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한우물 파도 월급이 '229만원'…박봉에 군복 벗는다

최지은 기자, 김지은 기자 2023. 6. 2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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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존민비의 종말] ④ 경제적·정신적 보상 필요…"계속 일해도 희망이 안 보인다"
[편집자주] 한때 공직 생활을 하는 것이 큰 영예였다. 공무원은 벼슬이었다. 지금은 아니다. 공무원 하겠다는 학생들이 없다. 현직자들도 민간 이직을 꿈꾼다. 최근까지 여전히 살아있던 '관존민비'라는 전근대 가치관이 이제야 붕괴되는 것이다. 갑작스런 변화에 부정적인 면도 없지 않다. 공공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면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간다. 패러다임의 변화를 마주한 현시대를 기록한다.

9급 공무원 시험을 마치고 걸어나오는 수험생들/사진=뉴스1

"주변에 전역하는 사람 수두룩해요. 일하는 만큼 돈도 제대로 못 받고 간부 수가 줄어드니 업무량은 더 늘고요. 군과 관련해서는 대부분 안 좋은 이야기들이 나오니 사기도 바닥입니다."

육군 11사단에서 근무하는 10년 차 군인 김주영 중사(가명·29)는 내년 군복을 벗을 생각을 갖고 있다. 안정적인 직업을 얻었다는 기쁨도 잠시, 복무 연장을 결정한다고 해도 장래가 밝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김 중사의 마음을 움직였다.

특히 '상대적 박탈감'이 김 중사를 짓눌렀다. 입대 후 첫 월급으로 116만원을 받았다. 10년을 복무한 지금은 월급으로 229만원을 받는다. 일주일 중 하루를 제외하고 모두 야근을 했는데도 초과수당은 30만원이 채 되지 않았다.

김 중사는 "10년 동안 오른 월급이 100만원 정도다. 나와 비슷한 나이대의 친구들은 치고 올라가는데 나만 제자리걸음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밑에 있는 하사들도 대부분 전역하려고 한다. 앞으론 병사와 초급 간부 처우 개선도 된다는데 이들에 대한 보수가 내 월급을 초과하는 건 시간문제"라고 밝혔다.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을 비롯한 공무원연맹 조합원들이 19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무원보수 물가연동제 도입을 요구하며 청년공무원 최저임금 보장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3.6.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젊은 공무원들의 '공직 탈출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자) 공무원들은 공통적으로 공직에 대한 회의감을 토로했다.

낮은 임금 수준에 허무함을 느끼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수도권 지역에서 소방공무원으로 일하는 김모씨(29)는 "119구급대에서 일하는데 출산을 앞두고 있어 (안전을 위해) 구급차를 타지 못한다. 수당을 못 받으니 지난달 통장에 들어온 월급이 170여만 원밖에 안 돼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고 밝혔다.

박기산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공무원 본부 부장은 "지난 6년간 최저임금 누적 인상률은 49%이지만 같은 기간 공무원 연봉의 누적 인상률은 11% 정도"라며 "연간 2% 인상에도 못 미친다"고 말했다.

공무원 복무 규정상 영리 업무와 겸직을 하기도 쉽지 않다. 3명 중 1명이 'N잡'(여러 개의 직업을 동시에 가지는 일) 경험이 있는 다른 MZ세대와 대비된다.

인사혁신처의 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르면 △상업·공업·금융업과 그 밖의 영리적인 업무를 스스로 경영하거나 △이 업무를 집행하는 사원·지배인·발기인·임원이 되거나 △본인 직무와 관련 있는 타인의 기업에 대한 투자를 하거나 △재산상 이득을 목적으로 하는 것 등은 모두 영리 업무에 해당돼 금지된다. 비영리 업무라도 지속적으로 하는 일이면 소속 기관의 장에게 겸직 허가를 신청해야 한다.

9급 일반 행정직 공무원으로 3년간 일하다 지난해 면직한 김모씨(28)는 "공무원으로 일할 때 겸직에 대한 법령도 찾아보고 다른 공부도 해봤는데 사실상 겸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며 "유튜브를 하더라도 수입이 나면 인사과 허가를 받아야 하고 블로그도 수입이 나면 승인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찰서 악성민원인 /사진=김현정 디자이너


민원인들에게 항의를 받는 일이 많지만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업무 스트레스 지수를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서울에서 사회복지공무원으로 일하는 김연경씨(28)는 "공무원들이 실수한 경우도 있지만 민원인이 잘못한 것을 우리에게 따져도 그저 들어야 한다"며 "항상 을인 것 같다. 공무원을 보호해주는 장치가 없다고 느껴진다"고 밝혔다.

수도권의 한 교도소에서 교도관으로 일하는 이수영씨(가명)도 "법을 집행하는 게 교도관의 역할인데 수용자나 수용자 가족, 지인들에게 민원을 받으면 적극적으로 업무를 하지 못할 때가 있다"며 "하나만 잘못돼도 민원과 고소, 인권위원회의 진정을 받기 마련이다. 무혐의나 이유 없음으로 처리되더라도 심적으로 위축된다"고 말했다.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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