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제로 내몰리는 ‘한강공원 사망’ 손정민씨 사건…10대 의혹

박양수 2023. 6. 24.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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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공원에서 실종 후 숨진 채 발견된 의대생 고 손정민 씨의 2주기를 추모하는 꽃과 사진이 한강시민공원에 걸려 있다.

이른바 '한강공원 사망 의대생' 고(故) 손정민 씨 사건은 몇 가지 의혹 속에 검찰 수사만을 남겨두고 있다.

친구의 부름을 받고 집 앞 한강공원으로 나갔다가 술을 마신 상태에서 실종, 그로부터 5일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던 '한강 의대생 사망사건'.

이 사건은 진상을 밝혀달라는 시민들의 숫자가 52만 명을 넘었고, 국회청원은 10만명을 넘었지만, 결국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런 진전이 없다.

해당 사건을 수사한 서울 서초경찰서는 초기 늑장 대응, 부실 편파수사 등의 비난을 받았다. 또 그런 와중에 재판 중인 CCTV를 삭제했다는 이유로 유족 측의 분노를 자초했다. 당시 경찰은 고 손씨의 친구 A씨의 혐의를 조사했지만, 손씨의 사망은 타살 혐의가 없다고 종결했다.

하지만 경찰은 당시 사건의 유일한 동석자이자 목격자였던, 고 손씨의 친구 A씨의 신발과 티셔츠가 유기되도록 방치했다. 또 A씨의 아이패드는 압수수색이 아닌 임의제출로 사건 발생 3주가 지난 뒤에야 경찰의 손에 입수되는 등 유족 측의 끈질긴 의혹 제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찰 내·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내부 위원과 법학·의학 전문가 등 외부 위원으로 구성된 변사사건심의위원회도 손씨가 타살당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대해 유족 측은 아직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지 못했다며 억울해 하고 있다. 유족 측은 "단 한 번의 용의자 소환도 없이 황급히 사건을 종결해버렸다"며 "당시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50만 청원, 국회 10만 청원을 통해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자 하는 시민들의 염원은 확인됐는데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의혹들을 남긴 채 사건이 은폐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유족 측이 풀려야 할 내용이라며 제기하는 주요 의혹은 모두 10가지다. 우선 첫째는 친구 A 씨는 왜 신발과 티셔츠를 버렸는가이다. 둘째, A씨는 왜 정민군의 휴대전화를 집으로 가져갔는가. 셋째, 정민군의 시신이 발견되기도 전에 변호사를 선임한 이유는 무엇인가.

넷째, 오전 3시 31분 강비탈로 추락한 손정민군을 따라내려갔던 피의자는 왜 3분만에 혼자 올라와 집에 전화를 걸었고, 정민군이 강비탈 아래에 있는 데도 정민군이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거짓말을 했다. 그 이유는 뭔가.(이 부분에 대해선 A씨의 부친이 정민군의 모친과 대화한 녹취록에 그대로 담겨 있다. 녹취된 내용을 보면 A씨가 당시 "굴러떨어진 손 군을 끌어올리려고 하다가 옷과 신발이 젖었다"는 취지로 말했고, A씨의 부친은 정민군의 모친에게 "아들이 '(사건 현장에서 손군이) 걸터져 있었다'는 말을 한 것 같다"는 취지의 말을 몇 차례 하는 것으로 나온다.)

다섯째, 오전 4시 8분까지 깨어있다가 4시 27분까지 잠들었던 A씨가 멀쩡하게 집으로 돌아갔다가 곧바로 부모를 대동하고 사건현장으로 되돌아온다. 지름길인 3단 펜스를 뛰어넘어 어떻게 사건현장으로 그대로 직행했는가.

여섯째, 정민군을 찾으려는 노력 없이 강비탈만 3회씩 오르내린 이유는 무엇인가.

일곱째, 정민군의 모친이 휴대전화로 두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A씨가 의도적으로 두 번 모두 받지 않은 영상이 찍혔다. 전화를 받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여덟째, 오전 3시 37분에 자신의 부모에게 전화했던 사실을 왜 유족에게는 숨겼는가.

아홉째, 자신의 부모들을 이끌고 3단 펜스를 뛰어넘어 찾아갈 정도로 사건 현장을 정확히 알고 있었으면서도, 왜 유족에게는 장소를 알려주지 않아 헤매도록 만들었는가.

