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돼도 소환·제재 계속…'김어준 그림자'에 발목잡힌 TBS

이정현 2023. 6. 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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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신장식 프로그램, 폐지후에도 매주 방심위 심의 안건 올라
TBS, 쇄신안 내고 자구노력 기울여도 김어준 등 남긴 허물 쌓여 '골치'
TBS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문제의 핵심인 김어준 씨는 유튜브로 몇억씩 버는데 스태프가 고생하니 안타깝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김우석 위원)

TBS가 지난해 말 논란의 중심에 선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폐지하고 최근엔 시사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등 대대적인 내부 개혁에 나섰지만, 여전히 해당 프로그램이 남기고 간 멍에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진행자 김어준 씨가 과거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쏟아낸 정치적 언사나 허위 사실 등 탓에 지금까지도 당국에서 계속 제재받거나 프로그램 제작자들이 소환되는 일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정작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는 별 불이익이 없는데, 남겨진 TBS 구성원들만 고통을 겪는 모양새다.

25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TBS FM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신장식의 신장개업'은 지난해 12월 31일 폐지됐으나 올해 1월 1일부터 이날까지 방심위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매주 심의 안건으로 오르고 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35건, '신장식의 신장개업'은 11건이며 주로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상 공정성과 객관성 조항 위반으로 민원이 제기됐다.

여당 추천 위원들이 적극적으로 편파 보도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면서 행정지도 또는 법정 제재 결정이 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TBS로서는 이미 사라진 진행자와 프로그램으로 인해 계속 행정지도나 법정 제재를 받아야 하는 처지다. 법정 제재부터는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시 감점 사유로 적용되기도 한다.

방심위 회의도 매번 김어준의 뉴스공장만 놓고 여야 간 공방을 벌이는 '김어준 회의'로 전락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심의 내용과 과정도 오랫동안 매번 쳇바퀴여서 비효율 행정과 정치적 소모전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안건은 윤석열 정부의 정책과 검찰 수사에 대한 일방적 비판, 이태원 참사 등 주요 사회적 이슈에 대한 허위 보도에 대한 지적, 서울시의 TBS 예산 삭감에 대해 자사 입장만 보도했다는 지적 등 다양하지만 핵심은 결국 '편파성'이다.

매주 심의 때 여당 측 위원인 황우석·김우석 위원은 "공영방송이 허위 내용을 편파 보도하는 것은 전파 사유화"라고 지적하고, 야당 측 위원인 김유진·옥시찬 위원은 "언론의 정당한 비판"이라고 반박하는 구도가 '무한 반복'되는 양상이다.

물론 여야 위원들도 폐지된 프로그램을 심의하는 데 대한 비효율이나 피로감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김우석 위원은 지난 5월 16일 열린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거의 회의 때마다 불려 나오는 TBS 제작진을 향해 "문제의 핵심인 김어준 씨는 유튜브로 몇억씩 버는데 스태프가 고생하니 안타깝다"고 위로하기도 했다.

TBS는 지난 12일 정치적 편파 논란을 사과하면서 인력 20% 감축, 대표 업무추진비 삭감, 임직원 정치활동 금지, 법정 제재 받은 인물 출연 규제 등을 골자로 한 혁신안을 대대적으로 발표하기도 했지만, 방심위 심의를 피해 가지는 못하고 있다.

지난 정권에서 회사의 간판이었던 진행자와 프로그램들이 이제는 도리어 회사의 발목을 잡는 상황은 최근 예산과 관련해 상당한 고충을 겪는 데서도 나타난다.

정태익 TBS 대표는 최근 서울시의회 추가경정예산 심사에서 여당이 더 강도 높은 혁신안 없이 삭감된 예산을 복구해줄 수 없다고 하자 "그러면 더 어떻게 하란 말이냐"며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추경안은 결국 잠정 보류됐다.

문제는 앞으로도 방심위에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신장식의 신장개업' 관련 안건들이 계속 올라올 것이라는 점이다. 남은 구성원들이 스스로 뼈를 깎는 자구책을 내고 어려움을 감내하고 있지만, 떠난 이들이 남기고 간 허물은 계속 TBS에 족쇄가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심위 관계자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민원이나 모니터링을 통해 올라오는 안건들은 다 심사해야 한다"며 "현재 정치 지형을 고려하면 안건을 합쳐서 축소하거나 (민원 취하 등에 대해) 합의하는 등 결단을 내리기도 어려운 상황인 듯하다"고 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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