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축구선수 이순민이 부르는 '어제보다 나은 오늘'

안홍석 2023. 6. 25.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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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발전해온 '성장형 선수'…지금은 광주 돌풍의 중심
성장 촉진제는 이정효 감독…"스트레스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순민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다음 경기에서는 더 성장할 겁니다. 자신할 수 있습니다."

프로축구 K리그1 광주FC의 미드필더 이순민(29)은 볼 때마다 훌쩍 성장해 있어 팬들을 놀라게 하는 선수다.

2017년 광주에 입단하며 프로에 진출했으나 좀처럼 1군 무대에 서지 못하던 이순민은 4년이 지난 2021시즌부터 중용됐다. 원래 포지션인 풀백이 아닌 미드필더로 K리그 무대에 안착하기 시작했다.

이순민은 영남대 시절,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수비력이 약점인 수비수"였다.

길고 힘겨운 주전 경쟁을 펼쳐야 했던 이순민은 부족한 기본기를 보완하는 데에 집중하다가 '멀티 능력'에 눈을 떴다고 한다.

이순민은 "프로에 오니 본업인 수비가 기본이 돼야 경쟁력이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기본'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다른 포지션을 맡아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됐다"고 돌아봤다.

래퍼 이순민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주전 미드필더로 완전히 입지를 굳힌 2022시즌에는 K리그2(2부 리그)로 강등된 광주가 1년 만에 승격하는 데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부주장으로서 솔선수범하면서 한결 업그레이드된 경기력을 선보였다.

중거리 슛으로 2골을 터뜨렸다. 중앙 미드필더이지만 틈날 때마다 전진해 상대 수비라인을 위협하는 움직임도 좋아졌다.

연말에 열린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는 마이크를 잡고 힙합 공연을 펼쳐 그에 대해 잘 모르던 팬들을 놀라게 했다.

'wero(위로)'라는 예명의 래퍼로도 활동하고 있는 이순민이다.

올 시즌에도 이순민의 놀라운 행보는 이어지고 있다. 광주가 K리그1에서 일으키는 '승격팀 돌풍'의 중심에 있다.

19경기 전 경기에 출전해 광주의 중원을 지휘했다.

24일 홈인 광주축구전용경기장에서 전북 현대를 상대로 치른 19라운드 경기에서는 전반 19분 결승골까지 터뜨렸다.

이정효 광주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두현석이 올려준 패스를 이순민이 문전에서 절묘한 백 헤더로 마무리해 골망을 흔들었고, 광주는 후반 추가시간 이건희의 쐐기골을 더해 2-0 쾌승을 거뒀다.

이순민은 "지난 시즌과 비교해 매년 더 나아지는 선수라고 생각하고 자부한다. 매번 지난 경기보다 이번 경기에서 더 성장했다고 생각한다"면서 "다음 경기에서는 더 성장할 것이다. 자신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성장의 촉진제는 이정효 감독이 주는 '스트레스'다.

광주 선수들은 승리한 다음 날에도 이정효 감독의 날카로운 '지적'을 피해 갈 수 없다.

이긴 경기에서도 상대에게 득점 기회를 주기도 하고 조직력이 무너진 상황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런 부분들을 다 잡아내서 '치부'를 드러낸다고 한다.

래퍼인 자신보다 이정효 감독이 성대를 더 많이 쓸 것이라며 이순민은 웃었다.

이순민은 "'야구는 투수 놀음, 축구는 감독 놀음'이라는 말을 실감한다. 리더 한 명의 역량이 팀을 얼마나 성장시킬 수 있는지 잘 느끼고 있다"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지만, 감독님 밑에서 축구를 할 수 있는 건 감사한 일이다. 매번 배우며 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순민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는 5위(승점 28)로 고공비행하고 있다. 최근 6경기에서 4승 2무로 상승세를 제대로 탔다.

1만여석 아담한 규모의 광주축구전용경기장에는 노란색 유니폼을 입은 홈 팬들이 들어차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다.

이순민은 "이런 분위기 속에서 경기를 할 수 있는 건 선수로서 특권"이라면서 "힘들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광주는 6~7월 제대로 '시험대'에 오른다.

오는 28일 원정으로 치르는 대한축구협회 FA컵 8강전에서 다시 한번 전북을 상대한다. 이어 리그에서 1위 울산 현대, 감독을 교체한 11위 강원FC, 4위 제주 유나이티드와 차례로 맞붙는다.

이순민은 "전북과의 2연전을 마치면 울산과 홈에서 맞붙어야 한다. 강한 팀들과 경기를 앞두고 오늘 첫걸음을 잘 뗀 것 같다"면서 "다음 경기는 원정이지만 우리만의 축구를 잘 만들어가면 좋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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