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적기 vs 서명 강요"...항우연 내부도 우주청 의견 분분
[앵커]
우주항공청의 연내 개청이 물리적으로도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누리호 개발과 발사 성공을 이끈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내부에서 우주청에 대한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지금이 설립 적기라는 의견과 과기부 외청 형태로는 설립을 반대하는 의견인데요.
어떤 이야기인지 양훼영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기자]
지난달, 누리호 3차 발사를 성공적으로 이끈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그런데 발사 1주일쯤 뒤, 항우연 연구 인력이 주로 소속돼있는 노조에서 우주항공청 설립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신명호 / 한국과학기술노동조합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지부장 : (연구과제가) 우주청을 통해서 오는 거는 시어머니가 하나 더 생기는 형태가 되겠죠. 이게 분산적인 거예요. 앞으로는 전체를 조정하고 총괄할 수 있는 (우주)전담부처가 돼야 된다는 입장에서 대통령실 직속으로 돼야….]
항우연 노조 성명 일주일 뒤, 누리호 개발자들이 낸 입장문이라며 "지금이 우주청 설립 적기라고 생각한다"라는 주장이 한 신문에 실렸습니다.
그런데 직장인 익명 앱에 고발 글들이 올라왔습니다.
전 보직자 등이 우주청 설립에 동의하라면서 서명을 종용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실제로 직원들은 정부 안과 같은 형태의 우주청 설립을 반대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이들이 우주청 개청을 반대하는 이유는 뭘까?
실질적인 처우 개선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관리하는 기관만 하나 더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우주항공청 구성원의 절반 이상을 외부 석·박사급으로 채운다면서 연봉 상한을 폐지한다고는 밝혔지만, 이는 항우연 연구원에게는 전혀 해당되지 않는 사항입니다.
또, 25개 출연연구기관 중 항우연의 신입 초봉은 꼴찌에서 4번째에 머물고 있습니다.
최근 처우개선을 위해 인건비가 5억 증액됐지만, 연봉이 낮은 1~5호봉 구간을 올리는 데 쓴다는 방침이어서, 이렇게 되면 주력 연구 인력인 석사급 이상 연구원들은 혜택을 전혀 볼 수 없습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연구소 연구원 : 우주청이 생긴다 하더라도 항우연은 과기부 산하, NST(국가과학기술위원회) 산하 기관으로 남을 수 있다는 얘기들이 들리다 보니 '지금이랑 별다른 변화는 없겠구나' 라고 생각해 사실 사기가 오히려 더 저하되는 상황입니다.]
항우연은 현재 다누리 개발진의 1억 원 연구수당 소송을 비롯해 두 건의 수당 관련 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출연 연구기관에 대한 기획재정부의 총인건비 규제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항우연은 국민의 환호와 찬사를 받았지만, 그 뒤에 가려졌던 연구진들의 처우는 생각 이상으로 열악했습니다.
대한민국 우주개발을 더는 사명감이나 열정에만 기대지 말고, 제대로 된 처우 개선이 이제는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YTN 사이언스 양훼영입니다.
YTN 양훼영 (hwe@ytn.co.kr)
※ '당신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카카오톡] YTN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02-398-8585
[메일] social@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YT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