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인 줄…' 보이스피싱 수거책 30대 유죄→무죄 까닭은

정신장애 주목한 2심 "사회 경험 적어 범행 가담 몰랐을 수도"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에 현금 수거책으로 가담했다가 1심에서 실형을 받은 30대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범행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유죄로 판단했던 1심과 달리 피고인의 정신장애에 주목한 2심은 아르바이트라고 착각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춘천지법 형사1부(심현근 부장판사)는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A(36)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2021년 7월 전화금융사기 피해자들을 만나서 마치 금융기관 직원인 것처럼 행세하며 현금을 건네받고, 이를 전화금융사기 조직이 지정하는 계좌로 입금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흘에 불과한 짧은 기간이었지만 A씨에게는 사기죄를 비롯해 공문서위조, 위조공문서행사,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주민등록법 위반 등 7개 혐의가 적용됐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원주지원은 "피고인의 건강이 그리 좋지 아니한 점 등 유리한 사정이 있기는 하나 죄질이 무겁다"며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판결에 불복한 A씨는 "범행 당시 아르바이트로 인식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사건을 다시 살핀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금융기관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지 않았음에도 범행을 저지른 사정이나 일상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지능력이 있는 점을 보면 '고의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봤다.

그러나 A씨가 범행 당시 앓던 양극성 정동장애의 정도가 심한 점과 지능지수가 낮은 사정 등을 두루 고려하면 일반인과 같은 인지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증거 조사 결과 A씨는 거의 매년 짧게는 20여일에서 많게는 120여일까지 입원 치료를 받았다.

심리평가 결과 전체지능이 73으로 경계선 수준에 해당했으며, 판단력이 부족해 행동 결과를 예측하지 못한 채 행동하고, 경험을 통해 학습하지 못하는 특징도 발견됐다.

실제로 대학 졸업 후 장애로 인해 편의점 근무 등 단순한 아르바이트를 했으나 그마저도 단기간에 그만뒀던 사정 역시 A씨를 일반인과 같은 선상에서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였다.

재판부는 "장애로 인해 일반인과 견줘 근로 경력이나 사회 경험이 매우 적어 보이고 전화금융사기 범행에 인지할 기회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며, 수거책에게 범행구조를 가짜로 알리는 범행 특성을 함께 고려하면 A씨가 범행을 인식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판시했다.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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