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공무원, 업무 더 떠안은 남은 동료…피해는 국민이?
[편집자주] 한때 공직 생활을 하는 것이 큰 영예였다. 공무원은 벼슬이었다. 지금은 아니다. 공무원 하겠다는 학생들이 없다. 현직자들도 민간 이직을 꿈꾼다. 최근까지 여전히 살아있던 '관존민비'라는 전근대 가치관이 이제야 붕괴되는 것이다. 갑작스런 변화에 부정적인 면도 없지 않다. 공공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면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간다. 패러다임의 변화를 마주한 현시대를 기록한다.
#김은형씨(24)는 고등학교 시절 아찔한 기억이 있다. 1학년 담임 선생님이 학기 중 갑자기 학교를 그만두면서 해당 반 학생들의 생활기록부(생기부)가 모두 누락될 뻔한 것이다.
김씨는 "담임 선생님이 관둔 때가 하필 생기부를 기록하는 주간이었고 후임 선생님은 그 때가 생기부 기록 기간인 줄도 모르고 있었다"며 "해당 기간에 기록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기는데 기본적인 학사 일정도 모르고 있어서 반 애들이 모두 생기부를 못 받을 뻔했다"고 말했다.
청년층 사이 공직 인기가 하락한 것은 단순히 직업 선호도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사회 행정·복지 서비스 기틀을 담당하는 이들의 능력이 떨어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공공서비스 질 악화는 이미 사회 곳곳에서 관찰되고 있다.
공직 가운데 교사는 높은 고용 안정성과 사회적 지위로 과거 선망받는 직업이었지만 잇따른 교권 침해, 낮은 임금 등으로 인기가 예전같지 않다.
국민 생활과 맞닿아 있는 사회복지 서비스 분야 문제도 심각하다. 사회취약계층의 경우 복지 공백이 자칫 생존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과중한 업무량 때문에 이탈하는 인력이 많고, 그로 인해 남은 인력의 업무는 더 늘어나는 악순환이 생긴다.
7년차 사회복지공무원 서모씨(33)는 "단순히 보조금, 물품 지급에서 나아가 취약 계층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사례 관리'라는 업무를 사회복지 공무원들이 담당한다"며 "제대로 도움을 주려면 공무원 1명당 기초생활수급자 10명 안팎이 적당한데 실제로는 200~300명에 달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 그래도 복지공무원 업무가 과중한데 기존에 일반 복지관에서 담당하던 사례 관리 업무까지 더해지니 주변에 그만 둔 동료들, 휴직하고 안 돌아오는 동료들이 허다하다"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업무량을 시달만 하니 업무 처리가 형시적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사회복지공무원 김모씨(24)는 "입사 초기에 한 주민센터에 발령받아 퇴사자 업무를 이어받게 됐는데 아무도 인수인계를 해주지 않았다"며 "그 사이 취약계층에 제공되는 바우처 신청 안내 문자 발송이 일부 누락되면서 신청을 제때 못한 민원인이 노발대발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력도 인력 문제를 겪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시내 한 지구대장은 "경찰은 대부분 2인1조 근무이기 때문에 원활히 돌아가려면 최소 8명은 필요하지만 그에 못 미치는 것이 현실"이라며 "사건이 한번에 7개씩 들어오면 인력도 순찰차도 부족해 사건 처리가 늦어지곤 하는데 그로 인한 민원인 항의까지 더해져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다"고 밝혔다.
국민이 느끼는 공공서비스 질 악화는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민원 건수 증가에서 엿볼 수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 따르면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민원 건수는 2017년 310만건에서 2018년 274만건, 2019년 800만건, 2020년 957만건, 2021년 1327만건, 지난해 1071만건으로 5년 사이 3배 넘게 급증했다.
권익위가 2년전 도입한 '적극행정 국민신청제'와 '소극행정 재신고제'를 통한 민원도 이어진다. 각각 공익성 민원이 법령 불명확 등 이유로 제대로 처리되지 않거나 소극행정을 신고했는데 그 결과가 불만족스러울 경우 신고하는 제도다. 적극행정은 전문성을 갖춘 공무원이 적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행위를 말하고 소극행정은 이에 반대되는 개념이다.
권익위에 따르면 적극행정 국민신청 접수 건수는 제도가 도입된 2021년 7월27일부터 그 해 말까지 1666건, 2022년 3267건, 올해는 지난달 기준 1638건 접수됐다. 소극행정 재신고 접수 건수는 지난해 4439건으로 집계됐다.
김지성 기자 sorry@mt.co.kr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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