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환-김성현 빠지니 ‘맹타’ 최준우 등장, 선두 SSG가 세대교체까지 잡고 있다니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시즌 전 김원형 SSG 감독의 구상에서 주전 2루수는 좌타 최주환(35)이었다. 최주환의 수비력 논란을 의식한 듯, 김 감독은 플로리다 캠프에서 아예 “주전 2루수는 최주환”이라고 못을 박아버렸다. 그 뒤로는 내야 유틸리티 플레이어인 우타 김성현(36)이라는 베테랑이 버티고 있었다.
그런데 6월 들어 이 구상을 수정해야 할 상황이 찾아왔다. 김성현이 6월 10일 타격 훈련 도중 늑간근에 통증을 느꼈다. 검진 결과 미세 손상 판정을 받아 12일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정도가 심하지는 않지만 2주 정도는 재활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SSG는 내야에서 가장 든든한 백업 선수를 잃었다.
여기에 최주환의 몸 상태도 썩 좋지는 않았다. 왼쪽 뒤꿈치에 통증이 있었다. 최주환이 일상 생활에서도 절뚝이며 걸을 정도로 통증이 있었다. 큰 부상은 아니지만 수비에 나가는 건 무리였고, 뛰는 데도 지장이 있었다. 결국 6월 16일 이후로는 선발 라인업에서 빠진 채 대타로 한 타석 정도를 소화했다. 당장 시즌 전 구상했던 두 명의 2루수가 모두 빠진 일시적인 공백기가 발생한 것이다.
안 되는 팀은 이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생산력이 뚝 떨어진다. 그 공백이 크게 드러나며 경기에서 진다. 하지만 잘 되는 팀은 일시적으로라도 이 공백을 메우는 선수가 나타난다. SSG는 전형적으로 잘 되는 팀이다. 김성현을 대신해 내야 유틸리티 플레이어 및 대주자로 활용되고 있는 우타 안상현이 번뜩이는 활약을 한 것에 이어, 이번에는 좌타 최준우(24)가 대활약하며 공격에서의 아쉬움을 말끔하게 지워낸 것이다.
장충고를 졸업하고 팀의 2018년 2차 4라운드(전체 35순위) 지명을 받은 최준우는 퓨처스팀(2군)에서는 항상 상위 유망주였다. 작은 체구지만 당찬 스윙이 돋보였다. 콘택트에 있어서는 당장 1군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그 평가를 눈여겨 본 1군 코칭스태프 또한 최준우를 실험해보려고 했다. 2019년 1군에서 15경기, 2020년에는 66경기에 나갔다.
하지만 2군에서의 평가와 달리 1군에서는 콘택트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장타 툴이 부족한 최준우였기에 낮은 타율은 1군에서의 경쟁력 저하로 직결됐다. 2019년은 타율 0.212, 2020년은 0.236에 그쳤으니 할 말이 없었다. 지난해에도 10경기에서 타율 0.250에 그쳤다. 수비에서도 아쉬운 모습이 있어 백업 경쟁에서도 수비가 좋은 다른 선수들에게 밀리기 일쑤였다. 1군에서 제한된 활용이라면, 수비가 되는 선수가 우선이라는 게 김원형 감독의 지론이기도 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2군에서 계속 좋은 타격감을 이어 가기 위해 노력했다. 올 시즌 2군 26경기에서 타율 0.368을 기록하며 좋은 감을 이어 나갔다. 13개의 삼진을 당하는 동안 오히려 14개의 볼넷을 얻어내기도 했다. 특히 6월 10일 롯데와 경기에서 4안타, 11일 롯데와 경기에서 3안타를 치자 퓨처스팀에서도 추천이 올라갔다. 그리고 김성현과 자리를 바꿔 1군 엔트리에 자리잡았다.
기가 막힌 1군 콜업 타이밍이었다. 김성현의 부상이 없었다면 어쩌면 없었을 콜업이었다. 그런데 가장 타격감이 좋을 때 자리가 생겼고, 김원형 감독은 최준우를 곧바로 1군 선발 라인업에 넣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그 결과는 대활약이다. 적어도 타율적인 측면에서는 최주환이나 김성현이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다.
최준우는 콜업 이후 9경기에서 타율 0.423(26타수 11안타), 출루율 0.464라는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3~5타석이 아닌 결과라는 점에서 꽤 유의미하다. 최근 선발 출장한 5경기에서는 모두 안타를 쳤고, 멀티히트 경기가 세 번에 3타점까지 추가했다. 최준우의 1군 경력에서 가장 뜨거운 시기이기도 하다. 작은 체구로 갖다 맞히는 스윙이 아닌, 당찬 스윙으로 좋은 타구를 만들어내는 최준우 특유의 스윙이 나오고 있다.
추후 최주환이 선발로 돌아오고, 김성현이 부상에서 회복되면 최준우의 쓰임새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최준우가 적어도 타격에서는 확실한 장점이 있고, 수비에서도 예전보다 더 안정적인 선수가 되어 있다는 것을 1군 코칭스태프가 확실하게 확인했다. 설사 2군에 가더라도 생각이 날 수밖에 없는 선수다. 이는 장기적인 팀 방향성 설정에서도 도움이 된다.
24일 현재 43승24패1무(.642)로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SSG지만 사실 사정이 넉넉한 건 아니다. 주축 선수들의 부진과 부상으로 시즌을 100% 전력에서 치러본 적이 없다. 지금도 하재훈 김성현 전의산 최민준 맥카티 등을 비롯한 주전 및 준주전급 선수들이 부상으로 1군에 없다. 그럼에도 그 자리를 어린 선수들이 메워주고 있다는 건 성적 이상의 성과일 수 있다. 베테랑들이 우산을 펴주고, 신진급 선수들이 큰다.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 잘 되는 팀이 전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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