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프리고진, 수도 향해 북진…푸틴 정권 최대 위기(종합4보)
숨죽이고 지켜보는 우크라 "러 약점 명백히 드러났다"
(서울=뉴스1) 김민수 김성식 기자 =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이끄는 바그너그룹이 쿠데타를 선언하고 수도 모스크바를 향해 북진 중이다.
최대 위기에 봉착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 등을 통해 바그너그룹을 '반역자'라고 지칭하면서 내부 분위기를 수습하려는 모양새다.
그러나 프리고진은 오히려 바그너그룹이 "애국자"라며 모스크바를 향한 진격을 멈추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다.
이러한 움직임을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여러 국가들이 지켜보고 있다. 쿠데타의 결과에 따라 우크라이나 전황과 러시아의 정세가 뒤바뀔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바그너그룹, 수도 향해 북진…모스크바 이남 500㎞까지 진격
24일(현지시간) 외신들을 종합하면 프리고진이 이끄는 바그너 그룹은 이날 쿠데타를 선언한 후 러시아 남부 군관구 본부가 위치한 로스토프나도누를 장악한 후 이어 보로네시의 모든 군사 시설을 통제하에 두게 됐다.
바그너그룹은 러시아 남부 고속도로인 'M-4'를 이용해 진격한 것으로 추측된다. M-4 고속도로는 로스토프나도누에서 보로네시를 거쳐 단숨에 모스크바까지 연결된다.
영국 국방부의 전략사령부 산하 정보기관인 국방정보국(DI)도 전황 업데이트를 통해 두 지역을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번 쿠데타를 두고 "최근 러시아가 직면한 가장 중대한 도전"이라고 덧붙였다.
프리고진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로스토프나도누(로스토프주의 주도)의 군본부를 "총 한 발도 쏘지 않고" 점령했다고 자찬했다. 그는 여전히 자신의 쿠데타를 "정의의 행진"이라 묘사하면서 러시아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때 푸틴의 최측근으로 꼽히던 프리고진이 쿠데타를 일으킨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불거진 러시아 군부와의 갈등 때문이다. 프리고진은 러시아 국방부가 우크라이나의 바그너 캠프를 먼저 공격했다면서 결국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에 러시아는 수도 모스크바시(市)와 모스크바주(州), 보로네시주에 대테러 작전 체제를 선포하는 등 대비책 마련에 나섰다.
아울러 러시아 한 매체는 수도 모스크바 남서쪽 가장자리에 기관총 진지가 설치됐다고 전했다.
◇푸틴 "반역에 직면했다" 내부 결속에 총력…프리고진 "항복할 생각 없어"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푸틴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을 통해 분위기 수습에 나섰다.
그는 연설에서 "우리는 등에 칼이 꽂히는 상황을 목격하고 있다"며 "반역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프리고진을 겨냥하며 "과도한 야망과 개인적인 이익이 반역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반역의 길을 택한 자, 무장반란을 준비한 자, 협박과 테러(폭력)의 길을 택한 자 모두 단호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한 바그너그룹 전투원들에게 범죄에 휘말리지 말고 즉시 투항할 것을 권고했다. 그는 "속고 있는 사람들에게 호소한다. 어떠한 차이점도 '특별군사작전' 중에는 덮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대통령이자 최고사령관으로서, 러시아 시민으로서 국가를 수호하고 헌법질서, 시민의 생명, 안전,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에 대해 프리고진은 즉각 텔레그램에 영상 메시지를 게재해 반박했다.
프리고진은 푸틴 대통령이 연설에서 바그너 전투원들을 반역자라고 칭한 것이 "엄청난 착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크게 잘못했다. 우리는 조국의 애국자"라며 "아무도 대통령, 러시아 보안국(FSB) 또는 타인의 요청에 따라 자수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혈맹 벨라루스를 비롯해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정상들에게 내부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
아울러 일각에서 떠돌고 있는 푸틴 대통령의 피신설에 대해서도 러시아 정부는 즉각 반박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전용기를 통해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피신했다는 풍문에 대해 부인하며 "푸틴 대통령은 현재 크렘린궁에서 집무 중"이라고 말했다.
푸틴의 최측근들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나섰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을 비롯해 러시아 정교회의 수장인 키릴 모스크바 총대주교, 람잔 카디로프 체첸공화국 수장은 잇달아 바그너그룹의 쿠데타를 비판하는 성명을 내고 푸틴 대통령을 중심으로 뭉칠 것을 주문했다.
◇우크라 및 서방도 쿠데타 예의주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텔레그램을 통해 바그너 그룹의 쿠데타를 꼬집으며 "러시아의 약점이 분명히 드러난 것"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그는 "우리 영토에 군대와 용병을 오래 주둔시킬수록 더 많은 혼란과 고통, 문제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악과 혼돈의 확산으로부터 유럽을 보호할 수 있다"며 "우리의 모든 지휘관과 병사들은 무엇을 해야할지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차관은 이번 쿠데타가 우크라이나에게는 기회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것은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나. 기회의 창이다"라고 지적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향후 48시간 동안 러시아의 새 지위가 결정될 것"이라며 "본격적인 내전이 벌어질지, 협상을 통한 권력 이양이 이뤄질지, 아니면 푸틴 정권이 몰락하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전 일시적인 유예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잠재적인 플레이어들이 어느 편에 설지 선택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유럽 국가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정부는 러시아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정부 공보실 대변인이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러시아의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엘리제궁은 이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계속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이웃국인 폴란드의 안제이 두다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총리 및 국방부 장관과 회의를 했다고 밝혔다.
영국 외무부는 여행주의보를 내면서 "로스토프 지역의 군사적 긴장과 전국적으로 추가적인 불안의 위험이 있다는 보고가 있다. 더욱이 영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비행기 옵션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애덤 호지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관련 브리핑을 받았으며, 러시아와 바그너그룹 관련 상황을 주시하고 이와 관련해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kxmxs41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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