에 이를 만큼 약세를 보였다. 그러나 주자 득점권에 이르면, 이내 이상적인 마무리투수의 지표를 되찾았다. 득점권 상황에서는 피OPS가 0.451로 특급 마무리다운 피칭을 했다. 리그 평균(0.738)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득점권에서는 피안타율도 0.118로 극강의 수준이었다.
또 하나의 강점은 주자를 자주 내보면서도, 장타 허용은 적었던 점이다. 서진용이 올시즌 등판할 때마다 불안감을 자주 보이는 것은 볼넷 허용이 많기 때문. 31.1이닝을 던지며 4사구를 26개나 내줬다. 그러나 장타는 피홈런 1개에 2루타 3개뿐이었다. 더구나 득점권에서는 2루타 이상의 장타를 허용하지 않았다. 기이한 레이스를 만드는 신기한 기록들이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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