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밀수로 지은 죄 참회하며 쓴 소설…무겁게 읽어주세요"
캄보디아 오가며 마약 팔다 4년 수감…"마약 폐해 알리는 데 도움되고파"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좀 무겁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살면서 본인에게 마약이 다가오는 순간, 제 책을 읽으신 분들에게는 조금의 망설임이라도 생긴다면 좋겠습니다. 마약은 정말 위험한 사회악이에요."
캄보디아와 한국을 오가며 마약 밀수·판매책으로 일하다가 체포돼 4년간 복역한 경험을 소설로 출간한 임제훈(37) 씨의 말이다.
최근 소설 '1그램의 무게'(북레시피)를 출간한 그는 지난 23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의 경험이 마약의 무서움을 알리고 사회에서 조금이라도 몰아내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세계 마약퇴치의 날'(6월 26일)을 앞두고 출간된 이 책은 해외에서 '던지기' 수법(서로 접촉하지 않은 채 마약 거래를 하는 행위)으로 마약을 팔던 중 체포돼 한국으로 송환된 뒤 구속수감된 저자가 교도소에서 4년간 손으로 눌러 쓴 기록을 재구성한 실화 소설이다. 문학 작품으로서의 가치보다는, 실제 마약 판매책으로 일하다가 수감되고 참회한 저자의 실제 경험이 다소 거칠긴 해도 생생히 담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저작이다.
임씨는 국내 한 대학의 경찰경호학과에 다니다 중퇴하고서 이런저런 직업을 전전하다가 친구의 유혹에 넘어가 마약 판매의 길로 들어섰다고 한다.
마약 판매책으로 활동할 당시와 구치소와 교도소에서 마약 범죄자들을 마주치며 마약의 심각한 폐해를 깨달은 임씨는 참회의 뜻으로 자신의 경험을 소설로 써 출간하기로 마음먹었다.
"판매책으로 일한 건 7개월 정도에요. 한몫 챙겨보겠다는 욕심에 그 길로 들어섰는데 실제로 큰돈을 벌지는 못했어요. 그러다 체포돼 송환되고 징역 4년과 추징금 4억원을 선고받았지요. 지금은 제가 그런 중형을 받을 만한 짓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징역형을 받고 수감생활을 하면서 저자는 재소자들의 암울하고 피폐한 모습을 통해 자기 죄의 무게를 깨닫는다. 마약 밀수·판매를 하면서도 자신은 투약하지 않아 그 폐해의 심각성을 제대로 알지 못했었다.
"점마들은 가족 접견 갔다가 울면서 돌아와도 그때뿐, 나가서 어떻게 약을 구할지 여자는 어디서 만날지 그런 이야기만 한다. 내가 하도 궁금해가 물어봤다. '가족이가? 마약이가?' 이구동성으로 마약이라 카드라…"(154~155쪽)
마약으로 끊임없는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가까이에서 보면서 자신이 다름 아닌 가해자였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저자는 책에서 마약에 조금의 관심과 호기심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그 끝에는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나락이 있을 뿐이라고 강조한다.
책을 내게 되기까지는 여러 사연이 있었다. 본인의 잘못에 대한 참회와 더불어 마약의 폐해를 사회에 널리 알리고 싶다는 강한 의지, 그리고 수감생활 중 체험한 문학과 독서의 힘도 있었다.
"제 과거를 잊지 않으려고 공책에 그동안의 기억을 적다 보니 교도소에서 책을 좀 많이 읽게 됐어요. 여러 소설을 읽으며 이 작가분들처럼 나도 내 이야기를 한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그는 정유정의 '7년의 밤'과 '종의 기원',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김언수의 '뜨거운 피',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 한강의 '소년이 온다' 등 다양한 소설들을 읽었다.
"처음에는 괴롭고 힘들어서 책 속으로 숨었던 건데, 읽다 보니 너무 재미가 있고 빠져들게 됐어요. 그렇게 읽은 소설들이 제겐 참으로 위안과 힘이 됐습니다. 작가님들께 지금도 감사한 마음이에요. 저를 이렇게 구원해주셨으니까요."
임씨는 교도소에서 나온 뒤 수기로 적은 노트를 타이핑해 서울의 출판사 여러 곳에 보냈고, 북레시피의 김요안 대표로부터 출간 제의를 받았다.
김 대표는 "이분의 기록을 검토하고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니 진정성이 느껴져서 출간을 결정하게 됐다"고 했다.
임씨는 큰 목표인 책 출간의 꿈은 이뤘지만 현재는 별다른 미래를 구상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했다. 어머니와 함께 시골에 살며 강아지 두 마리와 함께 매일 같이 산천을 뛰어다니며 건강한 몸과 마음을 기르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 아직도 앞으로 뭘 하고 살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다만, 제 부끄러운 경험들이 이 사회에서 마약의 폐해를 줄이고 위험성을 알리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그런 쪽의 활동도 찾아서 계속 해 볼 생각입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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