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타 학원의 '봉투 모의고사'…그 뒤엔 '수능출제자 카르텔'[대치동 리그]
일타강사들 '출제 연구소'에 수능출제위원 영입해 실전 적중률 ↑
[편집자주] 1980년대 강남에서 상대적으로 싼 집값. 서울 대치동에 처음 학원이 모여든 이유는 간단했다. 이후 대치동은 '강남 8학군' 고등학교와 입시제도 변화 등을 등에 업고 '사교육 1번지'로 성장했다. 그런 대치동이 최근 정부로부터 '사교육 카르텔'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킬러문항 대비'를 앞세워 수강생을 모으고 수능 출제위원 출신을 사설 모의고사 출제진으로 영입해 '이권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치동 키즈' 출신 뉴스1 기자 4명이 모였다. 이들과 함께 '대치동 리그'의 단상을 들여다봤다.
(서울=뉴스1) 서한샘 남해인 기자 = '일타 강사'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여기는 학원 강의실 옆 복도. 수험생 100명을 강의실에 빼곡히 채우고도 넘치자 책걸상이 복도에도 나와 있다.
얼굴이 안 보여도 상관은 없다. 이 강사의 '강의력'은 영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수험생 태반이 수업은 듣는 둥 마는 둥 다른 책을 펼쳐놓고 공부를 하고 있었다.
수업을 듣는 유일한 목적은 수업이 끝난 후에야 가져갈 수 있는 '봉투 모의고사'에 있다. 이 강사의 모의고사는 예전부터 대치동 바닥에서 '적중 모의고사'로 유명했다. 그러니 이 모의고사 자료만 얻어 가면 되는 것이다.
이는 A기자가 고등학교 3학년 때 매주 최소 1~2번씩 경험했던 일이다. 지난 22일 만난 '대치동 키즈' 출신 뉴스1 기자 4명 가운데 2명이 봉투 모의고사를 매주 풀었다고 한다.
봉투 모의고사는 대치동 '일타 강사'들이 운영하는 단과학원의 사설 모의고사다. 종종 봉투 안에 담겨 있어 대치동에서는 이를 '봉투 모의고사'라고 부른다. 수험생들은 실전 경험을 익히는 한편 혹시나 있을 '적중 문제'를 기대하며 봉투 모의고사를 치른다.
학원 수강생들은 한 강의실에 모여 일제히 봉투 모의고사에 응시한다. 시험이 끝나면 바로 일타 강사가 들어와 해설 강의를 제공한다.
A, B기자가 수험생이던 당시 이 같은 일타 강사 단과학원의 수강료는 월 40만원 정도. 국어, 수학 외에 영어, 탐구까지 수강하는 경우에는 월 200만원까지 들었다.
B기자는 "다녀본 학원 중 가장 싼 학원이 월 35만원이었다"며 "일타 강사가 운영하는 학원은 수강생 자체가 많다 보니 1명당 수강료를 엄청난 고액으로 받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보습학원에서 만드는 모의고사도 있지만 질적으로 다르다. 제작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에 일반 보습학원에서는 A4 용지에 모의고사를 인쇄해 배포한다. 그러나 봉투 모의고사는 실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처럼 8절지 크기의 얇은 종이에 형식도 수능과 똑같다.
그 무엇보다 다른 점은 출제진이다. 사설 모의고사를 내는 일타 강사들은 50여명 규모의 '연구실'을 운영한다. 연구실에서는 명문대 재학생, 학원 출신 조교들과 대학 교수 등 외부 영입 인사들이 함께 문제를 낸다.
개중에는 수능, 6·9월 모의평가를 출제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 출제위원 출신 교수도 포함돼 있다.
기자들이 매주 풀었다던 봉투 모의고사에도 이런 점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 봉투 모의고사 표지에 검은 실루엣의 사람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고 그 위로는 물음표가 쓰여 있었다. 누구인지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몇 년도 모의평가, 수능을 출제했던 어떤 교수가 출제한 것이라는 뜻이다.
또 다른 경로로 적중 확률을 높이는 방법도 있었다. 일타 강사들이 고용하는 명문대생 조교들은 대학생활을 하면서 '때가 되면' 대학 교수님이 사라지는 것을 보게 된다. 교수가 사라질 수 있는 이유가 많지만 '수능·모의평가 출제위원으로 합류했다'는 추측도 가능한 셈이다.
C기자는 "친한 후배가 일타 강사 조교로 일했는데 학교에서 이런 식으로 교수님이 사라지면 '수능 출제하러 들어가셨다'고 유추하고 이를 학원에 전달했다고 한다"며 "그 교수님의 스타일, 관심사에 대한 분석이 이뤄지는 경우가 있었다더라"고 전했다.
A기자는 "대치동에서는 수년 전부터 이런 홍보가 만연해 당연한 일, 대치동 문화라고 생각해왔다"면서도 "당시에도 평가원에서 문제를 출제했던 사람이 학원에서 출제를 해도 되는 건가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수능에서 적중한 문제 수는 이듬해 학원의 주요 홍보수단으로 활용됐다. '7문제 적중' 문구를 보고 학원에 다녔던 A기자도 자신이 치른 수능에서 '적중'을 경험했다. 다만 적중 문제 수에서는 차이가 있었다. 1문제였다.
sae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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