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다 낫고 같이 야구하자"…관중석에서 끝난 5년 동행, 눈물 삼키고 '가족'과 이별
[스포티비뉴스=고척, 김민경 기자] "부상 말끔히 다 낫고 나서 같이 야구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키움 히어로즈 내야수 김혜성(24)이 지난 5년 동안 가족처럼 함께했던 에이스 에릭 요키시(34)에게 남긴 말이다. 요키시는 24일 마지막으로 고척스카이돔을 찾았다. 키움 구단이 요키시가 26일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키움 선수단과 팬들에게 충분히 인사를 나눌 수 있도록 이벤트를 마련한 덕분이다.
키움은 지난 16일 요키시를 웨이버 공시했다. 요키시가 왼쪽 내전근 부분 파열 진단을 받아 복귀까지 최소 6주가 걸린다는 소견을 듣고는 빠르게 대체자를 찾아 나섰다. 5강, 나아가 우승을 노리는 키움은 외국인 투수가 6주나 자리를 비우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크다고 판단해 결단을 내렸다. 키움은 미국 독립리그 출신 좌완 이안 맥키니(28)를 대체자로 영입했다.
요키시는 2019년 처음 키움과 인연을 맺고 KBO리그에서 커리어를 쌓아 나갔다. 첫해부터 13승, 181⅓이닝을 책임지면서 단번에 에이스로 자리를 굳혔고, 올해까지 현역 최장수 외국인 선수로 남을 수 있었다. KBO리그 5시즌 통산 성적은 130경기, 56승36패, 773⅓이닝, 평균자책점 2.85다. 올해는 부상과 부진 속에 1경기에서 5승3패, 65⅔이닝, 평균자책점 4.39에 그치는 바람에 방출 결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특별한 마지막을 선물한 구단에 감사를 표했다. 요키시는 이날 팬 사인회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5년이란 시간 동안 많이 뛰긴 했지만, 팬들께서 이 정도로 많이 응원해 주시는지는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기회로 팬들께 감사하다 이야기하고 싶다. KBO리그에서 뛰는 많은 외국인 투수들이 (팀을 떠날 때) 이런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 감사하다. 팬들께서 다시 돌아와 달라고 해서 정말 고마웠다"고 마음을 표현했다.
키움은 성심껏 요키시와 지난 5년에 감사를 표했다. 경기에 앞서 요키시의 지난 5년의 활약상을 담은 영상을 전광판에 상영했다. 구단은 '요키시는 우리에게 용병이 아닌 가족이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고, 그라운드에서 함께 영상을 시청하던 요키시의 아내 케일라는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작별 이벤트는 계속됐다. 고형욱 단장이 감사패를 전달했고, 홍원기 감독과 이정후가 선수단 사인이 담긴 유니폼 액자와 꽃다발을 선물했다. 요키시는 경기 동안 가족과 함께 관중석에 앉아 키움이 두산을 4-2로 꺾고 5위를 탈환하는 장면을 지켜봤다. 그리고 1루 응원단상으로 이동해 케일라와 두 자녀 워스, 본과 함께 정말 마지막으로 팬들과 인사하는 시간을 보냈다.
요키시는 경기장에 들어선 순간부터 나갈 때까지 끝내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오히려 "생각보다 슬프진 않다"고 덤덤하게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키움 선수단과 팬들의 따뜻한 작별 인사에 요키시는 시종일관 행복하게 웃는 얼굴을 유지했다.
요키시는 "처음에 구단에서 방출 통보 받을 때는 지난날들을 회상하는 데 그쳤다. 오늘(24일) 팬들을 만나고 느낀 가장 큰 감정은 '정말 좋다'였다.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해줘서 정말 감사하다"고 마음을 표현했다.
이어 "누군가에게 열심히 했고, 팀 승리에 누구보다 공헌했고, KBO 발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 선수로 기억된다면 영광일 것이다. 나와 가족은 KBO에서 5년을 정말 즐겼고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2번타자로 나섰던 김혜성은 이날 4타수 3안타(1홈런) 1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하며 마지막으로 키움 경기를 지켜본 요키시에게 승리를 선물했다. 김혜성은 요키시의 지난 5년을 모두 함께했기에 더더욱 마음이 뭉클했다.
김혜성은 "매 경기 최선을 다하고 이기고 싶은 건 똑같은 마음이지만, 경기 전에 (요키시 고별) 행사가 있었고 올해 우리 경기를 보는 것은 마지막일 테니까. 좋게 끝내고 싶어서 다들 열심히 했다. 요키시가 부상 말끔히 다 낫고 나서 같이 야구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앞으로 야구를 하든 안 하든 부상 없이 건강하게만 지냈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담아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올해 키움 유니폼을 처음 입은 외국인 투수 아리엘 후라도(27)에게도 요키시는 특별한 선수였다. 후라도는 이날 8⅔이닝 116구 7피안타 2사사구 2탈삼진 2실점(1자책점) 역투를 펼치며 온 힘을 다해 동료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후라도는 "요키시가 떠나서 아쉽고 슬프다. 좋은 동료이자 친구였다. 오늘 좋은 팀을 상대로 좋은 투구를 해서 팀 승리에 기여한 것 같아 만족한다. 앞으로 요키시도 계속 야구를 할 것이기에 미래를 응원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건강해진 요키시가 다시 한국으로, 또 키움으로 올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요키시는 KBO리그 복귀 여부에 확답은 하지 못했지만, 가능성의 문은 열어뒀다.
요키시는 "지금 당장은 (KBO리그 복귀) 계획이 없다. 일단 미국으로 돌아가서 부상 회복 정도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절대'라는 말은 없기에 미래를 단언하고 싶지는 않다"며 "이런 결말을 바라진 않았지만, 오늘 팬들과 동료들의 환대를 받아 기분 좋았다. 나는 5년 동안 정말 환상적인 한국 생활을 했다. 오늘 정말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마지막으로 한번 더 감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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