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커다란 성기가 달렸는데…헉! 암컷이라고? [생색(生色)]
[생색-6] 육중한 몸을 자랑하는 동물이었습니다. 윤기 나는 털, 다부진 몸매, 빛나는 눈빛을 겸비한 카리스마도 있었지요. 최고의 자리를 가리기 위해 두 놈이 붙었습니다.
육체미를 과시하듯 격렬히 몸을 부딪칩니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첨예한 싸움이었지요. 10여분이 지났을까요. 지친 기색이 역력한 한놈이 갑자기 성기를 발기시키더니 고개를 조아립니다. 항복의 표시였습니다. 큼직한 음경으로 복종 의사를 전달한 것이었지요.
싸움 뒤, 100여일이 지났을까요. 패배한 녀석의 배가 어찌 된 일인지 볼록합니다. 이내 고통을 호소하더니, 음경에서 무언가가 툭 떨어져 나왔습니다. 새끼를 출산했던 것이지요. 커다란 성기를 가지고 있던 녀석이 사실은 암컷이었던 셈입니다. 점박이 하이에나의 이야기입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하이에나를 자웅동체라고 생각했습니다. 관찰한 모든 개체가 커다란 성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오랫동안 학자들을 헷갈리게 한 개체가 하이에나였지요.
크기만 큰 것이 아닙니다. 음순이 합쳐져서 수컷의 음낭과 흡사한 모양의 기관도 있지요. 점박이 하이에나의 가짜 음경은 해면체가 들어 있어서 발기도 가능합니다. 이들은 음경을 통해 소변도 보고, 아이도 낳습니다.
출산의 과정이 끝났다고 해피엔딩인 건 아닙니다. 포식자들이 하이에나의 새끼들을 노려서입니다. 암컷 하이에나는 제법 무서운 동물이지만, 출산 후에는 쉽게 힘을 차리기가 힘듭니다. 암컷 하이에나가 동굴을 찾아서 출산하는 배경입니다. 새끼를 지키겠다는 일념은 모든 어미가 품고 있는 숭고한 감정입니다.
생명의 위험을 자주 받는 탓에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과다 분비 되어 ‘가짜 음경’이 생겼다는 설이 있습니다. 다만 과학계에서 합의된 내용은 아닙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남성 호르몬이 항상 가짜 음경을 만들 정도로 과다하게 분비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현재까지는 그저 대자연에서 볼 수 있는 다양성의 증거 정도로 해석됩니다.
암컷 점박이 하이에나는 맘에 드는 수컷에게만 자신의 ‘가짜 음경’을 소매를 말아 올리듯 오므립니다. 자신의 교미 상대로 인정한다는 신호지요. 수컷은 철저히 복종의 자세를 취하다가 암컷의 허락이 떨어져서야 관계를 준비합니다.
중앙아프리카에 서식하는 야행성 영장류인 갈라고원숭이 암컷들도 길게 늘어진 음핵을 가지고 있지요. 거미원숭이 역시 음핵이 발기가 가능한데, 너무 길어서 음경으로 오해받곤 합니다. 양털원숭이 역시 음경보다 긴 음핵으로 유명한 동물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이들은 점박이 하이에나처럼 음핵으로 출산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ㅇ점박이 하이에나 암컷의 음핵은 17cm에 달한다. 수컷 성기처럼 보일 정도다.
ㅇ암컷은 음핵을 통해 출산한다. 산도가 좁아서 생존율이 낮다. 맹수로부터 공격 위험성도 크다.
ㅇ하이에나가 사회성을 발달시킨 이유다. 이들은 여자는 약하다는 편견을 무너뜨린다.
<참고문헌>
ㅇ조안 러프가든, 진화의 무지개, 뿌리와이파리,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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