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미안해, 형이 앞장설게"…승률 5할 붕괴 뒤, 38살 맏형이 몸을 날린다

김민경 기자 2023. 6. 25.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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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끝나고 친구들(후배들)과 밥을 먹으면서 미안하다고 했다. 뒤로 많이 빠져 있어서 조금 더 팀을 위해 쓴소리도 해주고, 칭찬도 해주고 그랬어야 했는데 내가 못 했다. 올해부터는 형이 앞장서서 쓴소리를 하겠다고 했고,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 베테랑 유격수 김재호(38)가 올해 스프링캠프 때 고백한 말이다.

팀이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낼 때 김재호는 새해를 앞두고 후배들에게 했던 다짐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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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러져서도 끝까지 이형종이 태그아웃 되는지 확인하는 김재호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 김민경 기자] "지난 시즌 끝나고 친구들(후배들)과 밥을 먹으면서 미안하다고 했다. 뒤로 많이 빠져 있어서 조금 더 팀을 위해 쓴소리도 해주고, 칭찬도 해주고 그랬어야 했는데 내가 못 했다. 올해부터는 형이 앞장서서 쓴소리를 하겠다고 했고,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 베테랑 유격수 김재호(38)가 올해 스프링캠프 때 고백한 말이다. 지난 2년 동안 고질병인 어깨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몸을 사리고, 후배들 뒤로 물러나 있던 자신을 반성했다. 그래서 올해만큼은 꼭 앞에서 후배들을 이끄는 맏형이 되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스프링캠프 때 지난 2년보다 훈련량을 훨씬 늘려 시즌을 단단히 준비했던 배경이다.

하지만 세월은 받아들여야 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아직 날이 쌀쌀했던 시즌 초반에는 김재호의 몸놀림이나 컨디션이 정상궤도에 올라오지 않았다고 판단해 벤치를 지키게 했다. 대신 이유찬과 안재석 든 젊은 선수들에게 먼저 기회가 갔고, 이유찬이 2루로 자리를 옮긴 5월 중순부터는 박계범을 주로 선발 유격수로 기용했다. 김재호는 사령탑의 결정을 받아들이고 묵묵히 뒤에서 후배들에게 보탬이 되는 순간을 기다렸다.

두산은 최근 10경기에서 2승8패에 그치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탈이 났다. 산발적으로 안타는 생산됐지만, 득점권마다 침묵하는 바람에 경기를 풀어가기 어려웠고 점수가 나지 않으니 자연히 마운드까지 부담이 이어졌다. 시즌 성적은 31승34패1무로 5할 승률이 붕괴되면서 6위로 내려앉았다.

팀이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낼 때 김재호는 새해를 앞두고 후배들에게 했던 다짐을 지켰다. 23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는 1-1로 맞선 7회 접전을 끝내는 결승타를 쳐 2-1 승리를 이끌었다.

▲ 김재호 ⓒ 두산 베어스

24일 고척 키움전에서는 크게 2차례 호수비로 '천재 유격수'의 여전한 존재감을 알렸다. 1-2로 뒤진 6회말 1사 2루 위기에서 유격수 머리 위로 뻗어가는 김휘집의 안타성 타구를 날아올라 직선타로 처리하고, 바닥에 쓰러진 상태에서도 곧장 2루에 송구해 귀루하던 2루주자 이형종까지 태그아웃시켰다. 선발투수 브랜든 와델의 6이닝 2실점(1자책점) 퀄리티스타트를 지켜준 수비였다. 김재호는 7회말 2사 후에도 3-유간으로 낮게 뻗어가는 임지열의 타구를 쓰러져 몸을 날려 낚아채 한번 더 직선타로 처리했다. 2-4 패배 속에서도 김재호의 플레이는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했다.

이 감독은 팀을 위해 헌신하려는 김재호의 마음을 충분히 읽고 있었다. 23일 경기에서 0-0으로 맞선 3회초 선두타자 2루타로 출루했던 김재호가 상대 투수 장재영의 폭투를 틈타 3루를 돌아 홈까지 쇄도하다 아웃됐을 때가 그랬다.

이 감독은 "당연히 무사 3루가 될 수 있는 상황이 1사 주자 없는 상황이 됐지만, 팀이 그동안 경기를 잘 풀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선취점의 중요성을 더 생각해서 마음이 앞섰던 것 같다. 3루 코치도 확실히 막지 못하고 주저한 것 같다. 다들 열심히 하려 하다가 본헤드 플레이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공이 조금만 비켜 갔어도 세이프로 1득점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이후 결승타와 관련해 "아주 좋은 콘택트를 해줬고 베테랑의 힘을 보여줬다. 베테랑이 해줄 수 있는 최고의 몫을 해줬다"며 엄지를 들었다.

최근 2경기와 같은 페이스면 당분간 선발 유격수는 김재호가 맡을 것으로 보인다. 수비를 전반적으로 지휘하는 안정감과 상황에 맞는 타격 대처 능력은 현재 김재호를 대신할 후배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감독은 "김재호가 잘해주고 있어 (박계범의) 공백이 커 보이진 않는다"며 계속해서 맏형에게 기회를 줄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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