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시신 유기' 고작 징역 2년…'영아살해' 형량 문제없나
살인 최소 5년·아동학대치사 최소 7년…전문가 "형평성 안 맞아"
(수원=연합뉴스) 권준우 기자 =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의 친모에게 적용한 영아살해죄를 형 감경 사유가 없는 살인 혐의로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는 영아살해 범죄의 반인륜성에 비해 형량이 턱없이 낮기 때문인데, 같은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아동학대살해죄는 살인보다 중하게 처벌하는 반면 영아살해는 다양한 참작 사유로 인해 집행유예가 내려지는 경우도 적지 않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22일 전주지법 형사5단독 노미정 부장판사는 영아살해 혐의로 기소된 20대 A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경찰 조사 단계에서 구속됐던 A씨는 법원의 집행유예 선고로 '영어의 몸' 신세에서 벗어났다.
그는 같은 해 1월 8일 전북 전주시 자택에서 자신이 출산한 갓난아이를 화장실 변기 물에 약 30분간 방치해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가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은 다양한 '정상참작' 사유를 반영한 결과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거쳐온 불우한 성장 과정이 인격 형성과 이번 범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출산 직후 정신적, 신체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였던 점, 반복된 출산으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던 점 등을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2021년 8월 의정부지법에서 열린 항소심에서는 아이를 낳자마자 4층 아래로 던져 숨지게 한 20대 B씨가 1심과 같은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경기 고양시에서 부모와 함께 살던 B씨는 같은 해 1월 남자친구와의 관계에서 생긴 아이를 화장실에서 몰래 분만한 뒤 화장실 창문을 통해 4층 아래로 던져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징역 5년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의 나이 정도면 상황 판단을 잘해서 현명하게 대처했어야 했다"고 질책하면서도 구형의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 형량을 선고했다.
이처럼 영아살해 피고인은 대체로 사회 통념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받아왔다.
영아살해죄가 명시된 형법 251조는 분만 중 또는 분만 직후의 영아를 살해한 때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10년에 가까운 징역형이 선고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번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과 유사하게 냉동고에 아이 시신 2구를 수년째 보관한 2017년 부산 영아살해 사건 피의자 역시 징역 2년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된 사례도 적지 않다.
이는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살인죄의 형량과 차이가 크다. 똑같이 아이를 대상으로 하지만 이른바 '정인이법' 시행으로 최저형이 7년으로 늘어난 아동학대치사죄와는 차이가 더 벌어진다.
이러한 차이는 영아살해죄가 살인을 감경해주려는 취지로 만들어진 데서 비롯한다.
법 조문을 보면 영아살해죄는 직계존속이 치욕을 은폐하기 위해서거나 양육할 수 없음을 예상해, 특히 참작할 만한 동기로 인해 영아를 살해했을 경우를 뜻하고 있다. 1953년 형법이 제정될 당시 만들어져 한 번도 개정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영아살해죄를 다른 살인에 비해 특별히 감경하는 게 사회안전망이 보강된 현시점엔 맞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우선 범죄 등으로 인한 원치않은 임신, 장애 및 전염성 질환이 확인된 경우 등 모자보건법 14조가 인정하는 사유에 대해선 낙태 시술이 가능하다.
아울러 경제적 사유로 인한 영아살해의 경우 가정위탁이나 공개 입양 등 여러 복지제도가 보강된 만큼 불가피하게 아이를 살해했다는 감경 요소로 인정받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쟁이 막 끝난 과거 시대엔 치안도 불안하고 원치 않은 임신도 지금과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많아 영아살해에 대한 감경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아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런 법이 현재까지 우리 법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아이에 대한 생명 존중에 대한 지금의 사고방식과는 맞지 않는다"며 "우리 사회가 복지 안전망 확대에 쏟는 막대한 예산이 무의미하다고 자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존속 살해에 비해 영아 살해는 한참 낮은 형량으로 다뤄지고 있는데 오히려 반대로 되어야 맞다"며 "재판부 역시 반성문을 쓰거나 어려움을 호소하는 피고인에 공감하고 감형할 게 아니라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다른 선택을 하지 못한 것을 엄하게 판단하는 쪽으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st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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