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두 얼굴] 포털에서 검색창이 사라지는 날이 올까
[인공지능의 두 얼굴 (12)]
AI채팅으로 검색창 대체한 버전 선보인 빙, '공존' 버전 선보인 구글
네이버 카카오 하반기 인공지능 기반 검색 서비스 도입 예정
검색엔진 점유율 요동치고, 언론사 등 웹사이트 '추락' 가능성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포털·검색 엔진에 접속하면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핵심 기능이 '검색창'이다. 네이버와 다음, 구글, 야후 등 서비스에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다. 검색 엔진의 시대가 열리기 전 인터넷에선 개별 사이트를 찾아 들어가야 했다. 1994년 라이코스가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둔 첫 번째 검색엔진으로 자리를 잡은 이후 국내외 검색 엔진 사이트들은 '검색창'을 선보였다. 국내에서도 '포털 춘추전국시대'를 거쳐 현재까지도 첫화면 검색창은 포털과 검색엔진의 정체성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앞으로는 검색창이 사라진 검색 엔진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선제적으로 챗GPT 탑재한 빙
챗GPT가 촉발한 생성형 인공지능 경쟁이 심화되면서 포털과 검색엔진의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된 상황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검색 엔진 '빙'에 접속하면 챗GPT 기본 탑재 버전인 '빙챗'을 사용할 수 있다. 탑재 버전은 첫화면이 '검색창'이 아닌 '채팅창'으로 바뀐다. 이 채팅창은 챗GPT 채팅 입력과 마찬가지로 질문을 하면 인공지능이 작성한 답변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지난 3월 도입됐다.
예를 들어 '경주 여행 일정을 짜줘'라고 요청하면 “대릉원, 첨성대, 석굴암 등의 유명한 관광지가 있습니다. 또한, 황리단길 한옥 카페에서 쉬어보는 것도 추천되고 있습니다. 경주 2박3일 여행코스를 추천하는 글도 있습니다”라며 관련 코스 추천 게시글을 링크와 함께 제시한다. 이어 '석굴암 빼고 일정 짜줘'라고 추가 요청하면 '석굴암을 빼고 경주 여행 일정을 짜드리겠습니다'라고 답변한다.
국내외 검색엔진 가운데 빙의 실험이 가장 파격적이라고 평가 받는다. 빙은 검색 점유율이 미미한 후발주자이기에 아직 상용화하기 이른 수준의 인공지능 서비스도 과감하게 도입했다는 평가도 있다.
역습 나선 구글, '바드' 탑재 버전 공개
구글은 지난 5월 챗GPT의 대항마 '바드'를 공개했다. '바드'는 구글이 만든 대규모언어모델인 팜2(PaLM)를 기반으로 한다. 구글에 따르면 팜2는 100개가 넘는 국가의 텍스트를 학습해 다국어 텍스트에 강하고 미묘한 차이가 있는 텍스트를 이해하고 번역할 수 있다.
구글은 바드 발표와 함께 인공지능 기술을 검색엔진에 접목하는 버전을 시연했다. 시연 버전을 보면 빙챗과 달리 '검색창'은 유지가 되는 반면 웹사이트를 제시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었다.
검색 결과 웹사이트만 뜨는 기존 방식과 달리 상단에 인공지능의 답변이 먼저 제시된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에서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물으면 인공지능이 작성한 응답이 뜬다. “반팔 셔츠와 가벼운 스웨터나 재킷을 포함한 레이어드를 가져와야 한다”는 내용이다. 검색 결과 인공지능의 답변을 띄우고 우측에 참고한 링크 3곳을 제시한다. 하단에는 추가 예상 질문을 제시해 추가적인 인공지능의 답변 정보를 읽을 수 있다.
