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 일으킨 바그너, 러시아보다 장비 좋아”···'푸틴 피신설'까지

김태원 기자 2023. 6. 25.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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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 거리에서 바그너 그룹의 탱크가 진격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서울경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전용기를 타고 수도 모스크바를 떠나 상트페테르부르크를 향해 피신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무장 반란을 일으킨 바그너그룹의 용병이 러시아 정규군보다 장비가 좋고 사기도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바그너그룹은 5만명의 전투원을 보유한 민간 용병 기업이다.

24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바그너그룹 용병이 오랜 전쟁에 지친 러시아군보다 좋은 장비를 갖췄고 사기도 높은 상태라고 평가했다.

텔레그래프는 죄수 혹은 전직 러시아군 출신인 바그너그룹 용병들이 전반적으로 강인하다고 설명했다.

용병들은 녹슨 장비와 구형 군복을 받는 러시아군보다 잘 무장돼 있으며 최근 거둔 승리로 사기도 높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바그너그룹은 지난 24시간 동안 러시아의 신형 공격용 헬기인 Ka-52 3대를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바그너그룹은 다수의 탱크를 포함한 기갑 병력을 보유했고 전투기도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텔레그래프는 설명했다.

실제로 바그너그룹은 남부 로스토프나도누, 보로네시 등을 잇달아 장악한 데 이어 모스크바로 북진 중이다. 이날 오후에는 모스크바에서 남쪽으로 약 350㎞ 떨어진 지점인 리페츠크까지 진출한 것이 여러 언론들에 의해서 확인됐다. 리페츠크 주 당국도 바그너 그룹의 진입을 인정했다.

현지 시간 오늘 오후 3시30분께 리페츠크 주 당국은 바그너그룹의 전투원들이 리페츠크에 진입했고 현재 군 장비를 이동 중인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와 같은 리페츠크 주 당국의 오늘 공식 발표는 바그너 그룹이 모스크바 남쪽 약 500㎞ 지점에 위치한 보로네시 지역에 ‘무혈 입성’했다는 소식이 전해진지 불과 수시간 만이어서 바그너그룹 빠른 이동 속도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고르 아르타모노프 리페츠크 주지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지역 당국이 주민들 안전을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하고 있다고 언급하고 바그너그룹이 진입하기는 했지만 상황이 통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르타모노프 주지사는 리페츠크 주민들에게 외부 활동을 자제하라고 권하며 현재 상황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사실상 인정하는 듯한 언급도 했다.

연합뉴스

외신들은 16개월간 이어진 전쟁으로 인한 부상자가 22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신문은 25만명 규모의 러시아 징집병은 군사 훈련 정도와 장비 수준이 낮고 34만명 규모 국경수비대의 전투 능력도 검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푸틴의 친위대인 러시아 연방경호국(FSO) 소속 5만 병력은 바그너그룹 용병보다 전력에서 우위를 점한다고 덧붙였다.

용병들은 지난해부터 우크라이나 동부 전략적 요충지 바흐무트에서 8개월간 격전을 벌였고 지난달 해당 지역을 장악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바그너그룹은 상당수의 병력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바그너그룹의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61)은 지난 23일 "2만5천명의 전투 요원이 이 혼란을 끝내기 위해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바그너 그룹의 전투력이 과장됐으며 러시아 정규군의 방어를 물리치고 모스크바에 입성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마크 갈레오티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명예교수는 선데이 타임스 기고문에서 아프리카 등에 파견된 병력을 제외하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있는 프리고진의 병력은 1만명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에서 러시아 국기를 흔드는 바그너그룹 용병. 로이터 연합뉴스

더욱이 모스크바 주변에는 제4근위대 '칸테미르' 탱크사단과 제2근위대 '타만' 기동소총사단 등 정예 부대들이 겹겹이 배치돼 있고 준군사조직인 국가근위대, 무장 경찰, 크렘린 경호대 등도 수도 방위에 가세하고 있어서 러시아 정규군은 증원군이나 공중 전력을 제외하고도 이미 규모 면에서 바그너 그룹을 능가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바그너그룹은 2014년 우크라이나 동부의 분리주의 세력을 지원하면서 처음 세상에 존재를 알려졌다.

그 이전에는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활동하는 비밀 조직이었다. 당시만 해도 특수 부대 출신 전투원 5000명가량이 소속된 것으로 추산됐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바그너그룹은 급속도로 성장했다.

영국 국방부는 지난 1월 바그너그룹이 우크라이나에서 5만명의 전투원을 지휘하고 있으며 전쟁에서 핵심 세력으로 부상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바그너그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모병에 어려움을 겪었던 2022년 죄수들을 대거 전투 요원으로 채용했다.

미국도 바그너그룹은 전투원 5만명을 보유하고 있고 이 중 4만명이 교도소 수감자였던 것으로 추산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바그너 용병들은 동부 지역 격전지 바흐무트에서 우크라이나 군과 처절한 전투를 벌인 것으로 유명하다.

바그너그룹의 용병. AFP 연합뉴스

한편 이날 러시아 타스 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정상 업무를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타스 통신에 "대통령은 크렘린궁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며 일부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푸틴 대통령의 피신설을 부인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TV 연설에서 "우리는 등에 칼이 꽂히는 상황을 목격하고 있다. 반역에 직면했다"며 "어떤 내부 혼란도 국가에 치명적 위협이자 러시아와 국민에 대한 타격"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우리의 대응은 가혹할 것이다. 반역 가담자는 처벌될 것"이라며 "이 범죄에 휘말린 이들은 치명적이고 비극적인 실수를 저지르지 않고 옳은 선택을 내려 범죄 행위 가담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원 기자 reviv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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