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단명한 ‘촛불정부’ ··· 문제 분석과 해결책은?[화제의 책]

엄민용 기자 2023. 6. 2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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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재구성과 집권 전략 표지



20년을 집권하겠다고 큰소리친 ‘촛불정부’가 불과 5년 만에 막을 내렸다. 민중이 촛불을 밝혀 쟁취한 권력을 건네받은 촛불정부의 출발은 화려했다. 하지만 행정의 무능과 정치력의 부재로 인해 적폐를 청산하기는커녕 눈앞의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자리만 지키다 물러났다. 이런 촛불정부를 조목조목 날카롭고 무겁게 파헤친 책이 나와 눈길을 끈다. ‘진보 재구성과 집권 전략’(원희복 지음 / 썰물과밀물)이다.

지금도 ‘촛불정부의 오류’를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수많은 연구와 토론에서 온갖 분석들이 쏟아진다. “정책 이론만 무성할 뿐 성과다운 성과를 내지 못해 결국 권력을 보수정권에 넘겨줬다”는 것이 분석들의 큰 흐름이다. 일리 있는 소리다. 하지만 ‘어떤 부문’에서 ‘뭐가 무능했는지’를 구체적으로 꼬집는 목소리는 없고 ‘공허한 반성의 말잔치’뿐이라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이에 저자는 과연 5년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속속들이 들여다보며 문제를 분석해 촛불정부의 과오를 하나하나 들춰낸다. 먼저 촛불정부의 정체성을 꼬집은 뒤 청와대와 내각 문제, 인사 실패, 정치개혁 문제, 언론개혁 문제, 선거제도 문제, 관료 장악 문제, 진보의 변절, 부동산값 폭등 등 모든 부문을 뜯어보면서 촛불정부의 엉터리 이론이나 말과 행동이 달랐던 점 등을 나름의 시각으로 전한다.

저자는 우리 정치 전반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실체 없는 제왕적 대통령제’도 그중 하나다. 1987년 개정된 지금의 헌법은 대통령 직선제를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는 대통령의 권한을 줄이고 국회 권한을 강화했다. 헌법 개정 이후에도 국회는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비난하면서 국무총리 국회 동의, 대법관 국회 동의, 국무위원 인사청문회 등 대통령의 권한을 줄이는 입법을 계속해 왔다. 이에 저자는 대통령 중심제를 도입한 미국·프랑스와 우리를 비교하면서 제왕적 대통령제가 왜 문제라고 주장하는지, 그렇게 주장하는 이들의 야욕은 무엇인지를 추적한다.

‘중도확장론’에 대한 저자의 비판도 눈길을 끌 만하다. 중도확장론은 유권자가 진보·중도·보수로 분포돼 있다는 형식 이론에서 출발한다. 이는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무당층 30%를 개념화한 것이다. 촛불정부도 중도확장이라는 명목으로 보수 인사를 기용하고, 주거복지를 무시한 부동산 정책 등을 펼쳤다. 이로 인해 개혁세력이 등을 돌렸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중도’는 여론조사에서만 나타날 뿐 실제 선거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또 “오른쪽으로 가는 중도확장은 필연적으로 왼쪽에 있는 진보세력의 이반으로 이어진다”면서 역대 선거 모두를 분석해 이를 논증한다. 한 표라도 많으면 승리하는 다수대표제 선거제도에서는 극단적 양당제로 귀결하고, 유권자는 양자택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저자의 판단이다.

저자는 일부 학생운동권 출신들을 갈라파고스섬에 비유하기도 했다. 망망대해 안에 고립된 갈라파고스는 그들만의 독특한 생태계를 구축한 채 유지되고 있다. 오늘날 급속하게 변하는 산업이나 사회를 읽지 못해서 고립된 현상을 ‘갈라파고스 증후군’이라 부른다.

저자는 “환경은 날마다 달라지는데도 일부 학생운동권 출신들은 여전히 관념과 허위의식에서 허우적거린다”며 “그들의 이런 행동으로 적지 않은 개혁세력이 상처를 입었고 결국 갈라섰다”고 지적한다. 특히 그들의 과거 행동과 현재 행동을 조목조목 따지면서 그들이 얼마나 비논리적인지 근거를 들이댄다.

자유언론실천재단 기획편집위원장을 지냈고, 현재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기관지 ‘민족화해’ 편집인과 민족일보기념사업회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진보 재구성과 집권 전략’에 대해 “촛불정부가 5년 만에 단명할 수밖에 없던 이유는 외부가 아니라 내부의 문제 때문”이라며 “특히 실체 없는 중도확장론에 매몰된 이들, 순진한 개혁진보단체의 전술적 오류, 몇몇 진보를 참칭한 먹물들의 가증스러운 이중성, 허위의식에 가득찬 일부 학생운동권 출신 등을 비판하고 싶었다”고 전한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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