구글은 시연을 통해 '관점'(Perspectives) 탭을 선보이기도 했다. '관점'탭은 특정 주제에 관한 다른 사람들의 '관점'을 보여주는 기능으로 인공지능을 통해 사람들이 선호하는 트렌드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네이버·카카오도 하반기 인공지능 검색 도입 예고
국내 포털도 '대응'을 하고 있다. 네이버는 하반기 중 검색 챗봇 서비스 '큐'(Cue:)를 도입할 예정이다. 빙, 구글과 마찬가지로 인공지능 채팅 서비스와 검색을 접목하는 방향이 될 전망이다. 네이버는 오는 7월 베타서비스 버전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새로운 검색 트렌드 생성 AI에 대응하겠다”며 “네이버는 한국어로는 고품질 검색 데이터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고, 거대 AI 모델로는 세계 정상급 기술이라고 자부한다”고 밝혔다. 네이버의 '큐' 서비스는 빙챗처럼 검색을 채팅으로 대체하기 보다는 바드처럼 검색 기능의 일부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포털 다음도 AI 서비스를 강화할 전망이다. 지난 5월 카카오 내 포털 다음 서비스를 사내 독립기업(CIC, Company in Company)으로 개편하면서 카카오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규 서비스를 출시해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기술 선도적 서비스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가칭 '코(Ko)챗GPT' 2.0 버전을 개발하고 있다. 카카오는 이를 활용한 버티컬 AI 서비스를 오는 3분기 선보일 계획이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카카오브레인이 갖고 있는 한국어 특화 AI 모델인 코GPT를 활용해 날카로운 버티컬 AI 서비스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국내 서비스들이 빙챗처럼 단기간 내 검색창을 다른 서비스로 대체하는 버전을 내놓을 가능성은 낮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사실과 다른 말을 하는 환각현상 등이 있어 검색 기능을 대체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고 이용자 편의성이 떨어지는 면도 있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 Innovation센터장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검색 서비스와 글 쓰는 AI를 잘 붙이는 게 쉽지 않다”며 “검색과 글을 잘 쓰는 AI를 어떻게 연결시킬지 모든 회사가 고민하고 답을 찾고 있는 단계다. 네이버도 마찬가지다. 출시되는 시점에 어느 정도 형상들을 보여드릴 거고, 그 형상은 당분간은 자주 바뀌게 될 것 같다”고 했다.
검색엔진 격변기, 인터넷 사이트 목록 사라진다?
오는 하반기엔 검색 사이트의 '진화'와 함께 격변기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 우선 인공지능 서비스의 성패에 따라 국내외 사업자들의 점유율이 변동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에서 네이버가 지식IN 서비스를 내세우면서 1위 포털로 올라섰던 것과 같은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된 상황이다. 인공지능 서비스와 별개로 이미 국내에서 구글의 상승세와 네이버의 하락세가 이어지는 추세이기도 하다.
특히 구글이 지난 5월 바드의 제1외국어 서비스를 '한국어'로 출시한 점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구글은 한국의 IT산업이 발전한 점을 강조했지만 경쟁자인 네이버를 의식한 조치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또 하나의 변화는 '웹사이트'의 쇠락 가능성이다. 생성형 인공지능 기반의 채팅 서비스 비중이 높아질수록 언론사 사이트를 비롯한 기존 웹사이트, 블로그, 카페 등의 접근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검색-웹사이트 목록화면-웹사이트 클릭'으로 이어지는 지난 20여년 간의 검색 엔진의 표준을 뒤흔들 수 있다.
지난 5월 월스트리트저널은 구글의 새 서비스 개편안을 설명하며 “이러한 변화는 10개의 파란 링크로 불리는 형식인 기존의 웹사이트 목록을 보여주는 구글 검색 엔진의 결과값을 더 멀리 밀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언론사 온라인 부문 관계자는 “현재 네이버 뉴스 트래픽이 크게 떨어진 상황인데, 이게 끝이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언론이 '탈포털'을 하려는 시도가 있는데, 잘 안 되고 있다. 인공지능 서비스가 자리 잡으면 포털에서 뉴스가 자연스럽게 퇴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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