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변호사 스토킹했다고 징역 5년?…알고보니 친족 살인범

자신 변호해준 국선변호사 스토킹 40대 항소심도 징역 5년
살인·살인미수 전과…"연달아 범죄, 재범위험에 실형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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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뉴스1) 강정태 기자 = “12시까지 사무실로 오시오. 오지 않는다면 사무실은 불에 탈 것이오. 마지막 경고요”

지난해 9월18일 일요일 경남 진주의 한 변호사 사무실에서 A씨(44)가 스토킹하던 여성 변호사 B씨(47)에게 경유가 담긴 기름통 사진과 함께 보낸 문자메시지다.

A씨는 2014년 3월 자신의 형사사건 국선 변호인으로 B씨를 처음 알게 됐다. 당시 A씨는 직장동료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실형을 선고받았다.

A씨는 B씨가 국선 변호인으로 베풀었던 호의가 자신을 좋아해 그런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면서 수감생활을 하는 동안 B씨를 이성으로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2021년 3월 출소한 A씨는 B씨를 만나겠다는 집념으로 B씨의 인적사항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B씨의 출신, 대학, 직장 주소 등 각종 정보를 수집하면서 B씨에게 연락할 방법을 찾는 데 열중했다.

그러다 지난해 8월 B씨가 진주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낸 그는 그때부터 B씨의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가거나 만나자고 연락하는 등 15차례에 걸쳐 스토킹했다.

한 달 넘게 B씨를 괴롭힌 A씨는 급기야 기름통을 들고 B씨 변호사 사무실에 침입해 방화협박을 했다가 경찰에 현행범으로 붙잡혔다.

1심 재판을 맡은 창원지법 진주지원 형사2단독(이효제 판사)은 방화예비 혐의에 대해서는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무죄로 판단하면서도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스토킹, 특수건조물침입, 특수강요미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또 이 사건과 별개지만 함께 재판에 넘겨진 지난해 7월 요양원에서 흉기를 들고 소란을 피운 혐의(업무방해)도 유죄로 인정되면서 양형 이유가 됐다. A씨는 부친이 입원한 요양원에서 코로나19로 면회가 제한되자 소란을 피웠다.

특히 재판부는 A씨의 살인과 살인미수 전과를 거론하며 ‘재범 위험성’을 높게 봤다.

A씨는 2006년 자신을 훈계한다는 이유만으로 숙모를 흉기로 수십 회 찔러 살해했다. 당시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정신질환자로 인정돼 치료감호 처분을 받았다.

A씨는 2013년 치료감호 가종료로 예정보다 일찍 출소했다. 그러나 출소한 지 1년도 안 돼 직장동료 얼굴을 흉기로 찔러 살인미수죄로 징역 4년과 치료감호 가종료 취소 처분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과거 살인·살인미수 범죄의 잔혹성과 대담함, 장기간의 치료감호와 복역을 거치고도 출소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연달아 범죄를 저지른 점, 이 사건 범행도 주저하거나 망설인 흔적이 없고 피해자가 받았을 정신적 충격에 공감하지 못하는 태도 등을 보면 A씨의 재범 위험성이 상당히 높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씨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장기간의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1심 판결 이후 검찰은 A씨의 무죄 부분에 대해 사실오인을 이유로, 유죄 부분에 대해서는 형량이 가볍다며 항소했다. A씨도 형량이 무겁다고 항소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바뀌지 않았다. 창원지법 형사1부(김국현 부장판사)는 “원심의 사실오인이 없고, 선고한 형도 합리적 재량의 범위를 벗어나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며 양 측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현재 이 사건은 검찰과 A씨 모두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장을 제출,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jz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