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철강업계 피바람 불었지만…검찰 "전부 항소"
담합의 역사는 기원전 3천 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이집트 상인들이 서로 짜고 양털 가격을 올린 기록이 남아 있다는 거다. 그로부터 5천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담합은 사라지지 않았다. 물건을 파는 입장에선 자기들끼리 말 몇 마디 맞추면 이익률을 고무줄처럼 늘릴 수 있으니 달콤한 유혹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철강업계에는 피바람이 불었다. 지난 19일, 법원이 관수철근(조달청, 즉 관에서 수요로 하여 사들이는 철근) 담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7개 철강사와 회사 임직원들에게 중형을 선고했기 때문이다. 업계 1위 현대제철에는 법정 최고액인 벌금 2억 원이 선고됐고 현대제철 전무 2명은 각각 징역 8개월,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까지 됐다. 담합 사건에서 임직원들이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까지 된 건 매우 드문 일이다. 법원 관계자도 "같은 죄목으로 실무자가 실형을 선고받거나 임원들이 법정에서 구속되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형 로펌 각축전에도 "피고인 전부 유죄"…검찰 완승
검찰의 '의지'가 두드러진 사건이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이정섭 부장검사)는 공정위 최초 고발이 이뤄진 지난해 8월부터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10월 검찰이 철강사를 압수수색하자 철강업계에선 "철강 입찰 담합에 대해 검찰이 압수수색까지 나온 것은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재판부조차 "오랜 관행"이라고 지적한 철강업계 담합을 공정위 고발 수준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인 수사 의지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검찰은 공정위 고발 단계에선 빠진 '윗선'을 추가로 찾아내는 성과를 올렸다. 실무 직원에 그치지 않고 상급자인 임원들이 담합을 지시하거나 관여한 혐의를 찾은 것이다. 이들에 대해선 수사 단계에서 구속 영장이 청구됐고 3명이 구속됐다. 공정위 고발 단계에서 9명이던 피고인(개인)은 22명으로 늘어났다. 검찰 관계자는 "고위 임원들의 경우 고발조차 되지 않아 적극적인 수사가 없었다면 묻혔을 피고인들"이라고 평가했다.
검찰, 전부 항소…"아직 처벌 가볍다"
담합이 왜 나쁜지, 시장경제에 어떤 피해를 주는지는 따로 설명할 필요조차 있을까 싶다. 과거 공정거래위원장을 지낸 한 인사는 건설사 대표들을 불러 모아놓고 "담합은 독약"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관수철근 담합은 결국 국가 재정을 낭비하고 국민 조세 부담으로 연결돼 국민 전체에게 피해가 가는 이슈"라고 덧붙였다. "나랏돈이 눈 먼 돈"이라는 말은 결국 이런 관행에서 나온다. 담합을 말로만 엄벌할 게 아니라 법정 기준 상향까지 검토해볼 때가 됐다.
강청완 기자 blu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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