열 번째는 7시간의 블랙아웃을 주장하는 A씨가 오전 2시 18분에 어떻게 까치발을 들고 서서 전화기를 보고 있었으며, 오전 5시 12분 어떻게 사건현장을 정확히 가리켜서 부친과 함께 차에서 내려 3단 펜스를 넘을 수 있었나.

정민씨의 부친 손현 씨는 아들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들은 넘쳐나지만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하게 해명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때 부모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단 한 가지 였다. 유족은 친구 A씨를 폭행치사, 유기치사, 유기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그런데 단 한 차례의 조사도 없이 사건은 불송치됐다. 분노한 부모는 이의 제기를 했고, 시민들의 분노도 함께 들끓었다. 이로 인해 수 많은 피의자가 양산됐다.

친구 A 씨의 법률 대리인인 원앤파트너스는 이번 사건에 대해 온라인상에서 정민씨의 타살 가능성 등을 언급한 시민·기자·유튜버 등을 고소했고, 그 숫자는 늘어났다.

이에 대해 유족 측은 "경찰의 의무와 소임을 저버린 초동수사 실패와 부실 수사로 인해 소환도 되지 않은 친구 A씨가 적반하장으로 억울하게 아들을 잃은 부모에게 공감하는 수많은 시민들을 범죄자라고 지목한 지독한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청원에 대해 국회는 90일 안에, 연장 60일 포함해 최대 150일(5개월) 이내에 심사할 의무가 있다. 국회법 125조 5항은 상임위 회부 청원은 회부된 날로부터 150일 이내에 심사를 끝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손정민 사건'의 과학적 재수사와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청원은 지난 2021년 9월 10만명을 달성한 뒤, 법사위 행안위 간을 오가다가 최종 법사위 손으로 넘어간 것이 11월 4일, 그로부터 90일이 지나자 국회는 60일을 연장했다. 또한 150일이 지나자 더욱 세밀하고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이유로 2022년 12월 31일까지 예외적으로 심사를 연장했다.

이어 해가 바뀐 2023년 국회의 청원소위 위원장인 김의겸 의원은 정민씨의 부모에게 사과의 뜻을 표하며, 향후 상정될 계획이 없다는 것을 밝혔다. 수많은 법사위 위원들 중에선 국민적 관심이 집중됐던 이 사건에 대해 책임을 지려는 위원이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그들은 검찰이 희망이라 말했다.

현재 고 손정민씨 사망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 (임현철 검사) 에 배당되어 있다. 시민들은 친구 A 씨의 소환조사를 기다리고 있다. 그간 중앙지검은 A씨 측의 불특정 시민에 대한 명예훼손 고소에 대해 수차례 혐의없음으로 결론 내린 바 있다.

한편, '한강 의대생 사망사건'은 얼마 전 유죄 판결이 난 '구리왕숙천 사건'과 여러 면에서 비슷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CCTV상에 찍힌 피해자와 피의자의 동선, 직접적인 증거는 없으나 피해자를 강비탈 아래 두고 피의자 혼자서만 다시 올라온 CCTV의 화면, 그리고 사건 관련자들의 앞뒤가 맞지 않는 진술 등의 정황 증거가 그렇다. 심지어 피해자의 전화기를 가져간 것과 사망한 장소의 수심이 낮다는 점까지 유사하다. 오전 3시 31분 정민씨 추락 후, 뒤따라 내려간 피의자가 혼자서만 올라온 것이 찍혔듯이 구리왕숙천 사건 또한 피의자의 동선이 동일하다.

구리왕숙천사건의 판결에서 피의자는 유기치사 혐의가 인정돼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직접적인 증거 없이도 유기치사가 법원에서 인정될 수 있음을 보여준 판례이다. 해당 사건을 담당한 중부서는 유일한 최후 동석자인 형을 긴급체포했다. 하지만 서울 서초서는 마지막 목격자이자 유일한 동석자였던 친구 A씨를 참고인 소환하며 증거를 유기할 시간을 벌게 한 점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수사와 재판은 실체적인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당시 사건을 맡았던 중부서의 경찰관계자는 "경찰의 정의감, 범인을 잡겠다는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에 따라 사건 해결의 가능성이 달라진다"고 말한 바 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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