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 번 해보려다 중독 10년…마약 시작도 못하게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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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80살까지 산다면 운 좋게 2∼3년에 한 번씩만 잡혀도 교도소를 8∼10번은 더 가겠더라고요. 그래도 마약을 죽을 때까지 못 끊을 것 같았어요."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센터 회복상담사로 활동하는 한창길(52)씨는 세계마약퇴치의날을 사흘 앞둔 23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중독의 무서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25년간 마약을 하다 끊고 중독자의 재활을 돕는 박영덕 현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센터장을 만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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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 강화해 교도소 보낸다고 문제 해결 안 돼…치료·재활 연계돼야"
(서울=연합뉴스) 장보인 기자 = "내가 80살까지 산다면 운 좋게 2∼3년에 한 번씩만 잡혀도 교도소를 8∼10번은 더 가겠더라고요. 그래도 마약을 죽을 때까지 못 끊을 것 같았어요."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센터 회복상담사로 활동하는 한창길(52)씨는 세계마약퇴치의날을 사흘 앞둔 23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중독의 무서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한씨는 2007년 지인을 통해 필로폰을 접했다. 느낌이 궁금해 딱 한 번만 투약해보겠다는 생각이었지만 이후 10년간 필로폰에 중독된 채 살았다.
필로폰을 사느라 벌어둔 돈은 다 썼다. 투약으로 몸이 아프고 삶이 비참해 자살 시도도 했다.
그런데도 마약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한씨는 2017년 징역 1년 10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는 역설적으로 교도소에서 회복의 기회를 마주했다. 25년간 마약을 하다 끊고 중독자의 재활을 돕는 박영덕 현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중독재활센터장을 만나면서다.
당시 수용자들 교육에 나섰던 박 센터장은 "출소한 뒤 회복하고 싶으면 찾아오라"고 했다. '정말 살고 싶었다'는 한씨는 2019년 1월 만기 출소하고 3일 만에 그를 찾아갔다.
박 센터장은 병원 치료와 중독재활센터 프로그램 수강, 약물 중독자 자조모임 참석을 권했다. 한씨는 5년째 이 세 가지를 꾸준히 따르며 단약 중이다. 이제는 과거의 자신처럼 마약에 빠진 이들을 찾아가 강연과 상담을 하며 회복을 돕는다.
마약의 늪에 빠진 경험이 있는 만큼 한씨는 최근 한국 사회에서 마약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는 것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씨는 "한번 마약을 한 사람이 다시 하지 않는 건 정말 어렵다. 아예 마약을 시작도 하지 못하게 하는 예방교육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마약 중독자를 위한 치료와 재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검찰·경찰 등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가운데 처벌 강화보다 치료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한씨는 "처벌을 강화해 투약 사범을 교도소에 보내면 눈앞에 안 보이는 것일 뿐 절대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는 "징역을 살았다고 단약을 하지 않는다. 마약류 범죄 재범률도 정말 높지 않나"라며 "치료를 받고 재활할 수 있도록 연계가 잘 돼야 한다. 중독자들에게 치료받으면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을 계속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마약 중독자들이 갈 수 있는 병원도 많아져야 한다. 환자들이 치료받으러 가려고 해도 갈 수 없고 자꾸 숨게 된다"며 "재활 센터도 더 많아진다는데 병원이든 센터든 제대로 된 전문 인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21개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기관이 지정돼 421명이 치료를 받았는데 인천참사랑병원(276명)과 경남국립부곡병원(134명)에 97%가 몰렸다.
13곳은 치료보호실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독 치료 전문 의료진의 부재 등으로 환자를 받을 수 없는 병원들도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 치료보호기관이 24곳으로 늘어나기는 했지만 전문가와 시스템 공백을 메워야 의미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달 낸 보고서 '마약류 중독자에 대한 치료적 접근의 실효성 제고 방안' 역시 마약 중독자에 대한 치료적 접근을 강조했다.
해당 보고서는 "마약 치료·재활에 대한 대책이 기존의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국가 주도의 통합적 접근을 통해 관련 인력을 양성하고 치료 병원 및 재활 센터 증설을 통해 치료적 처우 제도의 수혜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bo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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