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지노와 이센스, 두 거물의 귀환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래퍼 빈지노와 이센스가 오는 7월 나란히 정규 앨범으로 돌아온다. 빈지노는 7년, 이센스는 4년 만에 발매하는 정규 앨범이다. 빈지노와 이센스는 한국 힙합의 역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래퍼들이다. 직전에 발매한 정규 앨범 역시 호평을 받았기 때문에 자연스레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같은 소속사에서 한솥밥을 먹기도 했던 두 사람의 새 앨범은 어떤 모습일까.
빈지노는 7월 3일 정규 2집 '노비츠키'(NOWITZKI)를 발매한다. 지난 2016년 5월 발매한 첫 정규 앨범 '12' 이후 7년 만에 발매하는 새 앨범이다. 타이틀 노비츠키는 독일 출신의 NBA 선수로 한 팀에서만 21시즌을 뛰며 팀의 첫 우승을 일궈낸 프랜차이즈 스타다. 객원 해설까지 참여할 정도로 NBA를 즐겨보는 빈지노는 최근 한 매거진 인터뷰에서 "저도 또다시 무언가를 쟁취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며 앨범 타이틀을 노비츠키로 지은 이유를 밝혔다.
2021년 3월 현 소속사 BANA에 합류한 빈지노는 '노비츠키'의 발매를 예고했다. 중간 중간 데모곡과 선공개곡을 공개하며 팬들의 긴장감을 높였지만 첫 언급 이후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뒤에야 '노비츠키'는 세상에 나오게 됐다. 이번 앨범에는 김심야, 오이글리, Y2K92, 백현진, 250을 비롯해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커셔스 클레이, 랜스 스카이워커 등이 참여했다.
첫 EP '24: 26'에서 그루비한 플로우와 그림을 그리는 듯한 가사로 눈도장을 찍었던 빈지노는 첫 정규앨범인 '12'에서는 전혀 다른 음악을 들고나왔다. 발매 당시에는 호불호가 갈렸지만, 시간이 지나며 점점 재평가를 받고 있다. 변화했다고도 말할 수 있지만, 변화한 건 빈지노가 아닌 팬들의 기대다. '24: 26'와 '12' 모두 빈지노는 당시의 위치와 상황에서 자신이 관심 있는 이야기를 자신이 하고 싶은 스타일로 풀어냈다.
이런 기조는 '노비츠키'에서도 이어진다. '12'와 '노비츠키' 사이에서 래퍼 빈지노와 인간 임성빈은 다양한 일들을 겪었다. 인간 임성빈은 군대를 다녀와 오랜 연인 스테파니 미초바와 결혼을 했으며, 래퍼 빈지노는 소속사를 BANA로 옮겼으며 자신이 속했던 레이블 일리네어 레코즈는 해체됐다. 그러한 과정이 담겼기 때문에 '노비츠키'에 어떤 내용이 담겼을지는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이센스 역시 7월 13일 세 번째 정규앨범 '저금통'을 발매한다. 지난 2019년 발매한 정규 2집 '이방인' 이후 약 4년 만에 공개되는 앨범이다. 2015년 공개한 첫 정규앨범 '디 에넥도트'(The Anecdote)부터 따져보면 이센스는 정확히 4년마다 한 번씩 새로운 정규 앨범을 발매하고 있다.
새 앨범 작업은 그 전부터 진행했지만 '저금통'이라는 제목이 공개된 것은 지난 2월 즈음이다. 현재 소속사 없이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이센스는 자신의 SNS와 공연장에서 앨범에 대한 이야기와 수록곡 일부를 공개해 왔다. 앨범 발매를 앞두고 미리 '저금통'을 들은 동료 래퍼들은 대단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기대감을 높였다.
그동안 이센스의 정규 앨범이 보여준 파급력을 고려하면 '저금통'을 향한 힙합 팬들과 동료 래퍼들의 기대도 이해가 된다. 이센스의 첫 정규 앨범 '디 에넥도트'는 팬들과 평단의 마음을 모두 사로잡았다. 4년 뒤에 발매한 '이방인' 역시 '디 에넥도트'만큼은 아니지만 이에 못지않은 호평을 받으며 높은 퀄리티를 자랑했다.
이센스의 앨범이 이렇게 사랑을 받을 수 있던 이유는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냈기 때문이다. '디 에넥도트'에는 래퍼 이센스와 인간 강민호가 자라온 이야기를 담아냈다. '이방인'은 감옥에서 출소한 뒤 스스로를 이방인으로 정의하며 다시 힙합 신에 발을 들이며 느끼는 감정을 담았다. 다시금 씬으로 들어온 이센스가 '저금통'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내뱉을지 기대가 모아지는 것이다.
빈지노와 이센스의 앨범이 관심을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소속사 BANA 엔터테인먼트와도 연관이 되어 있다. 빈지노의 '노비츠키'는 2021년 BANA에 합류한 뒤 처음으로 선보이는 앨범이다. 반대로 이센스의 '저금통'은 2022년 BANA와 결별한 뒤 발매하는 작업물이다.
빈지노와 이센스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보편적 공감대로 이끌어내며 많은 팬들의 지지를 받았다. 차이가 있다면 빈지노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서 출발해 음악이 완성됐다면, 이센스는 자신의 속 이야기를 토해내듯이 펼쳐 놓으며 음악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빈지노와 이센스의 새 앨범은 7월 힙합 씬을 어떻게 달궈놓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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