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에 반찬 훔친 6·25 참전용사 돕고 싶어요"…따뜻한 손길 이어져

부산 부산진경찰서 전경 [부산경찰청 제공]

"생활고로 반찬 훔친 6·25 참전용사 돕고 싶다"…온정의 손길

20여명, 경찰에 후원의사 밝혀 명단 통보…부산보훈청 "최대한 지원"

생활고로 마트에서 반찬거리를 훔치다가 붙잡힌 80대 6·25전쟁 참전용사를 돕고 싶다는 따뜻한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25일 부산 부산진경찰서에 따르면 참전용사 A씨의 절도 소식이 알려진 이후 그를 후원하고 싶다는 연락 20여 건이 경찰에 들어왔다.

경찰은 후원 의사를 밝힌 이들의 명단을 정리해 부산보훈청에 알렸다. 언론사에도 A씨를 돕고 싶다고 연락하는 시민들이 잇따르고 있다.

한 시민은 "나라를 위해 참전했던 용사가 노년에 이런 대접을 받아서야 되겠느냐"며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문의했다.

A씨 절도 관련 기사에는 "나라를 구하면 대대손손 가난해진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다"라며 안타까워 하는 댓글도 달렸다.

부산보훈청은 관할 행정복지센터와 함께 A씨의 집을 방문하고, 다방면으로 도울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거지원 등 복지 서비스 중에서 가능한 것이 있는지를 검토하고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경찰로부터 받은 후원 희망자 명단과 관련해선 어떤 형태의 후원을 희망하는지를 먼저 파악해 적절히 조치할 계획이다. 부산보훈청은 "우리 기관은 직접적으로 후원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아니어서 후원자들의 의사를 파악한 후 참전용사에게 직접적으로 후원하도록 해야 할지, 기부단체를 통해 연결해 줄지를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A씨는 지난 4월부터 5월 초까지 한 달간 주거지 주변인 부산 금정구 한 소형 마트에서 7차례에 걸쳐 8만3000원어치의 반찬거리를 훔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홀로 살면서 정부에서 주는 보조금으로 생활하던 중 당장 쓸 돈이 부족해지자 마트에서 반찬거리를 훔친 것으로 전해졌다.

치아가 약해져 밥에 넣어 먹을 참기름과 젓갈 등을 주로 훔친 것으로 확인된다.

경찰은 사건이 경미한 데다 A씨가 생활고를 겪은 점을 고려해 A씨를 즉결심판 청구할 방침이다. 즉결심판은 경미한 범죄(20만원 이하 벌금 등)에 대해 정식 형사소송 절차를 거치지 않는 약식재판으로 전과가 남지 않는다. 김성준기자 illust76@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